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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오른손이 지배적인가

박종국에세이/왼손잡이비애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0. 1. 3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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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오른손이 지배적인가

 

인류가 언제부터 오른손 중심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인류 최고의 문명 중 하나인 고대 이집트 사회는 오른손잡이 사회였다. 전설적인 파라오 람세스2세는 왼손잡이였다고 전해지지만, 이집트 전체 사회와 문화는 왼손을 터부(금기)했다.

시저도 왼손잡이였지만 황제가 된 뒤에는 로마시민들에게 오른손을 사용하도록 포고령을 내렸다.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인류가 오른손 중심의 사회였다는 확정적 증거는 없다.

그러나 캐나다의 심리 학자 스탠리 코렌은 석기시대부터 1950년대까지 약 1만개의 예술품을 조사한 결과 왼손잡이 비율은 예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한가계의 50대에 걸친 왼손잡이 분포를 조사한 결과도 여전히 10 대 1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인류와 가장 가까운 침팬지나 원숭이는 거의 양손잡이에 가깝다. 그런데 역시 좌우대칭의 존재인 인류가 유독 손 사용에서만은 대다수가 오른손잡이라는 것은 결국 진화의 결과인가? 인류학자들은 인류가 진화의 일정 단계에서 오른손을 지배적인 손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이로부터 점차 종교적 문화적 이유로 왼손 금기가 생겼을 것으로 추론한다.

왼손잡이였던 토머스 카알라일은 이런 상상을 했다. 원시인들이 도구를 사용해 사냥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적이나 맹수와 싸울 때 오른손에 창을 들 경우 적의 왼쪽 심장과 창이 최단거리에 놓여 공격하기 유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같은 원리로 방패를 발명 했을 때 왼손으로 방패를 드는 것이 자기 심장을 보호하는 데 유리하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왼손에 방패를 들고 오른손에는 적을 공격하는 창을 드는 행위가 수만년 또는 수십만년 계속되면서 오른손의 지배적 사용 경향은 인류의 유전자에 깊이 각인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모성애에서 오른손잡이 우세의 근거를 찾기도 한다. 즉 갓 태어난 아기는 어머니 뱃속에서처럼 어머니 심장의 박동을 들어야 편안하다. 그래서 어머니들은 아이를 왼손으로 안게 되었고,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오른손으로 열매를 따거나 노동을 했다.

당연히 오른손의 활동이 더욱 발달하게 되었고, 먹이를 많이 얻을 수 있는 어머니의 자식들의 생존확률이 더 높았을 것이다. 오른손잡이는 이런 모성애를 통해 우세한 유전적 경향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악마성의 상징'으로까지 공격받아 이 이론을 역으로 생각하면 왼손잡이는 생존경쟁에 불리한 존재다. 그래서 왼손잡이는 오른손잡이 사회에서 각고의 생존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정공법이 아닌 변칙의 방식이 자주 사용됐을 것이고 그것은 오른손잡이들에 의해 비겁하거나 나쁜 것으로 간주되었을 것이다. 결국 이런 '역사'는 오늘날까지 왼손잡이를 "불길하고 불리한 존재"로 인식하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수천년 아니 수만년을 유지해온 금기가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금기가 어떤 이유로 인해 생성되고 해소돼가는지, 그 한 단면을 '왼손잡이'는 보여주고 있는지 모른다.

(한겨레 신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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