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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 최고의 보양식

박종국에세이/왼손잡이비애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2. 7. 18.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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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 최고의 보양식



박종국



복날은 음력 6월, 7월 사이인데, 열흘간격으로 세 번 맞는다. 하지 후 첫째 경일(庚日)을 초복이라 하고, 넷째 경일을 중복, 입추 후 첫째 경일이 말복이다. 이를 삼복이라고 하고 삼경일이라고도 한다. 경(庚)'은 '甲乙丙丁戊己庚申壬癸'의 일곱 번째 천간(天干)으로 '뜯어 고친다'는 뜻과 함께 '새로운 시기를 연다'고 하는 의미다. 삼가 근신하고, 되돌아보아 그 동안 잘못된 일을 바로 잡고, 변화를 이루는 때이기도 하다.

또한, 삼복(초복, 중복, 말복) 기간은 일년 중 가장 더운 계절이다. 지금이야 선풍기, 에어컨 덕에 더위를 쉽게 피하고, 냉장고로  여름철 음식보관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지만, 예전에는 더위뿐만 아니라 음식물을 저장하는 데도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더욱이 복날은 습기가 많고 무더위 맹위를 떨치는 계절로 음식이 상하기 쉬운 때다. 그래서 삼복이 되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예나지금이나 복날 먹는 음식은 별반 다르지 않다. 조상은 삼복더위 때면 지치고 땀이 많이 나는 복더위를 떨치기 위해 영양이 풍부한 보양음식을 먹어 기력을 보충했다. 인삼과 찹쌀, 대추 등으로 영계의 속을 채워 뚝배기에 푹 고아낸 삼계탕은 대표적인 복날 보양음식이다. 또한 개장국, 장어구이, 추어탕 등을 즐겨 먹었다. 이 외에도 값싸게 즐기는 음식으로는 콩을 삶아 갈아 체로 받친 국물에 국수를 말아먹는 콩국수가 좋다.

그러나 삼복더위에 반드시 동물을 잡아먹어야 할 이유는 조금도 없다. 이열치열에 적용하는 약초나 해산물은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사람은 복날의 ‘복(伏)’이라는 글자가 사람 옆에 개가 따랐다고 하여, 복날엔 개를 먹는 걸 복날에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삼복이 되면 이열치열하자면 뜨거운 성질을 가진 개를 먹고, 열 많은 닭에다 인삼까지 넣어서 먹었다. 그런데도 틈만 나면 에어컨 밑에서 냉방병을 걱정해야하는 사람이 좀 덥다고 이열치열 치료해야할 이유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음식풍습은 복날에 대해 오해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복(伏)이라는 글자는 사람 옆에 개가 엎드린 모습이 아니라, 복(伏)은 태양이 이글거려 가장 밝게 빛나며 분별과 판단이 강해지는 시기일수록 겸손하여야 함을 강조한 글자다. 복(伏)이라는 글자는 ‘엎드리다’는 뜻을 가진 겸손의 상징이다. 사람 옆에 견(犬)은, 짐승인 개(狗)를 뜻하는 게 아니라, 사람의 정신상태를 뜻한다. 즉 크게 될 사람이 한 점 마음을 낮게 하지 않으면 클 수 없고, 그 마음을 머리 위에 두고 아는 체 하거나 생각만 앞서면 오히려 비천해져서 개(犬)와 같은 사람이 된다.

때문에 복날은 자연 앞에 겸손하고, 찌는 듯한 무더위에도 자연을 '달게' 받아들이고, 사람 간의 사랑을 실천하는 날이다. 즉 열 받고, 성질나고, 화가 나는 때가 온다 해도 그 모두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겸손하게 처신하는 법을 배우는 날이다. 바로 그런 날에 정신적인 성숙의 기회 대신, 그토록 정겹게 사람을 따르는 개와 닭을 잡아먹는 일은 참으로 무지한 짓이다.

어느 영화감독은 복날에 동물을 잡아먹는 일을 두고,
“여름을 나는 도구로 존엄한 생명체를 도살하는 일은 사치스러운 생각이며, 더위를 이기려는 방법이 잔인하게 생명을 앗아갈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합니다.”
고 했다.

뜨끔한 말이다. 우리 살면서 평소에는 때때로 화가 내고 성질이 나도 그런대로 넘어가지만, 정말로 열나고 화나고 도무지 참을 수 없는 그런 날은 삼복 같은 상황을 맞았을 때다. 복날에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그 날만큼이라도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끄고 자연의 더위를 느끼며 후줄근히 흘리는 땀방울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정 더우면 부채로 살랑살랑 바람을 일으켜 더위 속에서 팍팍한 일상을 떨쳐 보는 여유는 아름답다.

사실, 우리가 겪는 수많은 갈등의 순간은 거의 다 복날과 같다. 그런 순간을 초복을 맞듯 이해하고, 중복을 맞듯 받아들이고, 말복을 맞듯 내려놓으면 더 이상 복날의 괴로움은 줄어든다. 삼복을 이겨내는 마음가짐으로 그 화나는 상황에 화를 내지 말고, 성질나는 상황에도 성질내지 않고, 가만히 마음을 가라앉히며 그 모든 상황을 받아들인다면 삶에서 일어나는 분노를 겪을 일은 점차 줄어든다. 종국에는 어떤 상황이 닥쳐도 평안함을 잃지 않게 된다. 바로 이것이 몸과 마음을 모두 건강하게 하는 복날 최고의 보양식이 아닐까?

|박종국에서이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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