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국의 글밭 2011-26]
'북어와 여자는 3일에 한번 때려야한다'는 사회적 통념
박 종 국
치유상담으로 ‘가정폭력과 내적치유’에 집중하고 있다. 가정폭력은 치유상담 중에서도 관심을 두고 있는 영역이다. 가정폭력에 대한 문건을 챙겨보는데 한 내담자의 상담사례를 눈에 띄었다. 내담자(32세, 여)는 외모도 뛰어나며, 공부도 많이 했고, 성격도 무척 활달한 편이다. 그런데도 약혼 때부터 맞은 것을 시작해서 결혼식이 끝나고 신혼여행 가서도 매를 맞았고, 아이들 가졌을 때도 손찌검을 당했다는 하소연을 하고 있다.
물론 나 자신도 유년기 전부는 가정폭력의 피해자다. 그렇기에 치유상담에 더욱 집착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누구나 가정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내담자는 결혼 5년 동안 매를 맞다보니 자기도 모르게 입에서 욕이 저절로 나온다고 했다. 스스로 악해지는 것이다. 내담자는 결혼 전까지 귀하게 자랐고, 욕 한번 들어보지 않았다며 그 억울하고 분함을 이기지 못했다.
내담자가 겪은 남편의 폭력은 이루다 말로 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언어적으로 위협하는 것은 물론, 상대방을 향해 물건을 던지고, 좋아하는 물건을 깨뜨렸으며, 머리카락을 자르고, 옷을 찢고, 담뱃불로 지졌다. 성적인 것도 마찬가지였다. 이와 같이 실제로 폭력은 물리적 힘을 가해 상대방을 때리는 경우와 심리적으로 위협을 주거나 두려움을 갖게 하는 경우와, 언어적 폭력이 병행해서 가해지는데 대체로 심리적이고, 언어적이며, 위협적인 상황이 전반적으로 동시에 일어난다.
이제 내담자는 몸도 마음도 병이 들어 분노와 구타에 대한 두려움으로 불안하고, 가부장적 종속감에서 오는 무력감으로 좌절감과 스트레스는 물론, 심각한 정신분열 증세를 겪고 있다. 결국 이러한 정신질환은 남편이 때릴 때 그 아픔을 이겨내기 위해 애써 즐거웠던 일을 생각하거나, 심지어 남편이 폭력을 행사하고 난 뒤 강제적으로 부부관계를 할 때도 행위자가 자기 남편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대개 폭력 성향을 가진 남편의 경우, 폭력에 대한 아내와의 소원함이 부부관계만으로 해결되는 줄 믿고 있다. 그래서 거의 빈사상태에 빠진 아내를 강간한다.
‘오죽하면 여자를 때렸을까?’
‘설마 여자가 가만히 있는데 때렸겠나?’
‘여자가 맞을 짓을 했겠지. 안 그러면 왜 남자가 저렇게 미친 듯이 화를 내.’
이런 넘겨짚기가 가정폭력에 대해서 얼마나 잘못된 생각인지 알 수 있다. 비록 잘못은 저질렀다고 해도 폭력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 아내와 가족 구성원이 있다면 그것은 중대한 잘못이다. 가정폭력에 대해서 침묵하지 않는 것이 잡다한 폭력으로부터 벗어나는 최선의 방책이다.
그러나 내담자의 경우 현재로써 자기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데 좌절감이 너무 컸다. 모든 가정폭력의 결과는 비슷하다. 학대받는 여성들의 대부분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데 심각하다. 남편의 학대에 대한 피난처로 이혼을 할 수도 없고, 아픔을 참고 견뎌내야 하므로 자살하고 싶은 사람까지 생겨난다.
가정폭력은 순환과정을 겪는다. 폭력의 시작은 긴장이 쌓이는 상승단계에는 스트레스나 부부갈등이 증가하고, 분노가 높아진다. 그러다가 폭발기에는 심각한 학대단계로 언어적 폭력이나 신체적 폭력, 성폭력이 발생한다. 여기서 성폭력이라 함은 남자가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한 후 금방 성관계를 갖는 것을 말한다. 불안해서 내 여자로 묶어두기 위한 몸 도장을 찍어 두려는 것이다. 이때 여자는 마음이 피폐해지고 성관계를 싫어한다. 심지어 울면서 성관계를 한다는 여성도 있다. 그렇지만 폭력도 하강기에 이르면 후회단계로 사과를 하거나 선물 공세나 애정표현을 치닫는다. 이때, 피해자는 가해자가 변할 것이라고 믿고 싶어 하고, 가해자는 일시적인 변화를 보이며 부부관계를 계속 유지한다.
가정폭력은 단순히 개인의 비극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다. 어떤 경우에도 폭력이 얼마나 큰 죄이고, 잘못된 것인지를 알아야한다. 어떤 상황에도 가정폭력은 정당화 될 수 없다. 그래서 법적 제재뿐만 아니라 가정폭력을 비롯한 파괴적인 행동은 근절하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 우리 사회의 통념은 가정폭력에 대해서 너그럽다.
폭력은 성격장애다. 성격장애자 가운데 공격성이 높은 사람, 반사회적인 성격이나 편집증세가 있는 사람들이 폭력을 일으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평소 사회적으로 자기 일을 열심히 하면서도 아내를 무시하고, 묵비권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엄격히 말해 이것도 폭력이다. 더욱 힘든 것은 바깥에 나가서 남에게는 호인답게 잘하면서도 집안에 들어와서는 아내와 아이들을 못살게 굴거나 무슨 일이든지 간섭하고 닦달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다. 그런 사람들은 아내를 그저 말라 죽인다.
또한 폭력은 얼핏 보면 무언가 얻은 것 같지만, 가해자 본인에게는 더 높은 스트레스와 긴장과 분노를 쌓는다. 자신에 대한 존중감을 상실하는 것은 물론 수치심과 우울한 마음상태를 지속시킨다. 아내의 경우도 진정한 의미에서 배우자에게 친밀감과 신뢰감을 잃고, 평생을 두고 아물지 않는 큰 상처를 갖게 된다. 자녀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부모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거나 친밀감에 너무나 커다란 상처를 주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정폭력은 폭력이 일어나는 사회적, 문화적, 교육적인 상황을 바뀌어야한다. 절대로 폭력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맞을 짓을 했으니까 때린다는 말은 옳지 않다. 더구나 아내를 때리는 것은 본인이 좌절하고 실망하거나 자존감이 낮아 화를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폭력남편들은 아내를 때리고 싶어서 때린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조장하거나, 때리는 것을 보고 자랐기 때문이라고 변명을 늘어놓는다. 물론 부모가 폭력을 쓰는 것을 보고자라면 성장하여 폭력적인 사람이 된다. 북어와 여자는 3일에 한번 때려야 나긋나긋해진다는 잘못된 통념을 깡그리 접어야한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교육제도를 바꿔야하고, 법적 제도적 장치를 따로 마련해야한다.
아내와 며칠째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문제사단은 시시콜콜한 것이었다. 한데도 서로 입장만 내세우다 보니 감정의 골이 깊어져서 결국 등 돌리고 자기에 이르렀다. 방학을 맞아 집안에 머물고 있는 아이들이 눈치를 본다. 녀석들도 이제 다 컸는데 부모로서 체면이 아니다. 밴댕이 속아지를 닮았는지 일단 부부싸움을 시작하면 나는 말문을 닫아버린다. 이쯤이면 칼로 물 베기인 싸움이 쉬 끝나지 않는다. 그 땜에 아내는 이만저만 속앓이를 하는 게 아니다. 빤히 알면서도 매번 그런다. 오늘 아침 출근하면서 아내가 먼저 대화의 물꼬를 텄다. 항상 아내가 먼저다. 나 역시 아내를 지리 말려 죽이려는 가정폭력자다. 2011. 01. 11.
학생인권침해, 학생의 눈높이에서 들여다보아야 (0) | 2011.01.31 |
---|---|
우리 기부문화의 현주소 (0) | 2011.01.28 |
현재 우리나라 가사전담 남편이 15만명이 더 된다 (0) | 2011.01.23 |
개돼지한테는 인간도리를 바라지 않는다 (0) | 2011.01.11 |
인사청문회만 거론하면 부정부패의 늪이 넘친다 (0) | 2011.0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