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국 글밭 2011-76]
학생인권침해, 학생의 눈높이에서 들여다보아야
박 종 국
학생들은 학교에서 인격침해가 심각한 것으로 말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두발 및 용의복장 규정, 체벌, 예산 결정권 없는 학생회, 생활규정 개정 시 학생 의견 미반영 소지품 검사 등을 꼽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남지부가 중․고등학생 4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학생의 절반에 가까운 188명(46.6%)이 ‘학교에서 성적이 나쁘다는 이유로 체벌을 받은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또 ‘두발이나 복장이 불량하다는 이유로 체벌을 받은 적이 있다’는 질문에는 233명(57.7%)이,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모욕감을 느끼는 말을 자주 한다’는 질문에는 199명(49.3%)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이밖에도 113명(28.0%)의 학생은 ‘자살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고 대답했고, 자살 충동의 이유로는 성적 문제가 39명(34.5%), 부모와의 불화가 26명(23.0%), 친구 관계가 11명(9.7%), 기타가 24명(21.2%) 순으로 꼽았다. ‘학교 교칙이 학생들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문항에는 65.8%의 학생들이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학생이 잘못했을 때 교육적인 차원에서 체벌이 필요하다’는 질문에는 256명(63.3%)이 ‘그렇다’고 대답했으며, 특히 여학생은 209명 가운데 151명(72.3%)이 이같이 대답해 남학생(53.8%)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 설문 결과를 보면 경남지역 중․고등학교의 학생 인권 수준이 낮은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현상은 비단 경남지역만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일부 학부모나 교사들은 아직도 학생들에게 어느 정도의 행동제재가 필요하고, 훈육차원의 매가 학생들에게는 오히려 약이 된다며 체벌의 정당성을 옹호하고 있다. 정말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아무리 교육적 판단이고, 교육적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비책이라도 학생들을 ‘순치’(馴致)시키는 것은 안 된다. 순치는 ‘길들이기’다. 학생들은 인격적 자활(自活)의 존재이지 순치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대부분의 학교는 학생들의 인권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도 학교에는 인권침해가 엄청 많다. 가장 심각한 것이 따돌림과 폭력이다. 학생들은 자신과 다르거나 못났다고 생각되는 학생을 무시하고 따돌린다. 심해지면 놀리는 단계에까지 이른다. 놀리다 보면 서로 말로 다투게 되고, 결국 언쟁을 하게 되고 주먹질과 발길질이 오간다. 그러다가 서로를 치게 되고 집단 폭력도 일어난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현상은 또래친구들 간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학교 당국에 의해서 빚어지는 인권침해와 다르다.
학생들 절반 이상이 인권침해라고 생각하는 두발 제한은 문제다. 학생도 미적표현의 자유가 있는데도 강제적으로 두발을 제한하는 것은 옳지 않다. 물론 학생에게는 학생다운 머리모양이 좋다. 그렇지만 그것이 꼭 수수한 것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왜냐면 학생들도 개성적인 스타일을 좋아한다. 학생이 화려한 옷 입고 염색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그것은 단지 생각 차이가 빚어낸 결과 일뿐이다. 그런데도 무조건 학생이기 때문에 두발을 제한을 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 잘못된 생각이다. 이밖에도 무턱대고 일등에서 꼴등까지 시험점수를 불러주거나 공공연하게 문제아로 취급하는 학생이 받게 되는 인권침해로 그 정도는 심각하다.
또한 체벌도 대표적인 인권침해다. 체벌은 일정한 교육목적으로 학교나 가정에서 아이에게 가하는 육체적 고통을 수반한 징계다. 즉, 고통을 줌으로써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를 억제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어떠한 행위를 하느냐 안하느냐의 선택이 그 행위의 가치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체벌은 육체적 고통을 받느냐 받지 않느냐의 여부에 의하여 좌우되는 결과가 된다. 따라서 체벌은 아이의 주체적인 판단에 의한 적극적인 행동을 유발하지 않는다. 게다가 체벌을 가한 사람과의 사이에 좋지 않은 인간관계를 만들 우려가 있다.
어떤 방법이든 체벌은 용인될 수 없다. 체벌은 교사가 학생을 대상으로 휘두른 ‘공적 폭력’이다. 체벌에 찬성하는 교사들은 그만큼 자기가 학생들을 설득시킬 능력과 자질이 부족하다고 시인하는 것밖에 안 된다. 본디 아이들은 따뜻한 관심으로 다가서면 충분히 설득시키고 이해시킬 수 있는 존재다. 그렇기에 어떤 문제사태가 벌어지면 대화와 설득으로 풀어야 한다. 한데도 이를 무시한다면 그것은 인간에 대한 인격모독이다. 그런 체벌은 대화와 설득이 결여되어 있다. 아이들은 맞아야 말을 들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런데도 체벌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아이들이 잘못 자라지 않게 위해서 하는 것이니 나쁠 것 없다"
고 생각 없는 말들을 하고 있다. 피학은 가학을 낳는다. 어렸을 때 맞고 자란 아이는 커서 무의식적으로 똑같이 폭력을 휘두른다. 그건 의식적이든 무의식이든 자기도 모르게 폭력을 철저히 내면화했다는 것이다. 체벌은 정말 일시적이고 비민주적이며 비인간적 것이다. 흔히 체벌로 아이를 바로 잡는다는 말이 있는데, 그건 전혀 근거 없는 말이다. 체벌은 그 어떤 방법이든 하등의 효과가 없다. 왜냐하면 아이들에게 단지 체벌의 구실이나 그 순간만 피하면 된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 주기 때문이다. 그게 체벌의 현주소다.
열거하지 않아도 우리나라 교육이 교육인 만큼 학생들의 인권은 극도로 열악하다. 법적으로는 학생의 자치활동은 권장·보호되며, 그 조직 및 운영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학칙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학생들 개개인의 인권침해에 대한 대처할 방도가 전혀 없는 실정이다. 학교에서 의도적으로 시행하는 일이라도 절망적이게도 학생들이 학교 당국과 정당한 방법으로 타협해 나갈 방법이 없다. 심지어 초등학교에서 담임선생이 아이들의 일기장 검사를 하는 것조차 아동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하고 있다. 과연 학교에서의 학생인권침해의 준거잣대는 어딜 두어야할까? 지금 몇몇 시도교육청에서 학생인권침해가 화두다. 그러나 학생인권침해는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들여다보아야 한다. 2011. 0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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