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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 가사전담 남편이 15만명이 더 된다

박종국에세이/박종국칼럼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1. 1. 23.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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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의 칼럼수필 2011-55]


현재 우리나라 "가사전담 남편"

15만명이 더 된다


박 종 국


오후 2시 반, 고급 레스토랑에서 한 무리의 남성들이 멋진 와인을 마시며 일할 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여권운동가들이 처음 사회에서 봉착했던 문제를 떠안고 새로운 직업 영역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도전하는 현대형 가사전담 남편들이다.

 

부곡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이 그린 담임 얼굴


요즘은 아내가 육아를 이유로 직장을 그만 두는 것보다 남편이 가사를 전담하는 부부가 늘고 있다. 아내가 전체 수입의 75% 이상을 벌면 남성은 일할 필요가 없으니 직장을 그만 두고 아이돌보기, 생일파티, 친척, 친구모임준비, 가정부․정원사 관리, 부동산 관리, 자산투자 등을 도맡으며 남편이 집에서 살림을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가사전담 남편이 15만 명 이상이다. 조용히 외조하는 남편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이야기다.


베란다에 말끔하게 세탁된 빨래가 가지런하게 널려 있다. 각 방마다 서랍장마다 물건은 잘 정리되어 있다. 일에 지쳐 피곤한 아내를 위해 보금자리를 알뜰하게 매만진다. 아이들의 지지를 받기위해 사랑으로 준비한 영양식이 깨끗한 그릇에 담겨있다. 아내를 기다리며 밥 짓고, 두부찌개 끓이고, 저녁상을 차린다. 오늘도 가사전담 남편은 사회적으로 표가 나지 않고, 각광도 받지 못하고, 쓴 감투도 없지만 그들은 자기 일에 충실함으로써 행복하게 사는 건강한 가정을 만들이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들은 새로운 삶의 선구자들이다.

 

칠원 무기리 작대산에 올랐을 때 아내 모습

 

이제 ‘불량주부’가 보통명사로 통용되는 시대다. 아이를 키우거나 집안일을 전담하는 남성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집에서 가사를 담당하고 있는 남자의 수는 15만 명에 이른다. 여성의 취업과 사회적 활동이 늘고, 맞벌이 부부가 일반화되면서 집안일은 더 이상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여성들의 목소리가 커졌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우리 부부도 맞벌이를 하고 있다. 아들딸 셋을 건사하기에는 내 벌이가 시원찮아서 아내가 힘을 보태고 있다. 고맙기 그지없다. 하여 우리 부부 집안에서 각자 역할을 나누어 하고 있다. 식사준비는 내가 도맡고 있다. 밥하고, 국 끓이고, 찬거리는 물론, 밥상을 차리고 설거지까지 다 해낸다. 그렇다고 나는 가사전담은 아니다. 아내가 가계운영을 책임지고 아이들을 뒷바라지한다. 빨래며 집 안팎을 부시는 것도 아내 몫이다. 근데 아내는 간간히 설거지를 거들어준다. 이렇게 보면 우리 부부는 가사를 공동분담하고 있다.

 


휴일인 오늘 아내는 출근했다. 평소처럼 아침을 챙겨 먹고 아내를 배웅하고 나니 부엌에 할 일이 산적하다. 일주일 내내 사용했던 각종 냄비며 프라이팬, 접시며 식기류들이 세척을 가다리고 있었다. 눈에 띠는 대로 집어다 싱크대에 몰아넣고는 깨끔하게 부셨다. 씻어놓은 말간 그릇들이 산더미로 쌓였다. 집안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다. 아무리 꼼꼼하게 잘 챙겨도 빛도 나지 않는다. 그러니 가정주부로 사는 아내들은 얼마나 속상할까. 


한잠 늘어지게 잔 아이가 일어났기에 밥 챙겨주고 목욕 다녀오니 정오가 한참을 지났다. 내친김에 아내가 부탁한 차를 세차하러갔다. 마치고 나니 오후 2시를 후딱 지나쳤다. 마트에 들러 일주일분 먹을거리를 사들고 집에 도착해서 라면 끓여 아들과 점심을 때웠다. 곧바로 반찬 몇 가지 만들고 쌀을 안치고 나니 아내한테서 전화가 왔다. 지금 막 퇴근한다고.

 


사십분 남짓 되어서 아내와 친구 집에 갔던 딸아이도 같이 왔다. 찰기가 잘잘 흐르는 쌀밥에다 매생이 굴국, 무생채, 깻잎 겉절이, 멸치김무침, 무김치에다 아이들은 닭다리간장조림을 곁들인 성찬이었다. 아내랑 반주도 한 잔했다. 푸짐한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는 아내가 대신했다. 그 덕분에 지금 난 이 글을 쓰고 있다. 2011. 0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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