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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학교가 아름답다

박종국교육이야기/노는아이풍경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1. 7. 12.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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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뭇잎으로 찍기

 

 

1,2교시 블럭제 수업으로 자연물 찍기를 마치고, 20분 휴식을 하였다가 두번째 블럭수업으로 야외수업장으로 자리를 옮겨 나뭇잎 찍기를 하였습니다. 우리 학교 교정에는 수령 250년의 팽나무가 있어 그곳에다 야외학습장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래서 봄여름가을이면 으레 그곳에서 수업을 합니다. 아직 매미가 마중 나오지 않아서 유감이었다만 장맛비 뒤끝에 운동장은 잘잘 끓는데도 야외학습장은 마치 에[어컨을 틀어놓은 듯 시원하였습니다.

 

 

아이들 답답한 교실을 벗어나니 좋은지 마음부터 휑하니 바빠집니다. 나뭇잎 찍기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하고 시범까지 보였지만 벌써 몇몇 녀석들은 풀벌레를 잡는다고 벗어나 있습니다. 불러 세우기가 뭣해서 그냥 둡니다. 그래도 애서 표현 방법을 안내하는 담임 말을 곧이듣고 있는 아이들이 참 고마웠습니다. 설명을 마치고 아이들 각자 자기가 표현하고 싶은 내용을 정해 보라고 시간을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여러가지 나뭇잎을 따서는 야외 책상에 삼삼오오 모여듭니다. 이번 시간에 나뭇잎을 표현하는 재료는 연필과 색연필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물감을 이용했지만, 하얀 백지 위에다 슬슬 연필만 오갔을 뿐인데 이내 선명하게 드러내는 나뭇잎 모양을 보고 아이들 저절로 탄성이 잦아졌습니다. 아무리 말로 하는 수업, 아이들에게는 가슴에 와닿지 않습니다. 이렇게 실체로 체험해보는 것만 못합니다.

 

 

지금 농촌에는 아이들 교육을 빌미로 고향을 등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숫제 어렸을 때부터 큰물에 가서 놀아야한다는 논리입니다. 참 가당찮은 이야기지만 아이들 그렇게 도회지로 떠나갑니다. 제가 5년전 부임해 왔을 때는 189명이었던 부곡초등학교, 이제는 112명의 아이들만 남았습니다. 그마저도 내년이면 6학년 두 학급 31명의 아이들이 떠나고 나면 백명 이하로 급격하게 줄어들게 됩니다. 농촌에서 공부해도 제 하고픈 것 능히 다 할 수 있는데...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저마저도 떠날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 태성이 농투성이라 아마 평생을 농촌 학교, 남들이 말하는 시골학교를 지켜야겠습니다. 보세요. 우리 아이들 표정이 얼마나 해맑은지. 저는 우리 아이들 방목합니다. 들풀처럼 그렇게 자라게 합니다. 다 다른 생각들을 존중하면서.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작은 학교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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