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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아빠께 바랍니다

한국작가회의/한빛소리원고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1. 10. 2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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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의 글밭 2011-265


엄마아빠께 바랍니다


박 종 국(교사, 수필가)


   엊그제 반 아이들이 글을 썼습니다. 3월초부터 거의 날마다 줄글을 썼습니다. 동시도 곧잘 외웁니다. 고사리 손을 모아 또박또박 눌러쓴 글속에 엄마아빠의 모습이 또렷합니다. 아이들의 바람은 한결같습니다. 자기의 존재를 인정해 주고, 스스로 하고픈 일을 하도록 배려해 주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글을 읽다보면 간간히 볼멘소리가 엿보입니다. 아이들도 이것 하라 저것 하라는 다그침이 싫은가 봅니다.

   아이들 몸집 자란만큼 생각하는 힘도 커졌습니다. 하나의 글감을 정하여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데, 대부분 즐거웠던 일을 부추기지만 간혹 슬프고 괴롭다는 이야기를 꺼내는 아이도 있습니다. 어린 별들에게도 안타까운 일들이 많은가 봅니다. 오늘 아이들 생활속의 글감은 ‘엄마아빠께 바랍니다.’였습니다. 글 속에 건강한 아이들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엄마아빠께 


엄마아빠 저는 ○○이에요.

엄마아빠는 항상 저를 사랑해 주서서 고맙습니다.

엄마는 아주 힘드시죠?

식구가 많아 음식도 많이 만들어야 하고, 집안청소도 해야 하니까 아주 힘들 것 같아요.

그리고 아빠! 술을 잡숫지 말고 담배도 조금 줄이세요.

그런데 엄마아빠는 참 이상해요.

무조건 동생만 감싸주는 것 같습니다. 형이 나를 때릴 때는 저를 보호해 주지 않잖아요. 엄마아빠 이제부터 저도 동생처럼 지켜주세요. 저는 날마다 동생이 부러워요. 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말하면 이유도 물어보지 않고 무조건 “하지 마!”라고 하잖아요.

난 그 말이 진짜 듣기 싫어요.

그리고 제발 파리채로 때리지 마세요. 전 파리가 아니에요.

파리채는 파리를 잡으려고 샀잖아요.

엄마아빠 저도 좀 사랑해 주세요.  

20살이 되면 꼭 효도할게요. 


2011년 ○월 ○일 

엄마아빠의 사랑하는 둘째아들 ○○올림


엄마아빠께 바랍니다!


엄마! 나 ○○이에요.

엄마! 나 용돈 좀 올려주세요. 네?

맛있는 것도 사 먹고, 준비물도 사려고요.

아빠! 매일 회사 갔다가 들어오시면 텔레비전만 보시지 마시고 우리랑 좀 놀아주세요.

그리고 여행도 좀 가요. 나 심심해요.

또 3학년이 되면 인라인 사 주는 거 잊지 않았죠?

엄마! 아빠!

우리 놀이공원에도 가고 레스토랑에도 가보아요.

자전거도 타러 가고 싶어요.

꼭 들어주세요!

엄마아빠 사랑해요!


2011년 ○월 ○일

○○가 엄마아빠께 드림


어떻습니까? 제 반 아이들이 쓴 글을 그대로 옮겨보았습니다. 가슴이 뜨악하지 않습니까. 두 편 글은 지금 아이들의 눈에 비친 부모님의 모습입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처럼 자기 생각을 꾸며대거나 덧붙이지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 자기가 본 것을 솔직하게 이야기합니다. 흔히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저지르기 쉬운 것이 자기만의 방식 옳다는 자만심입니다. 더 나은 생각을 받아들이는 데 인색합니다.

전 어렸을 때 지독한 왼손잡이로 아버지로부터 무척 홀대받았던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아버지가 이해되지 않습니다. 이유가 있다면 단지 아버지의 체면 하나 때문이었습니다. 지금의 부모들은 아이가 오른손을 쓰든 왼손을 쓰든지 그렇게 다그치지 않습니다. 아이의 소질에 맞게 배려해주는 것이 아이의 장점을 더욱 강화시켜 주는 것이 아닐까요? 그게 장차 아이의 인생을 행복하게 합니다.

요즘세대 부모의 자녀사랑은 유별납니다. 그들은 완고했던 기성세대 부모와는 달리 자녀들에게 무엇을 강요하기보다는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하도록 적극 도와줍니다. 아이들의 소질과 특성을 먼저 헤아려 살피고, 그러한 소질과 특성이 아이의 장래 직업과 연결되도록 북돋워줍니다. 아이에게 베푸는 사랑이 참 따뜻합니다. 자녀의 눈에 나는 어떤 부모로 보일까? 한번쯤 생각해 보세요. 아이는 어른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천안지역 장애인종합정보지 <한빛소리> 제 184호, 2011년 10월호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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