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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날 좋은 뜻 곱게 펴세요

한국작가회의/한빛소리원고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1. 12. 2.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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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의 글밭 2011-277

 

새날 좋은 뜻 곱게 펴세요

 

세밑입니다. 지난 한 해 동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갑니다. 좋았던 일 언제까지나 붙들어 두고 싶고, 답답했던 일들 그냥 묻어두기에 안타까운 것도 많습니다. 어느 것 먼저 챙겨볼까 마는 알콩달콩 잘 살았다는 믿음 하나로 아름답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또 한 해를 살았습니다.

 

그렇지만 올 한 해는 유독 어려웠습니다. 세밑일수록 힘겨워하는 이웃을 챙겨보아야 할 때입니다. 특히 자영업을 하는 분들이 더 심각한 것 같습니다. 요즘은 하루에 비빔밥 다섯 그릇 팔기에도 힘이 부친다고. 그래서 가게 문을 열어 놓으면 손해랍니다. 내가 살고 있는 면소재지의 경우만 봐도 상호가 자주 바뀌고, 신장개업하는 가게가 많습니다. 먹는장사가 쉽다고 하지만 불황기에는 무엇을 하여도 되는 게 없나 봅니다.

 

경기침체가 피부로 느껴집니다. 지금껏 흥청대며 살았던 것도 아닌데 생활 자체가 너무나 쪼그라들었습니다. 지갑도 얇아졌습니다. 사회경제적으로 풍족한 계층이야 그깟 일상비에 호들갑을 떠느냐, 고 하겠지만 단돈 천원도 손에 쥐기 힘든 영세서민들의 경우 참 난감한 일입니다. 쌀 한 되 연탄 한 장을 사 보지 않은 사람은 그 고통을 모릅니다. 몇날며칠을 굶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주변의 가난한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않습니다.

 

연말연시면 구세군 자선냄비를 시작으로 사회 각개각층에서 훈훈한 온정이 이어지고 미담이 봇물 터집니다. 이미 저희 학교에서도 어린이자치회를 통하여 마련된 이웃돕기 성금으로 교내외 힘들어하는 이웃을 도왔습니다. 그렇지만 반짝 행사로는 어렵고 힘든 사람들의 겨울나기가 벌충되지 않습니다. 장기적인 처방전을 마련해야합니다. 항구적으로 가용할 수 있는 수입원을 가질 수 있도록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게 최선이겠지요.

 

정당한 방법으로 일해서 부유하게 사는 것은 자랑스럽습니다. 결코 잘 사는 것이 시기나 질투의 대상이 아닙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권장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 일면에는 그렇지 못하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각종 비리로 불거지는 구린내가 바로 그것입니다. 때문에 불특정 다수에 대한 경원감은 결국 사회 전체에 대한 위화감으로 조장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사회는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불거질 대로 불거졌습니다. 때문에 삶 자체를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바람직한 생활방편이 허술한 자본주의의 맹점이 드러난 것입니다. 그 결과, 우리사회에는 드러내놓고 잘 사는 사람들이 아름다운 기부문화에 인색합니다. 어렵사리 모은 재산을 대물림하는데 급급하지 사회에 환원하려는 마음가짐이 드뭅니다.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됩니다. 마찬가지로 좋은 일을 함께 나누면 행복은 배가 됩니다. 더불어 사는 지혜를 모아야겠습니다. 썰렁한 세밑이라지만 나눔의 향기가 훈훈하게 퍼졌으면 좋겠습니다.

 

2007년부터 <한빛소리>와 함께 했습니다. 그 동안 넉넉하게 공감해주시고 따뜻한 부추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참 좋은 만남은 언제나 아름다운 이별을 고하나봅니다. 좀 더 머물며 못다 한 이야기들을 읊조리고 싶은데, 편집부에서 새해에는 <한빛소리>가 몸집을 새롭게 단장한다고 합니다. 신년호부터는 사람 사는 향기가 참하게 배어나는 분들이 이야기꼭지를 맡을 겁니다. 작별 인사를 가름하기에 앞서 한미순 화가님, 이대우 시인님, 박광순 대표님, 최재석, 김은경 님, 그리고 임재신, 원창연 선생님 수년에 걸쳐 고맙고 행복했습니다. 새날 좋은 뜻 곱게 펴시기 바랍니다. 2011. 12. 02.

 

/천안지역 장애인종합정보지 <한빛소리> 제 186호, 2011년 12월호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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