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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의 대학생들

세상사는얘기/명상사색명언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1. 12. 13.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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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의 대학생들 
이송희 : 시인, 문학박사 | 이메일 : poetry2003@naver.com
기사 게재일 : 2011.12.12   
 
길게 뻗은 복도 끝, 길들이 사라졌다/ 안개 속을 더듬어 길을 찾던 시간이/ 꽉 막힌 문과 벽 앞에/ 한 줌 재로 흩날리나// 매일 밤 잠을 자던 동아리방 구석엔/ 학자금 대출 서류와 즉석복권 두 장뿐/ 바닥엔 충혈된 연탄만/ 벌겋게 타오른다// 스물둘, 커브 길에서 영영 길을 놓치고/ 벼랑에 내몰린 어젯밤의 기억들/ 밤마다 가위눌린 꿈/ 자꾸 목을 조인다 - 이송희 ‘출구는 없다’ 전문

 

졸시 ‘출구는 없다’는 2011년 3월27일 MBC 뉴스에 보도되었던, 취업난과 생활고, 학업 스트레스 등의 고충에 시달리며 자살한 대학생들을 형상화한 것이다. 전체 대학생의 절반 이상이 자살충동을 느끼고 있다는 설문조사도 나온 바 있다.

 

취업 시즌, 출구는 없다

 

취업 시즌이다. 수십 장의 이력서를 쓰고도 입사시험에서 좌절하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스펙’을 쌓기 위해 영어공부와 자격증 시험에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한다. 또 취업을 위해서 자신이 꿈꿔왔던 분야에 입사 지원을 하기보다 그저 마구잡이식으로 원서를 쓰는 경우가 많다. ‘성공’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는 대학생들도 늘고 있다. 최근 치솟는 등록금과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많은 대학생들은 향후 진로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십여 년 전부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온 나는 학생들과 고민을 가끔 나눈다. 그들은 늘 자기소개서 쓰기와 면접 토론의 고민에 갇혀 있다. 학생들의 절반은 교재 아래 영어책을 깔아 놓고 수강한다. 대한민국 청춘들이 좁은 취업의 문을 통과하고 비싼 등록금을 감당하기 위해 대학의 낭만과 학문도 포기한 채 대부분 시간을 아르바이트나 제2의 고3생활로 이어가고 있다. 패배의 좌절감을 안고 사는 대학생들에게는 성공에 대한 희망조차도 자신과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그 누구에게도 도움 받지 못하는 사면초가의 가련한 대학생들…….

 

5명 중 3명, 성공은 먼 나라 이야기

 

최근 한 아르바이트 포털이 대학생 42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대학생 성공인식’ 설문 결과 응답자의 58%가 자수성가 가능성에 대해 ‘쉽게 일어날 수 없는 불가능한 일’로 치부했다. 반면 ‘누구나 노력하면 자수성가할 수 있다’며 성공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응답자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42.3%로 조사됐다. 대학생 5명 중 3명은 성공이 자신과는 거리가 먼 얘기라고 여기는 것이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조선시대에나 통하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지방대학에 다니는 대학생 모씨는 올해 대기업 10곳에 원서를 냈지만 겨우 1곳에만 통과했다. 그러나 그마저도 면접시험에서 떨어져서 대학 졸업을 1년 뒤로 미뤘다. “주변에 부모의 도움이나 인맥으로 취업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내 힘에 한계가 느껴질 때가 있다. 심지어 부모에 대한 원망마저 들기도 한다.” 그가 한숨 내쉬며 한 말이다.

 

미래를 이끌어 갈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무겁기만 한 상아탑의 현실, 누구의 책임일까 생각해 볼 일이다.
 
출처 : 사랑방 닷컴 http://news.sarangb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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