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창원시장님 머리가 나쁘면 공부 좀 하세요"
데스크승인 2011.12.15 이춘모 진해시민포럼 집행위원장 | webmaster@idomin.com
과거 KBS-2 상상플러스에서 노현정 아나운서가 출연자들의 답이 틀릴 때마다 "공부좀 하세요"라며 매번 깔때기 모양의 플라스틱 확성기로 머리를 때리던 일이 생각납니다. 얼마 전에는 국회외교통상위 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 한-EU FTA 비준안이 한나라당의 홍정옥 의원이 기권을 하면서 부결된 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FTA협정문의 번역오류에 대해서 항의하는 강기갑 의원에게 "강 의원 공부 좀 하십시오"라고 했던 일도 있습니다.
그 이후 "공부 좀 하세요"라는 새로운 유행어가 한동안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기도 했지요. 그런데 나는 오늘 창원시의회에서 의원의 질문에 "나는 머리가 나빠 모르겠다"고 하는 머리가 나쁜 박완수 창원시장에게 공부 좀 하라는 이야기를 하려고 이 글을 씁니다.
지난 9일 열린 창원시의회 본회의 시정질문 과정에서 박완수 창원시장은 민주노동당 송순호 의원의 질문 답변 과정에서 "나는 머리가 나빠서 잘 모르겠다"는 답변을 했다고 하는군요. 박완수 창원시장은 머리가 나쁘면 당연히 공부 좀 해야 합니다. 박완수 창원시장은 지자체가 통합되면서 110만 창원시민을 대표하는 시장이 되었습니다. 그냥 머리가 나쁘다는 핑계로 모르겠다고 하며 무책임하게 할 상황이 아닙니다.
공부를 해서 110만 창원시민의 대의기관인 시의원들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을 할 의무가 있습니다. 창원시의원은 110만 창원시민들이 선출했고 자신들의 의사결정권을 위임한 대의기관이기 때문입니다. 단지 시의원이 나이가 좀 어리다고 해서 "나이가 몇 살이냐"고 따져 물으며 윽박질러도 안 됩니다. 시의원은 독립된 의결기관으로 자신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시정에 대해 어떤 질문도 할 권리가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입니다.
진해출신 김성일 의원이 소방도로사업을 거론하면서 "대형 프로젝트 사업만 쫓아가고 소규모 사업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지적하자 박 시장은 "소방도로가 왜 소규모 사업이냐"며 시정질문을 하는 시의원과 설전을 벌였다는 경남도민일보 기사를 읽으면서 나는 정말 황당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박완수 창원시장이 지자체통합 이후 통합 창원시장으로 보여준 행보는 시의원들의 시각에 대형프로젝트 사업만 쫓아가는 것 같이 보일만한 충분한 근거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독립된 의결기관인 시의원들을 행정편의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집행부의 귀찮은 존재로 생각하거나 거대해진 통합 창원시장이 바라보는 의회경시의 한 단면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대부분 시민의 생각이었을 것입니다. 나는 이 문제를 준비되지 않은 잘못된 지자체통합으로 말미암은 지방자치행정의 대표적인 오류사건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진해, 마산, 창원이 지자체 통합을 하면서 110만의 거대 도시가 탄생하였습니다. 나는 각기 다른 방식과 사고로 운영되던 지방자치단체가 통합되면서 가장 우선해야 하는 것은 지자체 간의 화합과 상생하는 균형발전을 위한 고민이라고 생각합니다. 야구단을 창설하고 야구장을 새로 건설하고 상징물을 건설한다고 해서 화합이 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하나의 방법일 수는 있지만 절대적 가치의 기준은 아닙니다.
오죽했으면 창원시의회가 지난 11월 4일 임시회에서 '통합 청사 소재지 조기 결정' 및 '통합 창원시 분리 촉구 결의안'을 동시에 의결을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창원시의회는 통합청사 위치를 조기 결정하자면서, 한편으로는 통합시를 분리하자는 모순적인 주장을 하는 모양새가 됐습니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대한민국 지방자치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사건이고 의회 민주주의 발전과정의 중요한 연구과제라는 생각을 합니다.
박완수 시장님, 이제는 그냥 "나는 머리가 나빠 모르겠다"고 하지 마시고 머리가 나쁘면 공부 좀 하세요. 그리고 행여 시의회를 경시하거나 시의회와 대립하려고 하지 마시고 머리를 맞대고 화합하고 상생하는 방안을 고민하시기 바랍니다. 시대가 바뀌고 있습니다.
출처 : 경남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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