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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마음밭] 동화가 만들어낸 선입관

세상사는얘기/명상사색명언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1. 12. 2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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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마음밭] 동화가 만들어낸 선입관  
  
2011.12.20    김성애 작가 | webmaster@idomin.com    
 
요즘 딸아이에게 동화를 읽어주면서 내가 어릴 때 읽으면서 느끼지 못했던 감정과는 또 다른 감정들을 많이 느낀다. '어른인 나도 교훈을 얻게 되는데 이렇게 온몸으로 습득하는 아이들은 동화를 통해 얻고 느끼는 게 정말 많겠구나…'라고 말이다.

 

말하기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동화를 들려주기도 하지만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위해서도 동화는 필수적이다. 그래서 요즘 딸아이와 나는 틈나는 대로 듣고 읽고 하면서 동화에 흠뻑 빠져 있다.

 

신기하게도 두 돌도 채 되지 않은 아이지만 엄마가 읽어주면 혼자 상상하기도 하고 감정을 공유하기도 한다. 그냥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동화책 한 권을 읽어주더라도 내용이 따뜻하고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동화를 읽어주려 노력한다. 잘 씌어진 동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고 있는 순간이다.

그런데 딸과 함께 읽으면서 내가 예전에 읽었던 동화, 동요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많은 동화가 그렇진 않지만 일반적으로 알려진 동화 중에는 우리도 모르게 제시하는 미의 기준, 생활의 기준이 딱 정해져 있다는 거 알고 있는가? 그래서 읽어주다 보면 딸아이의 생각도 이렇게 고정될까봐 사실 두렵다.

 

가장 많은 것이 여자는 예뻐야 하고 날씬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운오리 새끼'라는 동화에서는 못생긴 아기 오리일 때는 전부다 싫어하고 괴롭히고 장난치다가 나중에 예쁜 백조가 되고 나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사랑을 받는다. 모두가 다 아는 '백설 공주'는 예쁜 공주를 시기 질투한 새 왕비가 자신만이 예쁘기 위해 온갖 방법으로 백설 공주를 죽이려 한다. 다른 공주 시리즈들도 예뻐야 하는 건 마찬가지.

 

현재 우리나라는 외모지상주의라는 문제점에 빠져있다. 전혀 빼어난 외모가 필요 없는 회사에서도, 지원자격조건에 단정한 용모라는 말은 빠지지 않고 있고, 성형은 이제 어려운 일도 아니다. 어쩌면 이 외모지상주의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문제가 아니라 매일매일 봐왔던 동화책이 만들어 낸 것은 아닐까? 얼굴이 하얗고 크고 검은 눈, 비단 같은 머릿결을 가진 공주들. 게다가 왕자 없이 난쟁이 없이 아무것도 못하는 한없이 나약한 존재…. 게다가 더 웃긴 건 백마 탄 왕자들이 그런 공주를 도와주는 이유는 단 하나!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에 반했기 때문이다. 이런 동화를 다 읽어주고 나서 '착하게 살아야 해'라고 말을 한다면 아이는 그렇게 받아들일까? 아니다. 예뻐지고 싶어 할 것이다. 예뻐져서 백마 탄 기사를 만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동화를 가려서 읽어줘야 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무의식중에 여자는 날씬하고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동화가 참 무서워지는 순간이다. 물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그것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게 해주는 정답으로 받아들이게 가르쳐선 안 된다는 것이 내 관점이다.     
 
앞으론 동화 한 편을 읽어주더라도 공주 시리즈보다는 사람에 대해 미의 기준에 대해 아무 선입관 없이, 소극적이 아니라 스스로 상황을 판단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그런 동화를 읽어줄 생각이다.

 

/김성애(구성작가)
 
출처 : 경남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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