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곪아 터진 신자유주의의 망령이 아이들을 망칩니다

박종국에세이/박종국칼럼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2. 10. 19. 17:06

본문

728x90

 

곪아 터진 신자유주의의 망령이 아이들을 망칩니다


박 종 국(칼럼니스트)


초등학교 교사로 삼십년 째 아이들과 생활하고 있습니다. 아이들 속에 든 세상이 행복합니다. 그러나 예나지금이나 우리 교육현장은 그다지 달라진 게 없어 씁쓸합니다. 예전의 학교가 아날로그였다면 지금 학교는 최첨단 디지로그입니다. 하지만 교육환경은 오히려 더 열악하고 박해진 듯합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교육과정이 입안되고, 시행되었으나 그것은 단지 무늬만 달라졌을 뿐이었습니다. 신자유주의의 망령은 학교라고 해서 예외는 아닙니다. 무제한 경쟁이데올로기가 교육을 더 옥죄고 있습니다. 게다가 과외와 사교육 열풍은 사그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교육은 궁극적으로 인간 본연에 충실하여야 합니다. 그런데도 우리 교육은 언제나 사회양극화에 더 공헌(?)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사회구성원의 절대다수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배부른 돼지’가 되려고 아득댑니다. 지금 이 땅의 민중에게 닥칠 위기는 실로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입니다. 여전히 우리는 교육을 통해 ‘만인에 대한 만인의 싸움’에서 이기는 소수가 되고자 합니다. 그렇기에 교육은 실패한 다수가 벌이는 아수라와 같은 우리 사회의 인간성을 담보해내며 더욱 치열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다그칩니다.        


아이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자기 방식대로 자유롭게 활짝 피어나는 것입니다. 얼핏 아이들의 사소한 고집까지도 인정하라는 얘기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부모를 통해서 태어났지만, 부모도, 선생님도 아이들의 생각을 강요해서 안 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에게 지나치게 많은 사랑을 쏟아 붓습니다. 그게 참사랑이라고 믿기 때문이지요. 근데 지나친 사랑이 자라는 아이들에게 좋은 바탕이 될까요? 아닙니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이것 하라 저것 하라는 간섭 없이 자기가 하고픈 일들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것입니다. 그게 아이들의 진정한 바람입니다.


비가 내리는 날 보면 유별난 아이 사랑이 돋보입니다. 등교할 때 우산하나 챙겨 보내면 될 것을 하교 무렵 몇몇 어머니가 교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학교 가까운 곳에 사는 아이들을 데리러 온 것입니다. 아이 스스로 우산을 받쳐 들고 가면 또르르 흘러내리는 빗소리도 느낄 것이고, 변화무쌍한 자연현상에 미리 대처할 수 있는 능력도 터득할 것인데, 친절(?)한 부모는 애써 그런 행복마저 빼앗아 버립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학교 공부를 파하자마자 학원과외가 줄을 잇습니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학교는 농촌지역으로 그렇게 형편이 여유로운 편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애꿎은 신자유주의의 교육망령은 농촌지역에까지 속속 박혀들었습니다. 내 아이가 학원과외 받지 않으면 자꾸만 뒤쳐지는 것 같아 불안하답니다.


누가 제 자식이 예쁘지 않고 소중하지 않을까요. 그렇지만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란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초등학생이면 아무리 빗방울이 쏟아지고, 천둥번개가 요란을 떨어도 호들갑을 떨지 않고 태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린 아이들이라 해도 어른들 못지않은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아이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에 어른들이 함부로 개입하지 않아야 합니다. 부모들은 제 아이에게 고슴도치 같은 다함없는 사랑을 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그 무조건적인 사랑보다 아이들은 부모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얼마나 치졸해지는지를. 오직 자기 것, 자기만을 위하는 일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지를. 차를 사거나 가구를 살 때, 그릇을 사고 옷을 살 때 얼마나 집중적인 마음으로 요모조모를 따져보지를. 마찬가지로 아이를 키우는 데도 쓸데없는 욕심으로 가득하여 그냥 강요하고, 억압하며, 내 방식대로 다그치며 고집하려듭니다. 아이의 장래를 느긋하게 생각해 보아야합니다. 아이들은 한철만을 살다가는 메뚜기가 아닙니다. 어떤 유형의 영혼으로 자랄 것인지 겸허하게 따져보아야 합니다. 아이가 개성적인 삶을 영유하기를 바란다면 부모의 욕심을 던져 버려야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일을 먼저 해야 합니다. 아이의 잘못에 화내지 말고, 욕심내지 말고, 잔소리하지 말고, 다투지 않아야합니다. 아이랑 즐거움을 나누고, 때론 기도하고, 노래하고, 춤추며, 아름다운 음악을 듣는 시간을 가져야합니다. 침묵하며 자연을 즐기고, 나무와 풀꽃과 함께 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합니다. 새소리를 많이 듣게 해 주고, 자연에 것을 좀 더 많이 사랑하도록 일깨워 주어야합니다. 그게 아이들이 바라는 것이요 더없는 사랑법입니다. 그런 사람의 눈에는 아이들이 소중하고 신성한 존재들로 보입니다. 아이들은 자기 방식대로 활짝 피어나도록 모든 생각을 열어주어야 합니다.


한데도 지금 우리의 교육 현실은 그런 것에 조화를 이루고 수렴하기보다는 오히려 거친 삶을 강요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올바른 경쟁은 남과 하는 것이 아니고 자기 자신과 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교육현장은 곪아 터진 신자유주의의 이데올로기가 아이들을 망치고 있습니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