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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만큼 자식의 소질을 잘 아는 사람은 없다

박종국에세이/박종국칼럼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2. 10. 22.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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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만큼 자식의 소질을 잘 아는 사람은 없다


박 종 국( 칼럼니스트)


불과 십여 년 전만해도 초·중·고교생을 상대로 한 '장래희망' 조사를 보면, 대통령, 장군, 과학자, 의사, 변호사, 판사, 대기업 사장이 우선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그 선호도가 판이하게 달라졌다. 배우, 가수, 모델 등 연예인의 순위가 절대적으로 높고, 운동선수(축구, 야구)나 요리사, 헤어디자이너, 컴퓨터 프로그래밍, 제빵기술사, 애완동물 사육사, 와인제조, 비행기 조립 등 청소년이 꼽는 장래희망은 다양하다.


지난 15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생까지 6,291명을 대상으로 희망 직업을 조사한 결과, 초등학교 교사가 가장 많이 선호되는 직업으로 나타나 1위를 차지했고, 2위는 의사, 3위는 공무원, 그리고 4위는 중고교 교사가 차지했다. 또, 간호사와 경찰도 10위권 안에 들었으며, 연예인은 9위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남학생의 경우 운동선수와 경찰, 직업군인을 많이 꼽았고, 여학생은 간호사와 연예인, 비행기 승무원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2001년과 다른 점은 간호사, 직업군인, 경찰과 같이 안정성이 강조되는 직업들이 훨씬 더 순위가 급격하게 높아지는 반면, 10년 전 4위였던 사업가는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고, 회사원도 순위가 하락해, 경제 불황이 학생들의 직업선택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사회에 자녀를 둔 부모라면 자식이 인문계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을 나오고 안정된 직장에 취업하길 바라는 게 당연지사다. 또 자녀가 공부를 잘하면 적성에 관계없이 판·검사나 의사가 되기를 원한다. 자녀가 소질이나 특성에 맞는 분야에서 성공하도록 이끌기보다는 부모의 희망이 우선이다. 장래 직업 선택에 있어서 자녀는 부모의 영원한 소유물이다.


때문에 우리의 청소년들이 자기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찾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청소년은 좋아하는 일과 잘할 수 있는 일이 다른 경우도 많다. 게임에 매달린다 해서 컴퓨터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어지간한 노래와 춤 실력으로는 아이돌 그룹 근처에도 못 가는 세상이다. 연예인 지망생이 하도 많다 보니 관련 기획사 주변을 맴도는 청소년이 서울에만 1만여 명이나 되고, 이로 인해 성형외과만 톡톡히 재미를 보는 형국이다.


아무리 평범한 청소년이라도 어느 한 분야에서는 뛰어난 것이 있다. 박찬호, 박세리, 박지성은 남들이 공부에 천착하는 것만큼 운동에 매진했던 젊은이였다. 김연아, 손연재 선수도 마찬가지다. 이창호·이세돌이 공부를 잘해서 바둑 세계 최고수가 되었는가. 정명훈은 학업성적이 우수해서 세계 지휘자가 되었는가. 그들 또한 자기가 잘하는 분야에서 분투노력했던 결과 선망의 위치에 올랐다.


‘피에타’의 김기덕 감독은 초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인데도 세계 3대 영화제 가운데 하나인 베니스 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황금사자상)을 받았다. 그는 서울 청계천 면 공장에서 10대를 보내고, 해병대 복무를 한 뒤, 프랑스에서 거리의 화가생활을 하던 중 보게 된 영화에서 충격을 받아 영화계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수상을 계기로 별종 취급받았던 그는, 충무로의 영화인들과의 두텁던 벽도 허물고, 대중의 인식도 확연하게 달라졌다.


가수 싸이는 ‘강남스타일’로 유투브 조회수가 수억만 건을 기록하고, 빌보드 차트에 2위에 오르는 등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유명세를 얻고 있다. 또 미국대표 지상파방송 NBC의 간판프로에 출연한 싸이는 “부모 몰래 미국 명문대를 중퇴하고 음악대로 옮긴 것이 오늘의 자신이 있게 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나 싸이는 스스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길을 찾은 케이스다.


하지만 이들이 장차 우리 아이들의 직업을 좌우하는 바로메타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이미 아이들세대와는 다른 직업군이다. 중요한 것은 부모가 자식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주고, 그 길을 갈 수 있도록 부추겨 주어야 한다. 부모만큼 자식의 소질을 잘 아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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