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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무드 읽기

세상사는얘기/소요유소요유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3. 4. 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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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무드 일기>

 

포도원과 여우

 

한 마리 여우가 포도원 옆에 서서 군침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포도원 안에는 잘 익은 포도 송이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습니다. 여우는 금방이라도 뛰어 들어가 포도를 마음껏 따먹고 싶었지만, 포도원 둘레에는 높은 울타리가 쳐졌기 때문에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울타리 주위를 여기저기 살폈지만 기어 들어가기에는 구멍이 너무 좁았습니다.

 

여우는 곰곰이 생각한 끝에 사흘동안 굶기로 했습니다. 사흘을 굶은 여우의 몸은 매우 훌쭉하고 가늘어졌습니다. 마침내 여우는 울타리 사이로 기어서 포도원으로 들어가는 데 성공했습니다.

 

사흘씩이나 굶은 터라 여우는 너무 배가 고팠습니다. 여우는 정신없이 맛있는 포도를 따막기 시작했습니다.

"아, 실컷 먹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만족스러운 얼굴로 여우는 아까 기어 들오왔던 그 구멍으로 머리를 내일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몸뚱이가 빠져 나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 구멍은 사흘씩이나 굶고서야 겨우 기어 들어올 수 있었던 작은  구멍이었으니까요. 포도를 마음껏 따먹어 뚱뚱해진 여우가 포도원을 빠져 나가려면 단 한 가지 방법밖에 었었습니다. 여우는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다시 사흘을 굶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간신히 포도원에서 빠져 나온 여우는 힘없이 중얼거렸습니다.

'들어갔을 때나 나왔을 때나 내 뱃속은 마찬가지구나.'

 

많은 것을 생각케 합니다. 어렵고 힘든 때일수록 마음을 비워야 할 텐데, 그게 잘 안 됩니다. 당장에 눈앞에 있는 사실에 그저 함몰됩니다. 허튼 마음, 삿된 욕심은 사람을 망칩니다. 사람의 욕망은 끝이 없습니다. 하나를 가지면 일곱여덟을 가지려고 바동댑니다. 사람이 태어날 때 아무것도 지니지 않은 알몸이었던 것처럼, 죽을 때에도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습니다. 

 

사람은 죽어서 세 가지를 남겨 놓는다고 합니다. 가족, 재산과 명예, 그리고 착한 행실이 그것입니다. 이 중에서 착한 행실을 빼고는 그리 대단치 않은 것들입니다. 오죽하면 천하를 호령했던 알렉산드대왕도 스른여덟살로 죽음에 이르렀을 때 자기를 묻을 관에다 구멍을 뚫어 양손을 내놓으라고 했을까요? 천하영웅 호걸도 죽으면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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