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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의 에세이칼럼-책 읽기를 꺼려하는 아이들

박종국에세이/독서칼럼모음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6. 10. 5.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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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를 꺼려하는 아이들


박 종 국

 

어제 오후 세 분의 어머니를 만났다. 미리 예정하였던 일은 아니었으나, 차 한 잔하며 아이키우는 이야기로 야무진 시간이었다. 어머니들은 '아이가 책을 읽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아무리 '책을 읽어라'해도 아이는 텔레비전을 가까이하고, 컴퓨터 스마트폰에 더 매달린다고 애가 달았다. 하지만 시종일관 경청하기만 했던 나는 당연하다는 말로 아이들을 대변했다. 어른도 머리 아프게 책을 읽기보다 편하게 텔레비전 보고 컴퓨터 오락이 더 즐겁다. 아이들 마음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애써 뜯어 말리려고 목청을 높일 까닭이 없다. 책 읽으라고 다그칠수록 아이는 책을 읽고픈 마음이 확 달아나 버린다.

 

왜 요즘 아이들이 책 읽기를 싫어할까? 그 이유는 단하나다. 아이들이 바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학원과외로 얽매였다. 이 점에 대해서 어머니들은 동감했다. "옆집 아이들은 다 학원과외 받는데, 내 아이만 그냥 두면 뒤쳐질까 싶어 울며 겨자먹기로 학원으로 내몬다고 했다. 이렇듯 단지 점수를 잘 받겠다는 부모의 욕심이 끝내는 책과 담을 쌓게 만든다. 아이는 그냥 책을 읽지 않는다. 아이가 즐겨 책을 읽게 하려면 자유롭게 풀어주어야 한다. 언제나 빡빡하게 얽매인 학원과외로  부담스러운데 어디 책 읽을 기분이 들겠는가? 부모가 먼저 생각을 바꾸어야한다. 그저 책만 읽히겠다고 부모 고집에 아이는 그만큼 책과 멀어진다. 더욱이 무거운 내용의 책은 아이의 마음만 답답하게 할 뿐이다.

 

무엇보다 아이가 책을 읽게 하려면 느긋하게 기다려 주어야한다. 어른도 책 한 권을 다 읽으려면 갖가지 일과 맞서 이겨 내야하듯이 아이도 해야 할 자잘한 게 많다. 부모의 바람대로 선뜻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해서 얼굴을 붉힐 일이 아니다. 먼저, 아이 스스로 읽어야할 책 목록을 뽑아보도록 하는 게 좋다. 그러면 아이가 어떤 책을 읽고 싶어 하는지를 파악하고, 관심 가지는 영역을 캐어본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은 단순하게 재미를 주는 책이다. 아이는 딱딱하고 지루한 내용의 책보다 흥미 위주의 책을 좋아한다.

 

일단 아이가 책을 읽기 시작하면 손에 닿는데 책을 놓아두면 된다. 그쯤이면 책 읽어라 닦달하지 않아도 책을 읽는다. 그 순간부터는 책과 쉽게 만나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아이에게 좋은 책을 챙겨주어야 한다. 아이에게 좋은 책이란 세상에 대한 편견이 없는 책이다. 깨어있는 가치관을 지닌 책이며, 아이의 처지를 이해하는 책이다. 엉뚱하고 기발한 생각을 일깨워주는 책, 글과 그림이 아름답게 쓰였고 그려진 책이다. 내용이 새로워야 하고, 성실하게 공들여 만들어진 책이어야 한다. 재밌고, 설득력을 지녔으며, 감화를 주는 내용, 일관된 주제를 가진 책이어야 한다. 새로운 시도나 신선하고 의욕적인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좋은 책은 책꽂이에서 바쁜 책이다. 책꽂이에서 잠을 자는 책은 좋은 책이 아니다.

 

그럼에도 명심해야 할 일은 아이에게 책 읽히려는 데 욕심을 갖지 않아야한다. 게다가 책을 읽고 반드시 독후감을 써야한다는 일련의 강요는 필요치 않다. 오직 편안한 마음으로 책만 읽도록 놓아주어야 한다. 느긋한 분위기에서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도록 하는 게 바람직한 책 읽기 방법이다. 그러면 애써 책을 읽으라고 잡아끌지 않아도 아이 스스로가 책을 가까이 한다. 아이가 책을 통하여 따뜻한 마음을 일깨우고, 세상을 바라보는 부드러운 눈을 가진다면 그보다 뿌듯한 일에 또 있겠는가?

 

두어 시간 세 분 어머님과의 대화는 '아이들 독서지도방법'에 대해 다시금 추스려보는 기회였다. 내일 다시 만날 아이들, 한층 더 느긋하게 다가선 어머니의 사랑에 얼마나 낯빛이 좋을까싶어 벌써부터 제 마음이 달뜬다.


ⓒ 박종국 2016-31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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