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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통성 있는 책 읽기

박종국에세이/독서칼럼모음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6. 9. 12.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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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통성 있는 책 읽기

 

박 종 국

 

요즘 까닭 없이 컴퓨터게임이나 인터넷에 마음을 빼앗긴다. 책보다 가깝다는 얘기다. 텔레비전도 마찬가지다. 억지로 웃기려는 코미디의 악쓰는 소리, 인기에 편승한 가수들의 부드럽지 못한 노래에 더 이끌린다. 휴대폰을 손에 놓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차분히 앉아 책을 읽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어른아이 따로 없다.

 

하루를 굶으면 견딜 수 없듯이 하루 동안 책 읽지 않으면 마음이 고파서 견딜 수 없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자연 밥 먹듯이 책을 읽는다. 그래도 쉬 밥을 굶듯이 책을 굶는 사람들이 많으리라. 유럽 사람은 불과 오 분만 틈이 생겨도 책을 꺼내 읽는다고 한다.

 

아이에게 독서를 강요하면서 정작 어머니 자신은 책을 읽지 않는다면 부끄러운 일이다. 이 세상의 어느 부모가 자신의 아들딸이 책 읽기를 싫어하도록 내버려두는 경우는 없다. 어머니의 어머니, 아버지의 아버지 때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책 읽으라고 닦달했었다. 그토록 권장했던 책읽기가 아직도 아이들의 귓가에만 맴도는 사실은 참으로 이상한 일 아닌가.

 

단지 공부하지 않는다고, 시험 점수 때문에 야단치는 볼썽사나운 부모님을 통해서는 책이 읽혀지지 않는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시대에 발맞춰 살아가자면 독서를 통하여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받아들이는데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어른이 책 읽는 모습을 보여 주고, 책을 읽도록 세심하게 배려해 주어야 한다. 어떤 일에서 어른은 자기 관점으로 걸러서 받아들이지만, 아이는 그 내용, 그 생각 그대로를 받아들인다. 아이들은 바짝 마른 스펀지다.

 

율곡은 '무릇 독서를 하되 반드시 한 권의 책을 숙독하여서 그 뜻을 모두 알도록 통달하여 의심 없게 된 다음에야 다른 책을 다시 읽어라'고 했고, 안중근 의사는 식민지의 원흉을 물리치고 차디찬 감옥에서 단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고 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몽테스키외는 '독서를 사랑한다는 일은 지루한 시간을 즐거운 시간과 교환이다'고 했으며, 토머스 에디슨은 '독서가 정신에 미치는 영향은 운동이 육체에 미치는 영향과 같다'고 했다. 소크라테스는 '남의 책을 읽는데 시간을 보내라. 남이 고생한 덕분에 쉽게 자기를 개선한다'고 했다. 데카르트는 '좋은 책을 읽으면 과거의 뛰어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일과 같다'고 말했다. 모두가 책읽기를 권하는 소중한 일침이다.

 

책 읽는 버릇을 야무지게 다지기 위해서는 책 읽는 모습을 즐겨 보는 분위기가 마련되어야 한다. 먼저,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줄 때 쉽게 책을 읽는다. 또한 아이가 책을 붙잡고 읽는 인내력을 길러야 한다. 인내력이 없으면 책읽기가 따분해지고 싫증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어머니는 자식을 너무나 사랑한다. 아니, 사랑이 넘친다. 단지 책 읽는 모습만 빼고 그렇다. 대부분 아이들은 아침에 스스로 일어나지 않아도 된다. 혼자서 일어나는 경우는 없다. 시간만 되면 어머니가 어김없이 깨워 주고, 입혀 주고, 먹여 주고, 심지어 일기 숙제까지 거들어 주며, 준비물까지 챙겨 주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자식이 책을 읽는 데는 그다지 성의가 없다. 그러니 요즘 어린이는 따로 고생을 경험할 기회가 없고, 애써 책을 읽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지도 않는다.

글 읽는 소리가 들리는 집은 얼마나 행복할까. 모든 책을 소리 내어 읽을 필요는 없겠지만, 가족이 각자의 방에서 나는 책 읽는 소리를 들으면 얼마나 마음이 편안할까. 부모는 자녀들이 자기 방에서 무얼 하는지 귀 기울여 가며 궁금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지금 현실은 전혀 다른 그림이다. 책을 읽어도 눈으로만 읽을 뿐 입으로는 읽으려 하지 않고 컴퓨터 오락이며 채팅에 빠진다. 텔레비전 소리만 높다. 책 읽으라는 다그침이 대문 밖에서 들린다.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는다. 책을 쳐다보기조차 두려워진다. 집안의 평화가 깡그리 무너진다.

 

발붙이고 사는 지금은 '정보화 시대'다. 정보화 시대는 '대화의 시대'이다. 그 만큼 대화가 중요시된다. 대화는 자기의 생각을 잘 표현해서 남에게 의견을 제시하는 한 방법이다. 따라서 진정한 대화는 자기의 고집만 내세우는 게 아니라, 의견을 나누면서 자기의 뜻을 밝히고, 남의 의견도 존중하며, 좋은 의견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그 바탕이 되는 게 책 읽기다. 자기 생각과 주장을 또렷하게 이야기하는 아이를 만드는 방법 중의 하나가 독서다.

 

올바른 독서는 책 읽는 좋은 행동과 인내력을 가진 태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좋은 책을 고르기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좋은 책이란 '양서'를 말한다. 그러나 모든 책이 다 양서가 되는 건 아니다. 책 중에는 표지가 요란하거나 호화롭게 만들고, 눈을 끌기 위해 욕심을 앞세운 책도 많다. 뿐만 아니라 싸게 파는 책, 날림으로 만든 책, 남의 출판사 책을 베낀 불량서적도 적지 않다. 또 잘 팔리는 책, 우습고 아슬아슬한 재미에 치우친 흥미 위주의 명랑 소설이나 공포 괴기소설 등 단순히 읽기 쉽다거나 재미로 선택하게 되는 책도 다수다. 그러나 이러한 책읽기는 위험하다. 가능하면 몸과 마음을 올바르게 키워주는 좋은 책을 골라 읽어야 한다.

 

사람의 됨됨이는 어릴 때 갖추어진다. 이를 '인성'이라고 하는데, 부모의 생활 태도나 선생님의 가르침에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보다 중요한 일은 성장기 아이들이 어떠한 책을 접하였는가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아이들은 좋고 나쁜 책을 쉽사리 구분하는 능력이 없다. 그렇기에 책을 고르는데 그 내용이나 형식에 어른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고, 애정을 갖고 다정스레 이끌어주어야 한다.

 

우선 책의 형식면에서 좋게 소개되된 책을 고르고, 지은이가 분명하고, 훌륭한 분들의 책을 선택하는 게 좋다. 출판사도 그 방면에서 인정을 받는 쪽으로 선택하면 바람직하다. 책의 발행 연도가 최근이면 좋은 책이다. 문장의 경우에도 알기 쉽고 내용과 분량이 적당해야 한다. 내용면에서도 그 책이 삶의 가치를 보람되게 하고, 마음을 밝고 명랑하게 이끌어 주며, 올바른 생활 태도를 길러 주는가를 차분히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역사나 과학적 지식을 쌓음에 도움이 되는지, 도덕이나 예술·종교적 교양을 높임에 도움이 되는지 가려보아야 한다.

 

경험으로 판단하건대, 무섭고 비참하고, 잔인하거나 나약하고, 안일한 감상적 이야기의 책은 피하는 게 좋다. 또한 옳지 못한 방법으로 승리를 한다거나, 약자가 강자를 무조건 골탕 먹임으로써 승리한다는 내용도 좋지 않다. 책의 내용은 정당해야 하고, 이치에 맞는 책을 선택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이들의 경우 감상력은 뛰어나지만 비판정신은 덜 성숙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책을 선택하면 끝까지 읽겠다는 꾸준한 인내력과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베이컨은 '어떤 책은 맛을 보고, 어떤 책은 삼키고, 소수의 책은 잘 씹어서 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박종국2016-28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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