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스스로 책을 읽지 않는 어른들

박종국에세이/독서칼럼모음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6. 12. 13. 12:15

본문

728x90





스스로 책을 읽지 않는 어른들

성인 평균 독서량은 한 달에 한 권이 채 안 돼


박 종 국


가끔 마음이 헛헛할 때 명심보감을 꺼내 읽곤 합니다. 시집을 가까이하면 '마음을 채우는 좋은 방편'이 되기도 하지만, '영혼이 따뜻해지는 글'을 읽을 때면 항상 건강하게 살아감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스스로 마음을 낮추고, 사소한 데 자기를 들춰내지 않으려는 하심(下心)이 발현되기 때문입니다. 평소 책을 가까이 하는 덕분이기도 하지요.


책은 읽는 사람에게 우정을 나누어 줄 뿐만 아니라, 충고와 기쁨을 주는데도 인색하지 않습니다. 위안을 주며, 사랑을 주고, 지혜를 줍니다. 그래서 책을 읽는다는 일은 곧 엄청난 즐거움 세계로 들어가는 길입니다. 책을 읽는 사람은 참된 벗이나 친절한 충고자, 유쾌한 반려자나 충실한 위안자의 결핍을 느끼지 않습니다.


인체는 공기를 필요로 하듯이 정신은 지식을 필요로 합니다. 시간이 없다고 해서, 더구나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배우는 일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맹자는 배움을 일컬어 우물을 파는 일과 같다고 했습니다. 또 끝까지 노력하여 샘에 이르지 못하면 우물을 파지 못합니다. 하여 사람은 마땅히 일생 동안 쉼 없는 독서력을 가져야합니다.


'영혼이 따뜻해지는 글'을 읽을 때면 저절로 하심(下心)이 발현돼


J. 러스킨은 교육의 참된 목적은 사람들에게 착한 일을 하도록 강청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착한 일을 하는 그 자체에서 기쁨을 발견하도록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그는, 교육이 사람들을 결백하게 만들고, 그 결백함을 사랑하도록 하며, 정의를 지키게 할 뿐만 아니라 정의에 대해서 목마르게 희구하게 만든다고 했습니다.


요즘 너무 다기능화 된 사회에 살아서 그런지 책을 가까이하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책을 읽기보다 더 흥미를 끌고, 기쁨을 주는 놀이거리가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예전 같으면 여럿이 어울려야 놀이가 되고, 서로 힘을 모아야 무엇 하나라도 이끌어냈으나, 지금의 아이들은 컴퓨터 휴대폰 하나면 혼자서도 잘 놉니다. 그러니 책과는 금방 담을 쌓고 맙니다. 


우리나라 평균 독서량은 얼마나 될까요? 놀라지 마세요. 성인 평균 독서량은 한 달에 한 권이 채 안 되고, 도서 구입비는 연간 10,000원이 안 된다고 합니다. 굳이 통계 자료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스스로 책을 읽지 않는 어른들이 많습니다. 더우기 신기한 일은 절대 책을 읽지 않는 부모일수록 자기 자녀만큼은 책을 읽는 게 좋다는 걸 안다는 사실입니다. 스스로 책을 읽지 않는 어른들이 어떻게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이야기 할까요. 더구나 요즘같이 책보다 더 재밌는 게 많은 세상에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내 자신도 아이들을 어떻게 설득하는 게 정말 힘이 듭니다.


스스로 책을 읽지 않는 어른들이 많아


성인의 경우도 마찬가지겠지만 아이들이 즐겨 책을 읽게 하려면 무엇보다도 책을 다양하게 만나는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합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은 단순한 흥미를 주는 책입니다. 아이들이 부담 없이 책을 읽게 하려면 흥미 위주의 책을 골라 주어야합니다. 무거운 내용의 책은 아이의 마음만 답답하게 하고, 좋은 책만 읽히겠다는 욕심을 가질수록 그만큼 책과 멀어집니다. 책꽂이에서 잠을 자는 책은 좋은 책이 아닙니다. 아이의 마음을 살려내는 책은 언제나 아이들 손에 닿습니다.


아무리 책을 읽히려고 해도 아이들은 텔레비전을 보려고 하고, 컴퓨터 앞에 오래 앉으려고 하는 고집합니다. 어른들도 머리 아파가며 책을 읽기보다 마음 편하게 텔레비전 보고 컴퓨터 오락이 더 즐겁지 않습니까. 아이들 마음도 그러합니다. 애써 뜯어 말리려고 목청을 높일 까닭이 없습니다. 과유불급. 지나치면 차라리 아니함만 못합니다. 책 읽으라고 닦달하면 아이들은 책을 읽고픈 마음이 닫힙니다.


기다려 주어야합니다. 어른들도 책 한 권을 다 읽으려면 갖가지 일들과 맞서 이겨 내야하듯 아이들도 해야 할 자잘한 일들이 많습니다. 부모의 바람대로 선뜻 따라하지 않는다고 해서 얼굴을 붉힐 일이 아닙니다. 먼저 아이 스스로 읽어야할 책 목록을 뽑아보도록 하는 게 좋습니다. 그러면 아이들이 어떤 책을 읽고 싶어 하는가를 파악하게 되고, 관심 있어 하는 영역을 캐어보는 힘이 길러집니다.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책이란 세상에 대한 편견이 없는 책입니다. 진보적인 가치관을 지닌 책이며, 어린이의 처지를 이해하는 책입니다. 엉뚱하고 기발한 생각을 일깨워주는 책이어야 하며, 글과 그림이 아름답게 쓰고 그려진 책입니다. 내용이 새로워야 하고, 성실하게 공들여 만들어진 책이어야 합니다. 이는 성인들도 마찬가지겠지요.


좋은 책은 책꽂이에서 바쁜 책


그러나 무엇보다도 재밌고, 설득력을 가지고, 감화를 주는 내용, 일관된 주제가 담긴 책을 권해야 합니다. 새로운 시도나 신선하고 의욕적인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좋은 책은 책꽂이에서 바쁜 책입니다. 그보다 중요한 일은 아이들에게 책 읽히려는 데 욕심을 갖지 않아야 합니다. 또한 책을 읽고 반드시 독후감을 써야한다는 일련의 강요를 하지 않아야합니다. 자유롭게 책만 읽도록 배려해야 합니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도록 하는 게 바람직한 책 읽기 방법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단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데 애착을 가져야 합니다. 개미는 작아도 탑을 쌓는다고 했습니다. 날마다 바른 마음 되게 깨우쳐 가는 삶이야말로 진리에서 즐거움을 발견하는 일이요, 참으로 좋은 향기 나는 인생을 꾸려 가는 길입니다. 하나의 옥돌이 다듬어져 훌륭한 그릇이 되기까지는 각고면려(刻苦勉勵)해야 합니다. 배우기 위해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던지기보다 더한 아름다움이 없습니다.


책은 그저 재밌게, 부담 없이 읽으면 충분합니다. 1080이란 말처럼어렸을 때의 좋은 습관은 여든까지 이어집니다. 책을 읽기가 첨단과학정보화 시대에 자질구레한 일 같지만, 묵혀두면서 곰팡내 나는 책을 읽는 사람은 활자 냄새를 즐깁니다. 하늘만 알고 하늘의 이치를 몰라서는 안 됩니다. 사람 사는 도리를 깨닫기까지는 그침 없는 책 읽기를 계속 하여야 합니다.


/장애인 종합정보지 『한빛소리』, 2009년 12월호(통권162호).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