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이들은 책 읽기를 싫어하나

왜 아이들은 책 읽기를 싫어하나

 

박 종 국

 

요즘 학교는 학부모상담주간입니다. 그저께 세 분의 어머니를 만났습니다. 어제도 네 분의 어머니를 뵈었습니다. 손녀를 애지중이 돌보는 할머님, 어머님, 따님 삼대가 함께 자리했습니다. 미리 예정된 자리라 부담 없이 아이 키우는 자잘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근데, 아이가 책을 읽지 않는다고 얘기가 많았다. 텔레비전을 더 가까이하고, 컴퓨터 앞에 오래 앉으려하고, 스마트폰을 놓지 못한답니다.

 

듣고보니 당연한 이야기였다. 어른도 머리 아파가며 책을 읽기를 꺼려합니다. 그럴진대 마음 편하게 텔레비전 보고 컴퓨터 오락하는 게 즐겁습니다. 아이의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애써 뜯어 말리려고 목청을 높일 까닭이 없습니다. 책 읽으라고 다그칠수록 아이는 책을 읽지 않습니다.

 

왜 요즘 아이들이 책 읽기를 싫어할까요? 그 이유는 단하나입니다. 아이들이 바쁩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학원과외로 얽매여 삽니다. 이 점에 대해서 어머니 모두 공감합니다. 단지 점수를 잘 받겠다는 부모의 욕심이 끝내는 책과 담을 쌓게 만들었다고.

 

아이는 그냥 책을 읽지 않습니다. 아이가 즐겨 책을 읽게 하려면 자유롭게 풀어놓아야 합니다. 언제나 빡빡하게 얽매인 학원과외로도 부담스러운데 어디 책 읽을 기분이 들겠습니까? 이 점에서 부모가 먼저 생각을 바꾸어야합니. 억지로 책을 읽히겠다고 고집할수록 아이는 그만큼 책과 멀어집니다. 더욱이 무거운 내용의 책은 아이의 마음만 답답하게 할 뿐입니다.

 

또 아이가 책을 읽게 하려면 기다려 주어야합니다. 어른도 책 한 권을 다 읽으려면 갖가지 일들과 맞서 이겨 내야하듯이 아이도 해야 할 자잘한 일들이 많습니다. 부모의 바람대로 선뜻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해서 얼굴을 붉힐 일이 아닙니다.

 

먼저, 아이 스스로 읽어야할 책 목록을 뽑아보도록 하는 게 좋습니다. 그러면 아이가 어떤 책을 읽고 싶어 하는지를 파악하게 되고, 관심 두는 영역을 쉽게 캐어냅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은 단순하게 재미를 주는 책입니다. 아이는 딱딱하고 지루한 내용의 책보다 흥미 위주의 책을 좋아합니다.

 

일단 아이가 책을 읽기 시작하면 손에 닿는데 책을 놓아두면 됩니다. 그쯤이면 책 읽어라 다그치지 않아도 책을 읽습니다. 그 순간부터는 책과 쉽게 만나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게 중요합니다. 무엇보다도 아이에게 좋은 책을 챙겨주어야 합니다.

 

아이에게 좋은 책이란 세상에 대한 편견이 없는 책입니다. 진솔한 가치관을 지닌 책이며, 어린이의 처지를 이해하는 책, 엉뚱하고 기발한 생각을 일깨워주는 책, 글과 그림이 아름답게 쓰였고 그려진 책, 내용이 새로워야 하고, 성실하게 공들여 만들어진 책, 재밌고, 설득력과 감화를 주는 내용, 일관된 주제를 가진 책이어야 합니다. 새로운 시도나 신선하고 의욕적인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좋은 책은 책꽂이에서 바쁜 책이어야 합니다. 책꽂이에서 잠을 자는 책은 좋은 책이 아닙니다.

 

명심해야 할 일은 아이들에게 책 읽히려는 데 욕심을 갖지 않아야합니다. 게다가 책을 읽고 반드시 독후감을 써야한다는 부담은 주는 일련의 강요는 필요치 않습니다. 오직 편안한 마음으로 책만 읽도록 놓아주고, 느긋한 분위기에서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도록 배려하는 게 바람직한 책 읽기입니다. 그러면 애써 책을 읽으라고 다그치지 않아도 아이 스스로가 책을 가까이 합니다. 아이가 책을 통하여 따뜻한 마음을 일깨우고, 세상을 바라보는 부드러운 눈을 가진다면 그보다 뿌듯한 일에 또 없습니다.

 

두어 시간 어머님들과 대화는 봄꽃향기처럼 신선했습니다. 한층 더 자유롭게 헤아리고, 보다 느긋하게 배려하는 어머니의 사랑 듬뿍 받은 아이들, 얼마나 얼굴빛이 좋을까싶어 벌써부터 내 마음이 달뜹니다. 내일 다시 만날 반 아이들 하나하나.

/박종국참살이글2017-160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