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어느 노인의 유언장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7. 2. 3. 13:56

본문

728x90

어느 노인의 유언장



그는 재산도 많아 남부럽지 않게 살았습니다. 죽기 전까지 건강도 좋았고, 봉사활동도 많이 해서 사회적으로 명망도 어느 정도 받았습니다. 자녀도 넷이나 두었는데, 모두 잘 살고, 사회적 지위도 높았습니다.
그런데 그는, 유언에 유산의 대부분을 자신의 후처에게 남겼습니다. 집에서 기르던 개에게도 상당한 액수의 재산을 남겼으나, 자녀들에게는 거의 주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자녀들이 이에 반발하였습니다. 집안 사람들도 어떻게 그렇게 하느냐며 노인을 비난하였습니다.
"늙은이가 망령이 들었지."
"후처한테 쏙 빠졌던 거야."
"젊은 마누라 마술에 걸려든 거지."
"후처로 들어갈 때부터 꾸민 계략에 걸렸어."
특히, 기르던 개한테도 막대한 돈을 주었다는 데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하였습니다.
'자식들이 개만도 못하게 되었다'고 비아냥 거리기까지 하였습니다.


노인은 70세가 넘어서 아내가 죽고, 몇 달이 지나지 않아서 30대의 젊은 여자를 후처로 맞아들일 때에도 사람들은 말이 많았습니다.
그때 그는 몸이 불편하지도 않았고, 옆에서 간호해 줄 만큼 병고로 시달리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입방아를 찧었습니다.
"늙은이가 주책이지, 그 나이에 무슨 재취야."
"아마 기운이 넘쳐나는가 보지?"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젊은 여자를 맞아들여."
"막내딸보다도 더 젊어요, 글쎄."
"재취를 하더라도 분수가 맞아야지."
그러면서 모두 젊은 여자가 틀림없이 재산을 노리고 들어왔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것이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많은 나이 차이에도 다정한 부녀처럼 서로 재밌게 10년을 넘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80세가 넘어 죽은 그의 유서에는 자식들에게 주는 이런 내용이 씌였습니다. 

"너희는 나와 가장 가까운 나의 자식들이다. 그래서 너희는 지금까지 오래 동안 내게서 많은 혜택을 받고 살았으며, 현재도 남부럽지 않게 산다. 물론, 가장 많은 유산을 상속받을 자격을 가졌다. 하지만, 생각해 보아라. 내가 괴로울 때 누가 진실로 위로해 주고, 내가 아플 때 누가 지켜보며 함께 아파했었는가?
울적할 때 마음을 풀어주고, 심심할 때면 함께 놀아준 게 누구였더냐? 너희들은 아느냐? 예쁜 꽃 한 송이가 얼마나 즐겁게 하는가를. 정겨운 노래 한 가락이 어떻게 가슴을 뛰게 하는지를. 정은 외로울 때 그립고, 고마움은 어려울 때 느껴진다.
그러므로, 행복할 때의 친구보다 불행할 때의 이웃이 더욱 감사하다. 병석의 노인에게는 가끔 찾는 친구보다 늘상 함께 지내는 이웃이 훨씬 더 고맙다. 한창일 때 친구가 재롱을 피우는 귀여운 자식들이라면, 늙어서 친구는 내 어린 시절의 부모와 같은 분들이다.
그러므로, 내게 너희는 친구다. 너희 젊은 계모와 검둥이는 내게는 부모와 같은 존재들이다. 내가 왜 자식인 너희보다 나의 젊은 아내와 개에게 대부분의 유산을 물려주었는지를 이제 이해할 거다."
 
그러면서 그 노인은 이런 말을 덧붙였습니다.
"젊은 아내가 못된 계모로 살아도 내게는 가장 소중하고 고마운 사람이었다. 설령 유산을 노리고 들어왔다 하더라도 그가 내게 잘 하는 이상 내게는 그것이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이 내 인생의 가장 괴롭고, 힘없고, 외로운 마지막 시기를 그래도 살맛이 나게 했고, 위안을 받으며 살게 해 주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힘없이 외로이 사는 노인에게는 어떻게 해주는 게 가장 필요하며,
어떤 사람이 진실로 소중한 사람인가를 깊게 생각하길 바란다."

|박종국

'세상사는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록펠러의 삶  (0) 2017.02.12
행복은 스스로 가꾸어가는 나무다  (0) 2017.02.03
오뎅 열 개  (0) 2017.02.03
한 순간에 뒤바뀐 인생   (0) 2017.02.02
작은 관심  (0) 2017.01.19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