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농산어촌을 살려내는 팜스테이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7. 6. 15. 16:39

본문

728x90

농산어촌을 살려내는 팜스테이


박 종 국


  농촌 무너지는 소리 들린지 오래다. 이미 우리 농업은 개방화 국제화 물결 속에서 경쟁력을 잃었다. 대부분 농가는 감당하지 못한 규모의 부채더미와 불안정한 소득 구조로 생존마저 위협받았다. 농촌을 떠나 사람이 많다. 더러 귀농하는 사람이 농촌을 찾아든다. 그러나, 이촌향도(離村向都)는 먼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다.


  농촌 환경이 무차별적 난개발로 신음한다. 환경오염도 심각하다. 때문에 농촌공동체는 급격한 인구감소로 더욱 쪼그라들고, 노령화로 활력을 잃었다. 이제 우리 농촌은 회생 불능의 처지에 놓였다.


  한번 고향을 떠난 사람은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는다. 작년 한 해 동안 창녕지역에 출생 신고 된 아이가 백 여 명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 농촌사회 젊은 사람은 거의 다 떠났다. 그만큼 청․장년층의 이농 현상은 심각하다. 살기 힘들다는 하소연으로 땅이 꺼진다. 농촌 사람이라면 더 이상 농사 짓는 게 미친 짓임을 안다.


  반면에 도시 생활은 어떤가? 어려운 경제상황에도 물질적 풍요로 연일 흥청망청댄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우후죽순처럼 솟아나는 아파트 숲, 물 밀 듯이 도로를 꽉 메운 차량들의 물결, 콩나물시루같이 부대끼며 사람들로 넘쳐난다. 게다가 휘황찬란한 밤거리 네온불빛, 그 자체만으로도 눈이 시리다. 그렇기에 부나비처럼 오직 도시로만 향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그런데 도시의 삶은 행복한가. 내가 농촌에 산다고 해서 농촌의 삶을 옹호하려는 건 아니다. 또한 도시의 생활을 폄하하는 의도는 더더욱 아니다. 나 역시 지난 삼십 년을 도회지에서 살았다. 그래서 거대한 도시 문화적 생리를 잘 안다.


  도시생활은 물질적인 풍요는 누릴지 모르나 마음의 풍요는 농촌생활만 못하다. 닭장같이 빼곡히 붙여짓는 건물로 녹지 공간이 부족하고, 만성적인 교통체증과, 대기 환경은 날로 악화되는 속에 숨 쉬고 살 형편이 아니다.


  도시 사람이 겪는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는 이루다 헤아릴 수 없다. 계절의 변화조차 느끼지 못하는 콘크리트 환경 속에서 아이들은 치열한 입시경쟁에 내몰리고, 어른은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게 표출된다. 근데도 마땅히 여가를 즐길만한 겨를이 없다. 도시 사람은 누구나 바쁘다. 눈 뜨고도 코 베가는 세상에 그렇게 살지 않으면 당장에 길바닥에 나앉아야할 만큼 삶이 급박하다.     


  하지만 주5일제근무로 생활방식이 바뀐 지금,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여가 활동을 즐기려는 도시민이 늘어났다. 농산물 수입 자유화로 수입 농산물과 식품에 대한 불안감이 평범한 도시민을 푸른 자연과 인정이 오롯이 남은 농촌에 대한 기대로 다가서게 한다. 때문에 자연과 여유를 추구하려는 그린 라이프스타일(green life-style)의 생활방식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이렇듯 도시와 농촌에 걸쳐 상존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은 무엇일까? 도시와 농촌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안이 바로 '팜스테이'(farm stay)다. 팜스테이는 민박과는 달리 농촌이나 어촌, 산촌 등지에서 숙박을 하면서 농사와 그 지역의 특징적인 전통 문화를 체험하고, 인근 명소를 관광하는 ‘농촌․문화․관광’이 결합된 프로그램이다. 최근에 농어촌이나 산촌뿐만 아니라 낙농업에서도 팜스테이를 개발해 참여자들을 맞이하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농촌은 더 이상 농사만 짓는 곳이 아니다. 농촌은 그 자체로 거대한 자연체험학교이다. 자연을 보는 눈을 키우고, 자연을 친구로 만드는 법을 배우며,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우는 더 없이 좋은 학교다. 장수풍뎅이도 만나고, 딸기도 따먹는다, 고구마도 캐먹고, 산나물도 캐고, 곤드레 정식도 맛본다.


  어디 그뿐이랴. 공기 맑은 숲에서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 풀벌레 날개 부비는 소리, 바람에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 개구리 울음소리, 멀리 소쩍새 울음까지 귀 기울이면 더 많은 자연의 소리를 듣는다. 농촌은 누구나 오감을 열어놓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다 느낀다.


  도시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전원생활을 꿈꾼다. 전원생활에 대한 갈증과 갈구는 사람의 본성이다. 그런 점에서 팜스테이는 어른들에게 또 다른 의미다. 그저 돈 많은 사람들이나 은퇴한 사람들이 즐기려는 탈도시적인 전원의 삶이 아니라, 농촌, 어촌, 산촌 등의 다양한 생활과 문화를 맛보고, 농촌에 대한 관심과 이해의 폭을 넓히는 장이 된다. 동시에 자연과 접촉함으로써 팍팍한 삶에 지친 인간성을 회복하는 자아실현 여행이다.


  팜스테이는 분명 농촌 활성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준다. 그렇다고 해서 농촌을 관광지처럼 상업적으로 개발해서는 안 된다. 팜스테이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농작물 재배 체험이다. 그것은 도시에 사는 중장년층에게는 잊고 지냈던 고향의 향수를 느끼게 해 주고, 자라나는 세대에게는 자연과 전통문화의 소중함을 깨닫게 한다.


  때문에 시설 중심의 대규모 개발보다는 농촌다움을 최대한 활용하여 사람과의 부대낌을 크게 해야 한다. 또한 농촌 지역민에게는 소득 증대뿐만 아니라 생활문화를 향상하고, 지역에 대한 애착심을 갖도록 하는 계기가 되어야한다.


  나는 원래 농투성이로 초등학교 졸업 이후 도시에서 삼십 년을 살았다. 그러다가 다시 시골로 돌아가 십년 여 붙박아 산다. 그래서 직접 피부로 느끼는 농촌 현실은 처참하다. 삭막하고, 몰인정하며, 비인간적인 도시와 별반 다르지 않다. 당장에 농사를 지어봤자 손해 볼 게 빤한 데 농투성이들의 속이 탄다.


  그럼에도 아무리 삶이 팍팍하고 어려워도 농산어촌에 도시민이 찾아오면 마을이 활기를 띤다. 논밭에 나가 김 메는 일도, 푸성귀 가꾸기도 즐겁다. 사람 사는 향기 더욱 좋아진다. 이번 주말 가까운 농촌 체험 마을로 홈스테이 떠나보면 안 될까? 아침 출근하다보니 어린 푸성귀 모종을 팔았다. 주말 농장 두어 평 얻어 몇 포기 사다 심어놓으면 솔솔 하게 뜯어먹는 보람을 맛볼거리다.


박종국에세이칼럼

2017년 343편 2017. 06. 15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