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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아이가 책을 가까이 할까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7. 6. 1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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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아이가 책을 가까이 할까


박 종 국


프란시스 베이컨은 '독서는 완전한 인간을 만들고, 토론은 부드러운 인간을 만들며, 논술은 정확한 인간을 만든다'고 했다. 그마큼 책은 읽는 사람에게 우정을 나누어 주고, 기쁨을 주는데 인색하지 않다. 또한 위안을 주며, 사랑을 주고, 지혜를 준다. 책을 읽는 수고로움은 곧 엄청난 즐거움 세계로 들어가는 질료이다. 책을 읽는 사람은 그 자체로 참된 벗과 친절한 충고자를 만난다. 

 

아이를 데리고 서점에 가 보라. 부모와 함께 책을 만나는 자리가 중요하다. 인터넷과 오락에만 매달린다고 다그칠 게 아니다. 아이가 오락에 집착하는 이유는 같이 놀아줄 친구가 없거나 외롭기 때문이다. 자칫 그런 아이는 정서가 메마르고 성격도 거칠어진다.


주말, 가족 모두 서점에서 책 사냥하면 어떨까. 집을 나서기 전에 반드시 아이가 읽고 싶은 책을 한두 권 정해놓고 가야한다. 그러고는 서점에 가서 아이 마음대로 책을 고르게 하는 게 좋다.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을 아이 손으로 골랐다면 '야, 이 책 재밌겠다'는 칭찬과 함께 주저 없이 사 주라.

 

부모의 선뜻한 부추김으로 책을 사게 되면 아이는 그 어떤 책이든 끝까지 읽는다. 그게 아이들 마음이다. 이쯤에 동행했던 부모도 한두 권 골라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다. 그러면 아이는 책을 읽는다. 읽는 비결은 딴 게 아니다.  부모가 몸으로 읽으면 아이들은 저절로 따라 읽는다.    

 

부모가 책을 읽으면 아이도 따라 읽는다

 

부모가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면 그 궤적만큼 아이가 달라진다. 그 반향은 한둘 아니다. 지적인 호기심이 커지고, 상상력도 풍부해지고, 언어 표현력과 사고력이 향상된다. 정서가 풍부해지고, 성격이 좋아지며, 집중력이 향상되고, 차분해진다. 또 혼자서 책읽기를 좋아하며, 공부하는 습관이 저절로 길러진다. 부모자식 간 대화도 잦아진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아이가 책을 가까이 할까? 방법은 여러 가지다. 무엇보다 아이가 부담을 가지지 않고 읽는 책, 좋아하는 책 흥미를 주는 책을 다양하게 만나야 한다. 내용이 무거운 책은 아이 마음만 답답하게 한다. 애써 좋은 책만 읽히겠다는 욕심을 가질수록 아이는 그만큼 책과 멀어진다. 책꽂이에서 잠을 자는 책은 좋은 책이 아니다. 아이 마음에 드는 책은 언제나 아이 손에  와닿는다.


책꽂이에서 잠을 자는 책은 좋은 책이 아니다

 

"아무리 책을 읽어라고 해도 아이는 텔레비전을 보고, 컴퓨터 앞에 앉으려고만 고집해요. 그 꼴을 지켜보는 부모 입장에서는 화가 나요. 하지만 어쩝니까. 아이 행동을 제재하기에 앞서 눅진하게 기다려줍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우리 아이는 잠을 재우려면 책을 그만 읽어라고 몇 번이나 뜯어 말려야 한답니다."

 

'동화를 읽는 어른들의 모임'에서 만난 어느 매장에서 만난 한 어머니의 '자녀독서지도 노하우'이다. 두 아이 엄마는 아이들에게 애써 책을 읽어라고 다그치지 않는다고 한다. 책 읽으라고 다그칠수록 아이들은 책을 읽고픈 마음을 닫아버린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어른도 책 한 권을 다 읽으려면 갖가지 일들과 맞닥뜨려야 한다. 아이들이야 오죽하겠는가.

 

철학자 니체가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언어학을 연구할 때였다. 어느 날 우연히 들어간 서점에서 그는 한 권의 책을 펴들고 시간을 잊은 듯 그 책 속에 빠져들었. 이후 그는 14일 동안 침식을 잊고 그 책만 읽었다. 그리고 그 책을 스승으로 하여 자기 철학을 발전시켰다. 그 책은 바로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집념의 세계』였다.


독서란 그 책을 쓴 사람과의 대화이다. 특히 고전을 읽을 때는 옛사람과 시공간을 초월해서 돈독하게 만난다. 그게 독서의 보람이자 기쁨이다. 때문에 단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책을 쓴 사람의 정신 속으로 깊이 들어가야 한다. 단순한 몰입의 정도여서는 안 된다. 홀딱 빠져야 한다.

 

독서란 그 책을 쓴 사람과의 대화다

 

어떤 책을 솎음하듯 읽고, 또 어떤 책은 삼고 데치듯 버무리듯 읽어야 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때론 맛난 생선을 발라 먹듯이 살점 하나 남기지 않고 온전히 발라가며 읽는 재미를 맛보아야 한다. 간혹 장아찌를 담듯 몇 번이고 책장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고 또 읽어야한다. 야채를 짭조름하게 무치듯 조물조물 읽어도 좋다. 맛깔 나는 음식은 씹을수록 그 맛이 더하듯이 좋은 책은 데데하게 읽을수록 깊은 맛이 우러난다.

  

서점에 들러보니 아무리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책 읽는 사람은 더 느는 편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경제와 경영과 관련한 책들이 많이 팔린다고 한다. 푹푹 찌는 찜통더위에도 서점매장은 상대적으로 시원해서 그런지 북적댔다. 수많은 사람들이 매대에서 책 고르기에 바빴다.


무릇 책 읽는 사람의 모습은 오래도록 붙들어두고 싶을 만큼 아름다웠다.


박종국참살이글

2017년 353편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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