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인구의 십분의 일은 왼손잡이
박 종 국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자체가 행복이다. 더구나 그에 심취해서 보람을 느낀다면 더할 나위 없다. 반 아이들에게 장래 하고픈 일을 물으면 그 대상이 너무 많다. 하고픈 일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아이의 소망은 날마다 바뀐다. 자꾸만 곁가지 붙어서 새싹이 돋는다. 아이들에게 물어봤다. 어른이 되면 어떤 일을 하고 싶으냐고. 그랬더니 녀석들, 두 손 다 꼽아도 모자랄 만큼 할 일이 많단다.
한데 요즘 아이들은 예전처럼 판·검사나 변호사, 의사, 사장이 되겠다거나, 대통령, 장관, 정치가, 장군처럼 허황된 바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보다 당장 눈앞의 일들에 관심 많다. 운동선수가 되고 싶다는 게 단연 최고다. 그밖에도 가수나, 탤런트, 영화배우, 모델, 요리사가 되고 싶단다. 아나운서, 교사, 컴퓨터 게임 매니아 등도 선호하는 직업 중의 하나다. 아이들은 정보통신 미디어의 근접성도 기성세대와는 판이하게 다른 성향을 보인다.
그러나 아이들의 이러한 바람을 함부로 거들면 안 된다. 어른의 잣대로 아이들을 이끌어 가면 도리어 반발력만 크다. 안 된다는 부정적인 낭패감을 안겨주기보다는 무엇이든 해 보라는 허용적인 배려야말로 아이들의 창의성과 가능성을 발현시키는 든든한 바탕이 된다.
칭찬과 격려는 아이의 가소성을 일깨울 뿐만 아니라 자신감을 드높여 준다. 어릴 때 칭찬은 아무리 거듭해줘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필자의 경우 자라면서 왼손잡이였다는 하나만으로 혹독한 질책을 받았다. 그 기억이 너무 아려서 지금도 치유되지 않은 유년기 상처로 남았다. 단지 왼손잡이라고, 그것 하나만으로 서툴고 재빠르지 못하다고 구박을 받았다. 지금은 어느 손을 쓰든 제재하려들지 않지만, 그땐 왜 그랬던지 또래들마저 '왼쪽 잽이'라고 불러대며 놀렸다.
팽이 치거나 자치기, 가위를 잡거나 낫으로 풀을 벨 때도 항상 주눅 들어 먼발치에 물러나서 해야만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정말 부엌의 부지깽이도 일손 거들어야 하는 농번기에 나는 소용되지 못한 채 잔심부름만으로 왼손잡이의 비애를 맛보아야했다.
그렇지만 곰이 재주넘듯 제 할 일은 생기게 마련이다. 어렸을 때부터 왼손잡이는 일손 못된다고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았을망정, 지금은 선생으로 아이를 가르치는 데 왼손잡이가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우선 오른쪽을 가리킬 때 나는 그냥 왼손으로 지칭하면 된다. 오른손잡이 선생님은 그것은 그리 쉽지 않다. 가령, 선생님이 오른손을 든 채 “오른손을 드세요”하면 아이들은 왼손을 든다.
특히 초등학교 교사는 언제나 아이들 입장에서 서서 얘기해야 한다. 칠판에 글을 쓸 때도 편하다. 왼손잡이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쓴다. 율동을 가르칠 때도 너무 자연스럽다. 왼발 먼저 내딛으면 아이들은 오른발부터 따라한다. 요즘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결코 왼손잡이로서의 비애를 느끼지 않는다.
통계적으로 보아 전 인구의 십분의 일은 왼손잡이다. 우리 반에도 네 명이 왼손잡이다. 그들 모두 또래 아이들과 어느 일 하나 뒤지지 않는다. 자라는 아이에게 왼손잡이라고 해서 면박을 주거나 닦달하는 건 타고난 아이의 재능을 짓뭉개는 가혹한 처사다. 어른이 아무렇지 않게 툭툭 던지는 말 한 마디가 아이에게 평생 동안 아픔이 되고 주눅 들게 한다.
당장에 부족하고 미적거리는 듯 보이지만, 아이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어주고 느긋하게 기다려야 한다. 아이가 하고 싶다고 매달리는 일을 북돋워주고, 인정하며, 끝까지 배려해 주어야 한다. 하는 요량을 보아 쓸데없는 짓이더라도 격려와 칭찬하는 든든한 응원군이 되어야 한다. 아이들 아무렇게나 행동하는 듯 보이나, 다 제 생각을 가졌다. 아이의 가능성을 믿어야 한다. 직업에 귀천이 없듯이 아무리 지독한 왼손잡이라도 제 구실하며 산다. 살면서 이뤄낼 가능성은 무한하다.
왼손잡이 아이의 가소성을 충분히 인정하는 여력을 가져보라. 아이의 활기가 단박에 달라진다.
박종국참살이글 2017년 38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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