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일탈
박 종 국
흔히 일탈은 정하여진 영역 또는 본래의 목적이나 길, 사상, 규범, 조직 따위로부터 빠져 벗어남을 의미한다. 개념을 달리하여 사회적인 규범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이나 청소년 비행, 약물 남용, 성적(性的) 탈선 따위도 일탈이다.
또 일탈은 추상적인 개념으로 공간적 개념이 이탈과 차이가 난다. 즉, 인공위성이 애초에 목표로 한 궤도에서 이탈했다. 지금 하는 논의는 본래의 주제에서 많이 일탈했다. 이렇듯 '일탈(逸脫)은 이탈(離脫)과 비슷한듯하지만 쓰임새의 차이를 보이는 말이다. 우선 이탈은 어떤 범위나 대열 따위에서 떨어져 나오거나 떨어져 나감을 뜻하는 말이다. 행군 도중에 대열을 이탈하다는 식으로 쓴다. 이 말은 '본디 속해 있는 무리나 집단 또는 궤도 등을 벗어나서는 안 될 다른 곳에 처하게 됨'을 가리킨다. 구체적인 대오에서 벗어나는 남을 말한다.
일탈의 사전적 풀이는 '정해진 범위나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는 일' 또는 '사회적인 규범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이다. 가령 청소년 비행, 탈선, 약물 남용 따위가 그에 해당한다. 가정교육의 소홀로 말미암아 청소년의 일탈이 늘었다'처럼 쓰인다. 이 말은 추상적인 규범이나 사회적 흐름 기준에서 벗어났을 때 자연스럽다. 정리하면 이탈은 어떤 물리적, 유형적, 구체적 범주에서 벗어나는 나오는 행위를 말한다.
이에 비해 일탈은 '어떤 규범이나 준거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그래서 다소 추상적이고 사회적인 개념을 담는다. 이탈행위라 하면 '시공간적으로 어떤 영역에서 벗어나는 일'을 뜻하고, 일탈행위라 하면 '행위의 양태나 성질 등이 일반적이거나 정상적인 기준에서 벗어나는 일'을 가리킨다. 이탈보다 일탈이 사회적 규범이나 영역을 나타내는 추상적이고 넓은 범위의 개념으로 쓰인다.
어제는 엉뚱한 일탈을 했다. 당초 전에 근무했던 학교 맘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날이었다. 여선생님들이라 모임자리는 당연히 아귀찜으로 정했다. 마침 편도선염과 가벼운 코감기로 약을 먹는 터라 칼칼한 게 당겼다. 교감 선생님은 터 잡이로 당해학교에 근무하시고, 한 분은 정년퇴임 하시고, 둘은 각기 다른 근무지로 옮겼다.
지척에 근무하면서도 3월 이후로 첫 만남이라 만나자마자 옛이야기로, 근황을 여쭙느라 찜을 먹는 둥 마는 둥 이야기보따리를 풀어헤쳤다. 교감선생님은 전문의 사위를 맞을 예정이고, 퇴임하신 실장님은 문화원에 적을 두고 바쁜 시간을 보내시는 중이었다. 예전보다 훨씬 젊게 사는 열정이 부러웠다. 나도 머잖아 교직을 마감하면 그처럼 삶의 활력을 갖고 인생2모작을 자신할까? 백세인생, 아직도 가야할 길 까마득한데.
얘기보따리는 카페에 옮겨서도 계속되었다. 아이들 성장과 살림살이, 건강에 대해서도 한참을 얘기했다. 그 즈음 친구와 문자메시지가 오고 갔다. 그는, 중학교 동기로 부산에서 수석교사로 근무하다 노모 봉양으로 3월부터 고향 후배들을 가르친다. 마침 나는 학교 근무연한 만기라 마산으로 옮겼던 터라 그와의 애틋한 조우는 마음만 달았을 뿐이었다.
근동에 사는지라 모임을 파할 무렵 친구는 한달음에 달려왔다. 어디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랴. 우리는 곧바로 선술집으로 가 우정이 넘치도록 불과하게 마셨다. 난 아직 편도선염과 코감기를 떼지 않았는데, 그 모든 걸 깜빡 잊을 만큼 녹록한 만남을 이뤘다. 코밑수염 거무데데한 얘기부터 잘잘 쏟아졌다. 나잇살 때문이었을까? 졸혼(卒婚)에 관해서도 얘기했었다.
얼마나 진한 자리를 가졌을까? 두어 가게를 들리고 나니 먹구름 잔뜩 내려앉은 캄캄한 밤하늘, 별 하나 보이지 않고 가로등 불빛만 총총했다. 언젠가 거문도에 갔을 때 올망졸망한 섬들이 없었으면 바다가 얼마나 외로웠을까? 까닭 없는 걱정을 했다. 별 하나 보이지 않는 야심한 밤에 친구와 어깨 나란히 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마음이 허했을까? 역시 친구는 해묵을수록 진국이다.
알맞게 취기 오른 우리는 대리운전을 불러 친구 집으로 갔다. 그리고 깨어보니 어제 일이 말갛게 떠올랐다. 어젯밤 친구 집에서 자고 간다는 걸 아내한테 알리지 않았던 거다. 그럼에도 하루 종일 그 사실을 얘기하지 않았다. 그러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컸던 탓이다. 그 동안 다람쥐쳇바퀴 도는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었던가 보다. 엉뚱한 일탈이 새로운 활력인걸 보면.
ㅣ박종국참살이글 2017년 37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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