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대상이 된 인터넷
박 종 국
일반적으로 인터넷 중독은 의사소통장애로, 비현실적 의사소통 방법에 의존한 결과이다. 하여 중독 현상을 보이는 이들은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겨를 없이 자판 두드리는데 바쁘다. 말이 필요 없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컴퓨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인터넷 접속 자체에만 강박적인 집착을 갖는다. 또한 이들은 인터넷 접속 상태에서 자기 의지로 벗어나지 못한다, 종료 후에도 인터넷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궁금해 하고 내내 불안한 증상을 보인다.
통계에 따르면, 정보검색이나 채팅, 게임 등을 위해 인터넷을 이용하는 우리나라 10∼30대 3명 중 1명꼴로, 중·고등학생의 40% 가량이 인터넷에 중독됐다는 보고다. 조사결과, 개인이 느끼는 소외 수준이 높을수록, 인터넷 이용시간이 많을수록, 인터넷 접속을 게임과 채팅, 메일 등 비현실적 의사소통 방법만을 고집할수록 인터넷 중독의 정도가 심하다고 드러났다. 학업 성적이 낮은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인터넷 중독의 양태는 여러 가지로 나타난다. 인터넷 채팅이나 게임 중독에 빠지면 사람 만나기를 꺼려하거나 불안해하고, 조급해하는 일이 겹쳐진다. 대인관계 회피나 강박관념의 여러 증상이 심화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평범한 인간관계에서 얻지 못하는 관심과 흥미를 채팅이나 게임 등을 통해서만 해결하려고 몰입한다. 그런 까닭에, 심한 경우에는 환각 등의 정신병 증세를 나타낸다. 그 폐해는 마약이나 음주와 비견된다. 특히 인터넷에 대한 의존성이 높을수록 개개인이 느끼는 무력감이나 규범 상실감의 정도가 크고, 고립감과 소외수준 또한 높아 폐쇄적인 성향을 보인다.
인터넷 중독은 사회 병리 현상으로, 청소년의 정신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가정과 사회의 불행을 초래한다. 현재 우리나라 청소년 중 10.6%가 심각한 게임 중독이다. 물론 성숙한 게임문화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기에 게임중독이 심화되었다. 게임 중독의 병폐는 일단 중독되면 습관성 마약의 경우처럼 치료하기가 쉽지 않고 덧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인터넷 중독의 병폐가 이러한데도 왜 청소년이 게임에 몰입하며 재밌어 하는 걸일까(이는 성인도 마찬가지다). 그 이유는 온라인 게임의 경우 기존의 게임과는 달리 청소년을 매료시킬만한 충분한 관심거리다. 미성숙한 청소년의 경우 자신의 행위에 대한 옳고 그름을 따져 생각하는 판단력이 부족하기에 쉽게 게임에 빠진다. 성인들이 게임에 심취하는 이유도 똑같은 맥락이다.
리니지 게임은 시간을 두고 투자한 만큼 게임 속의 캐릭터가 성장한다. 그러니까 게임을 오랫동안 할수록 여러 아이템을 확보하며, 자신이 소망하는 캐릭터의 힘도 강해진다. 때문에 실제 게임에서 상대방을 제압하려면 자연 오랜 시간을 투자할 수밖에 없다. 스스로를 통제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 청소년들이 이렇게 집착하는 게 당연하다.
문제는 이런 게임의 속성을 모르는 어른이 '무조건 게임을 하지 말라'고 닦달하며 강요하는 데서 빚어지는 대화의 단절이다. 이미 기성세대도 1920년대 라디오에, 1970∼80년대 텔레비전에 중독됐고, 90년대 말부터 인터넷 전염을 겪었다. 앞으로 전이될 새로운 '중독'을 쉽게 예견할 수 없다. 최근의 인터넷 중독도 이런 문화 변용 현상의 하나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 청소년의 게임중독을 치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도 기성세대가 여러 게임의 속성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게임의 폐해만을 따져 생각하는 고정관념을 바꾸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청소년 스스로가 게임을 적절하게 통제하도록 그 방법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게임 중독 기간이 짧으면 그만큼 빨리 치료한다.
다음으로 아이와 충분한 의사소통 채널을 가져야 한다. 의사소통 결과 합의점이 도출되면 폐쇄된 공간에의 인터넷 사용시간을 줄이고, 현실적 공간에서 가능한 신체적 활동시간을 늘려야 한다. 취미활동과 연극, 영화, 콘서트와 같은 문화생활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컴퓨터로부터 대안활동할 공간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한때 아편이 중국인의 정신을 피폐시켰듯이, 이제 인터넷이 우리 사회의 정신과 윤리를 파괴시킨다. 바쁜 일상이지만 가족 간의 대화의 시간을 늘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단지 인터넷 중독을 바로잡겠다는 명목으로 행해지는 꾸중과 질책이 더 이상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이의 눈높이로 다가서야 한다.
인터넷 중독을 보이는 아이에 대해서 무조건적 강압적 저지보다는 대화를 통해서 인터넷 사용에 대한 통일된 견해와 입장을 공유해야 한다. 또한 스스로 문제 사태를 인식하도록 도와주고 배려하는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정부와 학교, 학부모와 게임업체가 상호 협력하여 게임 중독을 치유하려는 시스템 구축도 시급한 과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 아이는 쓰레기(spam) 메일이 범람하는 가운데 각종 음란물이나 폭력 게임, 욕설과 바이러스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되었다. 혼자만의 밀폐된 공간에서 사이버 중독증에 감염된 인터넷 환자가 부쩍 늘었다. 이들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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