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도 아름답게 늙어야
박 종 국
예나지금이나 노인은 우리 생활에 모든 일을 관장했던 어른으로서 존경의 대상이었다. 그랬던 노인의 지위가 불과 반세기도 채 안 되는 기간에 무너져 버렸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힘없이 공원 벤치에 앉은 남루한 옷차림의 노인, 산행지 초입에 모여 앉아 화투치고 노래하는 노인들, 노인정에서 하루 종일 화투치는 노인들, 지하철에서 버티어 앉은 젊은이 앞에 선 노인의 모습은 참 어정쩡하다.
아무래도 젊었을 때 깔끔하게 모양냈던 사람도 늙으면 달라진다. 주름살이 늘고, 행동도 굶뜨고, 피부도 거무데데하게 거칠어진다. 나이들면 당연히 늙수그레해진다.
그럼에도 노인은 생활에 절제가 필요하다. 목욕하고, 이발해서 몸을 단정하게 부시고, 옷도 깨끗하게 입어야 한다. 소지품도 깔끔하게 정리하면 늙음 그 자체가 결코 누추하게 보이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몸가짐도 잘 해야 한다. 젊은이는 아무렇게 차려 입어도 지저분하다는 말은 듣지 않는다. 그렇지만 나이들면 조금만 몸가짐을 흐트려도 흉이 된다.
때문에 늙을수록 청결은 기본이다. 자기 물건을 잘 정리하고, 주변을 깨끗이 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화려한 옷보다는 깔끔하고, 정걀하며, 몸 전체 조화에 신경을 써야 한다. 또한 노인으로서 기품을 지녀야 한다. 한 세대를 살아온 생활인으로서 어른스러움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어르신이라는 말을 듣는다.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뒷전으로 물러 설 까닭이 없다. 그렇다고 주책맞게 앞에 나서서 설쳐 댈 필요도 없다.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지켜가면 된다.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며 감정을 앞세워 말하는 노인의 모습은 아름답지 못하다. 느긋한 멋 없이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변명을 늘어놓기보다 천천히 말하고, 말수도 줄이는 게 좋다.
늙을수록 표정을 잃기 쉽다. 표정을 잃은 노인의 얼굴은 삶의 의욕을 잃은 모습과 같다. 항상 여유를 갖고, 부드러운 표정을 가지며, 밝은 웃음을 웃는 얼굴을 가져야 한다.
아이에게 맞는 행동 필요하듯이 노년에 어울리는 삶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젊은이와 꼭 같은 방법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할 필요는 없다. 노인으로서의 아름다움, 노인이 누리는 문화, 그것을 어떻게 하면 더 발전시키냐 생각해야 한다.
60대는 인생의 종말이 아니다. 아직도 갈 길이 수월찮게 남은 인생이다. 노령을 인생의 황혼으로만 인식한 나머지 석양이 더 아름답다는 진리를 모르는 사람도 많다. 때문에 늙음을 부정하는 사람을 보면 처연하다.
노년기는 사회에 공헌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은퇴라는 개념 자체를 불식해야 한다. 당당하고, 겸허하며, 너그러우면서도 근엄한 존경받는 노인으로 거듭나야 한다.
노인이 되면 어린아이와 같아진다. 그럼에도 노인은 인생의 완숙함을 보여주어야 한다. 보다 깨끗하고, 너그럽게 살아야 한다. 그러면서도 여유가 넘치는 당당한 모습을 지녀야 한다.
사색을 하지 않으면 본능만 남는다. 생각하는 노인이 되어야겠다. 그래야 늙어도 아름답다. 노인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백세인생 최고의 훈장이 바로 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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