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살고 싶거든
박 종 국
살다 보면 누구는 나이보다 젊게 보이고, 다른 사람은 실제 나이보다 더 늙어 보인다. 의학 전문가들은 노화도 ‘선택의 범주’에 속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생활습관만 바꾸면 건강하고 활기찬 노년을 보낸다고 부추긴다. 세계 백세클럽의 장수 비결은 그렇게 특이한 게 아니다. 그 비법은 긍정적인 생각과, 사랑과, 욕심을 적게 갖는 지극히 평범한 일이었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여야한다.
누구나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바란다. 이는 결코 거부할 수 없는 욕망이다. 그러나 오래 사는 비결이 적게 먹고, 욕심을 덜 갖는 걸 빤히 알면서도 날마다 쏟아져 나오는 문명이기들에 저당 잡히고, 가공식품에 먹혀든다. 과식도 모자라 포식까지 해야만 직성이 풀린다. 급기야 웰빙을 테마로 하는 삶의 방식에 매달렀다.
오래 살겠다는 게 나쁜 생각은 아니다. 더 나은 물건을 소유하고, 편안함을 찾는 자체는 나쁘지 않다. 문제는 더 많은 걸 갖기 위해 탐욕스런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물건뿐만 아니라 지위나 명예를 더 높이려고 바동대는 일도 마찬가지다.
「내몸 젊게 만들기」의 두 저자 마이클 로이젠과 메멧 오즈는 “노화는 강도처럼 느닷없이 다가오는 게 아니라 몇 달간 사전조사를 한 뒤 실행에 옮기는 전문 은행 강도에 가깝다”고 비유했다. 60-80대에 나타나는 여러 노화현상에 대비해 30-50대에 미리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저자들은 몸을 도시 시스템에 비유하며 쉽고 재밌게 설명한다. 예를 들면 유전자는 산과 강을 만들고, 날씨 변화를 야기하는 지형에 해당되며, 면역체계는 경찰서에 해당된다. 교통체증으로 도로가 막히고, 오래 사용하면 낡아버리는 고속도로는 혈관에 해당된다. 뇌는 도시 전체에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소이고, 신경줄기는 내 몸의 전력선이며, 피부는 아름다움과 활력을 주는 도시의 공원과 녹색지대다. 뱃살과 허벅지살은 쓰레기매립장에 비유한다.
이어 늙고 병이 드는 건 몸의 손상과 회복이 불균형 때문인데, 건강한 생활습관 유지가 노화 방지책 중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들의 견해에 따르면 몸이 손상되는 원인을 찾아내고, 이에 따른 습관을 바꾸면 노화를 늦춰진다. 건강에 좋은 습관을 실천하기만 하면 누구나 100세 이상 건강한 삶을 즐긴다. 귀가 솔깃해지지 않는가?
그러나 인생길이 너무 쉬우면 진정한 성숙을 이룰 기회가 그만큼 줄어든다. 인생은 전투라기보다는 춤에 더 가깝다. 그런 까닭에 사소한 데 목숨을 걸듯이 요란스러울 일이 아니다. 좋게 생각하고, 덜 욕심을 갖고, 느긋하게 삶과 죽음을 얘기하며, 사랑과 실의를 받아들이고 털어내야 한다. 그래야 더 사랑하고, 더 겸손하며, 보다 참고 견디는 힘이 생겨난다. 오래 사는 에너지는 자기모순을 아름다운 향기로 다 포용할 때 가능하다. 너그러운 삶의 흐름에 모든 삶의 뿌리를 두어야 한다.
사랑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사랑할수록 묶어두고 살아야겠다는 집착 때문에 사는 게 즐겁기는커녕 되러 답답해진다. 누구나 제 빛깔로, 다 다른 생각으로 사는 만큼 오직 자기한테만 잘해주기를 고집하는 자체가 한 사람의 인생을 옭아매는 일이다. 단지 자기 혼자만의 행복을 추구하려는 사랑은 올바른 사랑이 아니다. 그런 사랑이라면 차라리 아니함만 못하다. 사랑하려면 자기만의 섬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건 세상의 그 어떤 일보다 아름답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하면 자신의 모습이 달라진다. 감당하기 힘들만큼 에너지가 생겨나 삶의 의욕이 넘친다.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고, 마음이 넓어진다. 사물을 바라보는 눈이 부드러워진다. 모든 게 감사하게 느껴지고 베풂이 커진다. 사랑은 모든 걸 다 이뤄내는 참한 힘을 가졌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젊게 오래 살려면 스스로 만족하는 법을 배워야한다. 현재 자신의 소유만으로 행복한 길을 찾아야 한다. 서로 애틋한 정을 나누며 사는데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진정한 행복은 자신의 문제를 바르게 보고, 쉼 없는 삶의 모순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임으로써 가능해진다.
결국 장수의 비결은 덜 성급하고, 덜 미워하고, 덜 욕심내며, 덜 망각할 일이다. 남의 거울만 보고 강박관념에 쫓겨 가기보다, 느긋하게 자신의 거울을 바라보고, 자신의 인생목표와 상충하지 않도록 여유를 갖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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