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삶
요즘 하루하루가 아름다운 기적이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지인들, 특히 내 반 아이들이 건강하다. 우러러 감사한 일이다. 살면서 이보다 벅찬 감동은 또 없다. 사랑을 포기하지 않으면 기적이 일어난다.
사랑을 포기하지 않으면 기적은 일어난다는 사실을 숨길 수 없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등교하는 저학년 아이들을 만났다.
하, 그 놈들, 살을 에는 추운 날씨에도 멈춰 서서 배꼽인사를 한다.
"사랑합니다!"
이렇게 생동감 넘치는 인사법은 우리 학교가 자랑삼는 일 중의 하나다. 나도 곧바로 서서 “사랑합니다.”고 응답 했다.
하루 시작이 설레고 행복해지는 순간이다. 이 또한 아름다운 기적이다. 복도로 접어들면 그 소리 더욱 높아진다. 온통 사랑으로 가득 찬 학교, 해맑은 아이들이 만든다.
어렸을 때 아버지와 함께 걸었던 밤길은 일생 동안 오롯이 되살아나는 추억이다. 근데도 불혹을 지나 지천명의 문턱에 선 지금, 나의 삶은 두루마리 화장지처럼 끝으로 갈수록 더욱 빨리 사라진다. 앞이마 귀밑머리 하얘지고, 들이닥친 노안으로 눈마저 침침해졌다.
돈으로 품격을 살 수 없다는 증명을 깨우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사랑도, 명예도, 우정도 마찬가지다. 삶이 위대하고, 아름다운 이유는, 날마다 시작되는 작은 일 덕분이라는 사실을 아는 데도 그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도 시간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사실도 함께.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단 한 번이라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던 게 영원한 한이 된다는 사실도.
교실에 들어서자 막무가내로 떠들던 아이들도 다정스레 인사를 건넨다. 천국이 따로 없다. 34년째 스무 평 왕국을 건설하면서 다함없이 행복했던 일이 바로, 저 아이들의 건강한 웃음 덕분이 아니었든가.
산행을 하면 누구나 정상에 서기를 원한다. 그렇지만, 행복성취감은 그 산을 올라갈 때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 모든 진리를, 삶을 다 살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걸까? 살아온 길을 뒤돌아보면 진정한 삶의 해답은 너무나 쉽고, 빤한데 왜 그렇게 힘들게 살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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