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무릇 송년모임이 잦은 때다. 달포가량 남긴 올 한 해도 짧은 꼬리를 여미기에 바쁘다. 그렇지만 새해를 기약하려는 사람들은 벌써부터 세밑 마무리를 끝냈다는 달뜬 표정이다. 경제사정이 어려워도 세밑에는 조금은 마음이 풀어진다.
초저녁인데도 거나하게 취한 사람이 많다. 사돈 남의 말 하는 얘기 같아 뒷덜미가 간지럽다. 하지만, 지나친 음주로 뒤척대는 모습은 드러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송구영신은 혼자만의 안녕이 아니라 더불어 했을 때 아름답다.
세밑에 서니 한편에 헛헛한 게 많다. 좋든 싫든 한해살이 함께했던 사람들과 술잔을 맞부딪히면서 한 해의 소회(所懷)를 털고 싶다. 강아지 행자랑 저녁 산책을 하다 보니 골목마다 삼겹살 굽는 연기 자욱하다. 주머니 사정 여의치 못해도 한 해 끝마무리를 그냥 지나치면 얼마나 서운하겠는가?
이렇듯 정겨운 송년모임도 지나친 음주로 돌출되는 문제가 한둘 아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사안에 따라 다르다. 그렇지만, 조그만 꼬투리에도 쉽게 얼굴 붉히거나, 지나친 과소비로 불협화음이 생기면 차라리 망년회(忘年會)가 아니라 망년회(亡年會)가 된다. 단지 술을 마시며 흥청망청하는 연말 망년회라면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한다. 송년모임은 한 해를 마무리 지으며, 보다 의미 남을 일을 찾아보는 시간이어야겠다.
조금 눈을 낮추면 또 다른 세상이 보인다. 사회복지시설이나 양로원, 보육원을 찾아보라. 그곳 사람들은 연말이 너무 쓸쓸하다. 그들에게는 가족친지와 도란도란 모여 고기를 굽고, 정담을 나누는 자리마저 까마득한 기억속의 이야기다. 소년소녀가장이나 거택보호 생활보호대상자들도 마찬가지다. 생색내듯 반짝 얼굴 내미는 성의는 그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단지 세 끼 밥만으로 그들의 허전한 마음을 채워주지 못한다. 언제나 한결같은 따뜻한 베풂이 절실하다.
주위를 살펴볼 줄 알아야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유명 호텔 라운지에서, 호젓한 별장에서, 휴양지나 콘도에서 양주잔 들이키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누군가. 세상에 자기 혼자만, 특권의식으로 살아서는 안 된다. 나눠야한다. 단지 하루 밤을 즐기는 그 소비양태를 바꿔 어렵고 가난한 이웃을 생각한다면 우러러 존경받는다.
이 밤도 술 익는 자리로 분주하다. 애써 벌어 내가 쓰는데 무슨 간섭이냐면 할 말 없다. 제 벌이 제가 쓰는데 말릴 사람은 없다. 개 같이 벌어 정승처럼 쓴다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의 송년문화를 바꿔야한다. 나보다는 먼저 남을 헤아리는 성숙된 동행의식을 필요하다. 어렵고 힘들 게 사는 이웃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정리를 보여야겠다.
더불어 살아야한다. 그런데도 이 땅의 기득권층과 졸부들 중에는 가난한 이들을 전혀 거들떠보지 않는 사람이 많다. 자고로 개만도 못한 인간은 오직 저만을 위하며 천박하게 산다. 마치 그게 그들의 면죄부고 특권의식이라는 듯. 그러나 바람직한 송년문화는 남을 먼저 헤아리는데서 시작되어야한다.
올해는 ‘사랑의 온도탑’이 예년 같지 않다고 한다. 10일 서울 광화문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 게이지가 16.2를 기록했다. 이영학 사건과 일부 사용자들의 그릇된 집행으로 지난해보다 기부가 15~20% 감소한다는 예상이다. '사랑의 온도탑'은 모금액 3,994억을 목표로 내년 1월 31일까지 계속되며, 목표액의 1%를 달성할 때마다 1도씩 올라간다.
_박종국또바기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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