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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앓이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7. 12. 14.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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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앓이


나잇살 듦은 잦은 병치레로 안다. 연말이라 며칠째 피곤마련 했던 일이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내내 몸이 찌푸덩했다. 급기야 잇몸이 죄다 부어서 솟아올랐다. 지독한 치통으로 모임자리를 마다하고, 일찍 퇴근해서는 자리를 보전했다. 여태껏 감기는커녕 몸살을 앓은 적도 없었는데, 이번에는 몸치가 심하다. 속이 아프거나 머리가 아프면 곧바로 제약으로 잡으면 가뿐하다. 그러나 이놈의 치통은 참아내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여 병원도, 약국에도 들리지 않았던 게 화근이었다. 밤새 이 아픔을 참아내느라 생고생을 했다. 아내가 모임에 나갔는지라 진통제 부탁도 못했다. 치통은 꼭두새벽부터 또다시 도졌다. 정말이지 견뎌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엎치면 덮친다고 했나. 집에 둔 약품장자를 뒤져봐도 진통제는 없었다. 할 수 없어 따신 물에 소금을 녹여 앙감질을 했다. 그러고 나니 아픔은 조금 가시는 듯했다.

 

술에 장사 없듯이 건강도 건강할 때 지키라고 했다. 늘 까딱없다고 자신했는데, 막상 이런 낭패를 당하고보니 건강생활에 무모했다는 자괴감이 든다. 오십 줄에 들면 지병 하나쯤을 달고 산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마흔 초반부터 혈압 약을 입에 댔으니, 노인성질환 하나는 걸머쥐었다. 친구들 면면을 보아도 혈압, 당뇨, 고지혈증, 심장질환 등 어느 하나는 단골손님으로 맞았다.

 

대개 보면 나이 들수록 병원에 자주 출입하는 분이 건강하게 오래 산다. 그만큼 건강을 예단하기 때문이리라. 일전에 후배가 자주 속이 더부룩하다하여 진찰을 하였더니 급성위암 판정을 받았다. 그는, 술 담배는커녕 식탐도 없는데, 연일 술자리가 잦은 나보다 위 건강이 취약했다. 온갖 치유방법을 다 찾았으나, 결국 석 달 버티지 못하고 불의의 객이 되었다. 풍문으로 들으니 그의 병마는 스트레스가 주범이었다고 한다.

 

요즘 들어 아내도 갱년기를 즈음하여 몸이 부실하다. 다들 여자 나이 오십이면 그렇다고 입을 모은다. 그런데도 강단을 가진 아내는 다르리라 생각했지만, 계절별도 찾아오는 감기 하나에도 쉬 무너졌다. 나잇살이 들면 우선 면역력이 떨어진다. 젊었을 때는 별개 아니라며 내쳤어도 나이 듦은 병치레부터 다르다. 한번 몸이 접치면 원상태로 회복하는데 많은 시간과 병 고생을 치려야 한다.

 

학교 보건실에서 진통제 두 알로 임시방편으로 땜질했으나, 종내 치통은 가라앉지 않았다. 그럼에도 애써 평정심을 갖고 6교시까지 수업하느라 진땀을 흘렀다. 아이들은 이런 나의 사정을 몰랐겠지만, 다행스러운 일은 여느 때보다 조용조용 수업을 잘 따랐다. 그만큼 조그만 목소리로 얘기했기 때문이리라. 통증의 극한은 5교시 수업을 시작할 때부터였다. 정말이지 방방 뛰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럼에도 국어수업을 거뜬하게 진행했다. 열심히 설명하느라 그에 밀착하다보니 순간, 아픔도 잊어버렸다.

 

마음 같아서는 병 조퇴를 하고 병원에 진찰을 받았으면 했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못했다. 4시에 위원회 회의가 예정되었기 때문이었다. 귀띔하고 한번쯤은 빠져도 될 요량이나, 나잇살 땜에 이마저도 뒤가 밟혔다. 그래서 치통을 잊는 처방전 하나로 자판을 두들기며 글을 썼다. ‘행자이야기132’, ‘박종국또바기글도 두 편 썼다.


누군 가 그랬다.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밴드에 빠짐없이 글 올려도 손기척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 왜 사서 고생하느라고물론 그렇다. 혹자는 언제나 판에 박은 듯한 신변잡기가 식상하다고 노골적으로 말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그와 영 딴판이다. 난 단지 대글 부추김이나 클릭수에 만족해서 글을 쓰지 않는다. 더구나 요즘 같이 바쁜 시대에 긴 글을 누가 끝까지 읽겠느냐고 지청구를 한다. 그럼에도 나는 감히 그들의 의견을 무시한다. 그렇게 사족을 다는 사람은 단 한 번도 내 글을 끝까지 읽지 않은 사람이니까. 올해만 해도 7백여 편의 글을 써 올렸는데, 아마 그 방대한 양에 질렸을 거다.

 

이 글을 마무리 지으려니 잠시 잊었던 치통이 시작된다. 아프다. 하지만 그뿐이다. 이 앙다물고 버텨낼 수밖에. 잠시 후면 퇴근이다. 위원회 회의를 마치면 곧바로 약국에 들러 처방을 받아야겠다. 치통을 앓으면 하늘이 노랗다는 얘기가 허두로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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