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선택친화성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8. 11. 19. 11:27

본문

728x90






선택친화성


유지원(홍익대 교수)


한 여자와 한 남자가 서로 마주 보며 천천히 다가간다.

그들의 신체가 마주 닿는다. 

아마 사랑이라 이름 붙은 감정이 만든 행동이리라.

감정의 화학 반응 없이 그들이 그저 질량을 가진 두 물체로 물리적인 작용과 반작용을 하다가 만난다면 뭔가 어색하다.

사람들은 서로 끌리고 밀어낸다. 누군가에게 더 끌리면 이미 끌렸던 상대를 아프게 끊어 내기도 한다.

이른바 선택친화성이다.

괴태의 소설제목 '친화력'은 이 선택친화성을 뜻하는 화학용어이다.

사람들 사이의 감정을 화학반응의 결합성에 빗대어 계기를 제공한 계기가 됐다.


괴태는 색체론을 연구한 자연과학자이기도 했다.

색의 재료는 대개 동물과 식물, 광물이다. 동물학 식물학 광물학 화학에 대한 괴태의 관심은 이렇게 연결된다.

머릿속에서 미술작품을 구상하는 아이디어가 다분히 플라톤적 수학적인 세계에 머물렀다면 이것을 현실에 구현하는 실행은 재료의 영역인

물리와 화학의 세계다.

종이나 캔버스 등 바닥재에 원하는 색을 내려면 색료를 그 위에 옮겨 잘 붙게 해야 한다.

색채의 재료들은 일종의 접착제가 되어야 한다. 색을 내는 미세한 알갱이들이 서로를 붙들려면 어떻게 할까?

손을 잡거나 팔로 안을 수 없으니 색알갱이들을 둘러싸 연결해 주는 무엇이 필요하다.

이것을 미디엄이라고 한다. 색채의 재료 속 여러성분들은 색이 바닥재 위에 붙어 오래 변치않고 버티도록 돕는다.

 

19세기 초반의 프랑스 화학자들은 주요 색의 합성 색료를 개발해 냈다.

비싼 천연색료의 생산 단가를 낮추고 독성을 없애며 작품을 오래 보관하게 내구력을 높였다.

이제 물감은 햇빛의 자외선에 변색되지 않는다.

20세기 중반에는 공업용 합성수지인 플라스틱을 미디엄으로 쓴 물감이

등장한다.

아크릴물감이다. 아크릴은 내구성과 접착력 측면에서는 제왕이다.

물리학자들이 우주와 자연 속 물질과 그 작용의 아름다움을 규명해왔다면 화학자들은 이를 일상속에서 실제 작동하게 했다.

 

화가들은 재료들로 귀납적인 실험을 한다.

샤갈은 한 가지 익숙한 재료에 머물지 않고 템페라와 과슈. 아크릴 등

둘 이상의 재료를 혼합하는 기법을 탐색했다.

화가는 마치 나비처럼 적절한 미디엄이 섞인 색알갱이들을 붓으로 날라 켄버스나 종이에 결합하게끔 해 작품을 수정시킨다.

 

공기속의 성분 수분.온도.햇빛과 바람의 강도, 이 모든 게 화학작용을 한다. 작품은 이렇게 재료들의 결속으로 특정 환경 속에서 탄생한다.

그렇게 결합된 생을 힘껏 버텨내며 마주 보는 우리에게 감정의 작용을 일으킨다.

 






'세상사는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38년을 지킨 약속   (0) 2018.11.21
할머니의 고무신   (0) 2018.11.21
상한 사과 한 상자   (0) 2018.11.08
아직도 남은 재산  (0) 2018.11.07
어느 국밥집 할아버지   (0) 2018.11.07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