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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을 때 잘해

한국작가회의/한빛소리원고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9. 5. 15.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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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을 때 잘해


카테고리 : 박종국의 세상만사 | 조회수 : 11192012-01-07 오전 11:55:00


있을 때 잘해


박 종 국


“어디 살면서 다투지 않는 부부가 있나. 한데 어쭙잖은 일을 가지고 온 집안을 난리법석으로 만들고, 그것도 모자라 내가 뭘 잘못했냐는 투로 고개를 치켜들고 있는 아내를 보면 정나미가 싹 떨어져. 물론 속상하기야 나보다 더하겠지. 그렇지만 여자가 방방 뛰니 양보하고 싶어도 그냥 평행선을 달리게 돼. 서로 남남처럼 사는 거지 뭐.”


때론 친구를 만나 술자리를 하다보면 동병상련하는 이야기가 잦습니다. 특히 부부관계에 대해서는 나눌 이야기가 많습니다. 저도 그런 자리라면 크게 면피를 걱정하지 않습니다. 친구 말마따나 저의 처지도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긴 호흡을 하고 난 친구는 다시 말문을 이었습니다.


“살아보니까 예쁜 여자보다는 좀 못생겼더라도 맘씨 좋은 여자가 최고인 것 같더라. 꼴값한다고 사사건건 토를 달고 따져 드니 하루도 마음 편하게 살 수 없어. 그것뿐인지 않아. 자기는 할 짓 다하고 살면서 나는 옴짝달싹도 못하게 쥐고 살려고 해. 여태까지는 좋은 게 좋다고 꾹 참고 살았지만 이제는 그렇게 살지 않을 거야. 시팔!”


곰 같은 덩치를 가진 친구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습니다. 얼마나 속상했으면 저럴까 싶어 거듭 술잔을 권했습니다. 그나나나 이제 오십 중에 이르러 걱정 아닌 걱정을 하고 삽니다. 그의 아내는 친구들이 부러워할 만큼 미려합니다. 한쪽의 일방적인 말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뭣하지만 그녀는 남편 기 살리는 재기는 없나봅니다. 엇박자로 살아봤자 결국 자기 손해가 아닐까요. 세월은 기다려주지 않는데 말에요(세상에 늙지 않는 여자가 있을까요).  

친구는 의가 맞지 않은 부부관계를 성토했지만 저는 요즘 몸이 아프니까 괜한 일에 감정이 격해집니다. 살면서 큰 바람이 있다면 건강하게 사는 게 최고인 것 같습니다. 병치레하지 않고 사는 것만큼 행복한 삶은 또 없습니다. 그렇지만 나이 듦에 따라 단골손님 맞듯 감기를 달고 살고, 치통에다 신경통, 관절통까지 겹치면 하루를 보내기가 두렵습니다. 게다가 고혈압과 당뇨병을 만나면 삶에 자신마저 잃게 됩니다. 중년에 이르면 갖가지 병마가 기다렸다는 듯이 달라붙습니다. 그래서 중년병마는 하고픈 일은 많은데 낡은 중고차를 굴리다 시동이 꺼져버리는 낭패감처럼 받아들여집니다.


슈퍼맨이 아닌 다음에야 나이 들면 자연 잔병치레가 많아집니다. 세상을 곱게 산 부부는 어느 한쪽이 아픈 몸이 되었을 때 정말 온 정성을 다합니다. 같이 아파하고, 불면의 밤을 지새우며, 상대가 쾌차하도록 신심을 다합니다. 그런데 삶이 덜거덕거리는 부부는 상대가 아파도 왜 아프냐는 듯이 무심합니다. 상대가 아파한다고 짜증을 내고 따뜻한 말 한마디 권내지 않습니다. 자기 아내를, 자기 남편을 소중하게 챙기지 못하는 인간은 청맹과니입니다. 대개 인간 정리가 되먹지 못한 사람들일수록 바깥에 나가서는 ‘사람 좋다’는 평을 받습니다. 


부부사이 칼로 물 베기 한다지만 부부관계를 좋게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원만하였을 때는 어려운 일도 거뜬하게 풀려나지만, 격한 상황에 처했을 때는 인간본연이 도드라져 보이게 마련입니다. 평생을 서로 믿고 의지해야하는 부부 사이에 믿음이 무너졌을 때 그 낭패감을 무엇으로 대신 할 수 없습니다. 따따부따하면서 서로 품격이 떨어지는 언행을 되풀이 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흔히 있을 때 잘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부부 중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삶을 살아야한다면 가당찮지 않습니다. 부부는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해야합니다. 조건 없는 사랑으로 서로를 책임져야 합니다. 그게 부부된 사람의 도리입니다. 하여 바람직한 부부관계는 서로의 존재가치를 인정할 수 있어야 하고, 어깨를 나란히 하여 발전해야합니다. 서로 지향하는 목표가 다르다고 해서 도움주지는 못할망정 방해는 하지 않아야합니다. 참다운 부부관계는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고, 서로 존중받을 때 가능해집니다.


올바른 자존의식을 가진 부부라면 서로의 생각을 분명히 표현할 수 있어야합니다. 자칫 가정 평화를 깨뜨리지 않기 위해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생각해서 그저 참고 사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서로 사랑할수록 자기 목소리를 분명하게 나타낼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랑은 자기의사를 분명하게 표현할 때 더욱 아름답습니다. 건강한 사랑은 상대방을 잘못되게 방임하지 않습니다. 서로 공존하며 어깨를 나란히 합니다. 그래야 그 어떤 난관을 뚫고 나갈 수 있는 용기와 힘이 축적됩니다. 참다운 부부관계는 그저 생겨나지 않습니다. 2012.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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