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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무늬

한국작가회의/한빛소리원고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9. 5. 15.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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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무늬


카테고리 : 박종국의 세상만사 | 조회수 : 10182012-01-10 오전 10:54:00


삶의 무늬


박 종 국


한 여인이 꿈을 꾸었는데 시장에 가서 새로 문을 연 가게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가게 주인은 다름 아닌 신이었습니다.

이 가게에서 무엇을 파느냐고 여인이 묻자 신은,

“당신의 가슴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팝니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여인은 한참 생각 끝에 인간이 바랄 수 있는 최고의 것을 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여인은 말했습니다.

“마음의 평화와 사랑과 행복과 지혜, 그리고 두려움으로부터의 자유를 주세요.”

신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습니다.

“미안하지만 가게를 잘못 찾으신 것 같군요. 부인, 이 가게에선 열매를 팔지 않습니다. 오직 씨앗만을 팔지요.”


현재 자신의 삶을 되짚어 볼 수 있는 적나라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허둥대며 더 나은 삶을 갈망합니다. 세상일들 거저 얻어지는 것이 없습니다. 사랑한다고 침이 마르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손 뒤집기를 합니다. 자기 것을 챙기려는 욕심이 너무 크기 때문에 남의 손에 든 떡은 항상 크게 보입니다.


사랑하지 않으면서 자기 향락만을 위해 억지춘향 하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일입니다. 활시위를 떠난 화살을 되잡을 수 없듯이 한번 떠난 사람의 마음을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상대방이 잘못했다고 덤터기를 하고,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고 바득대는 것은 옹졸하고 치졸한 감정입니다.


천박한 마음에는 결코 아름다운 사랑이 피어나지 않습니다. 아직 씨앗도 뿌리지 않은 텃밭에서 탐스런 열매를 바란다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격입니다. 그런 사랑이라면 다 잃어도 좋습니다.     


살면서 격한 어려움에 휩싸일 때가 있습니다. 그때마다 모두 남의 탓이라고, 그저 남이 나에게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탓합니다. 단지 자기 그릇이  비었을 뿐인데도, 제 그릇을 애써 부시기니커녕 오히려 상대에게 짐을 지웁니다.


그래서 같잖은 일로 마음 아파하는 사람이 생겨납니다. 아픈 가슴을 진 사람들은 상대방의 이해하고, 배려하며, 베푸는 마음이 너그럽습니다. 근데도 우리는 무시로 그러한 사람들을 못살게 구는 못된 삼보를 버리지 않습니다. 때문에 산다는 것 자체가 허무해집니다.


제 삶을 반추해 보면, 날마다 입고 다니는 옷가지처럼 편안하지 않아 어색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살면서 아무리 많은 것을 얻었다하더라도 빈 들녘에 이는 바람처럼 멀어져 갔다면 웃는 사람이나 울어야 할 사람 모두 마음이 아립니다.


그렇기에 항시 내 것만 많이 가지려고 아득대지 않아야 합니다. 물질적으로 부유하다고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있을 것 같지만 삶은 그렇게 녹록치 않습니다. 빈한하게 살아도 너그러운 마음을 가진다면 그게 성공한 삶입니다. 우울한 짐들은 덜어내고 털어 낼수록 가벼워집니다. 아름답게 사는 방편은 마음을 비우는 데 따라 삶의 무늬가 달라집니다. 부대끼면 부대낄수록 마음을 비워야 편안해집니다.


어제 참 어처구니없고 불한당 같은 일을 만났습니다. 그래도 세상을 살았다는 사람이 일의 과정은 따지지 않고 오직 결과만을 목매고 게저분하게 욕지거리를 해댔습니다. 인간 같잖아서 상대를 하지 않았지만 뒤를 닦지 않은 것처럼 게름직합니다. 물론 내 탓이 많겠지만 어떤 일이든 일방적인 것은 없습니다. 어디 한 손바닥만으로 손뼉이 쳐집니까. 암튼 삶의 무늬가 다른 거지요. 2012.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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