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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사는 세상

박종국에세이/박종국칼럼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2. 1. 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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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사는 세상

박종국

지난 한 해 치열하게 살았다고 자신했는데, 새해를 맞이하고보니 밋밋하게 마무리한 흔적이 많다. 평소 공기의 고마움을 모랐듯이 하루 주어진 시간을 그다지 상관 않고 살았다. 지금 이 순간도 시간은 흘러간다. 하지만 손아귀 모래알 빠져 나가듯 한번 지나친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테레사 수녀는 “인생이란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룻밤이다."고 표현했다. 알지 못하는 낯선 곳에서, 그것도 아주 남루한 여인숙에서 하룻밤을 지내본 사람은 그 말의 뜻을 안다. 생경하고, 낯설고, 춥고, 고독하고, 잠은 오지 않고, 바람소리 쌩쌩 들리는 낯선 여인숙의 하룻밤의 고적감을 떠올려 보라. 어쩌면 우리가 사는 게 그런 건지도 모른다. 아주 짧고 낯설게 가 버리는 세월이지만, 우리 마음에 기억은 분명히 존재한다. 내가 내줬던 마음, 내가 받았던 온정, 내가 품었던 꿈의 기운, 내가 애썼던 노력의 열정만큼은 세월이 가도 그 마음은 남는다. 바로 거기에 우리가 사는 의미가 존재한다. 지금 이 순간 우리 발자국에는 어떤 마음이 스몄을까.

때로 자신의 과거 때문에 자신의 현재까지도 미워하는 사람을 본다. 우리는 살면서 이미 흘러간 시간을 아쉬워하고 연연해하는 반면, 가장 뜻 깊고, 가장 소중한 지금이라는 시간을 소홀히 한다. 과거가 아무리 좋다해도 다시 돌아오는 법이 없다. 이미 흘러간 물과 같다. 하여 그것이 가장 최악이었다 해도 지금 자신을 붙들어 매어 놓을 만큼 찰거머리는 못된다.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미래는 자신의 과거에 의해서 결정되는 게 아니라, 지금 현재에 의해서 좌우된다. 또한 우리가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은 지나온 시간이 얼마나 훌륭하느냐가 아니라, 남겨진 시간을 어떻게 경영해 나가는지가 중요하다. 왜냐하면 우리의 인생 목표는 단지 ‘지금까지’라는 도달치를 위한 게 아니라‘지금부터’라는 능활함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인생은 좀더 아름답게 살고 싶고, 보다 더 이지적으로 보이기 위해 타는 열정에 쉼 없이 기름을 들이붓는다. 그리고 보다 좋게 살기 위해 애를 쓴다. 하지만 우리는 꽁꽁 얼어붙은 대지를 뚫고 나오는 순간 자체가 고통이었다. 그럼에도 강한 햇살과 비바람을 견디고 살아야 한다. 장미꽃으로 살기 위해서는 남이 모르는 고통을 감내해야한다. 그러나 그 결과는 민들레와 똑같다면 살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인생사가 얼마나 무의미한가를 인정해야 한다는 사실이 곤혹스럽다.

서로에게 따스함이 느껴진다면 그것은 사랑이다.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 이 단어가 떠올려지면 왠지 그 사람과 한층 더 가까워진 듯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 누구도 이 세상에서 온전히 혼자 힘으로 살아갈 수 없다. 사람은 근본적으로 어깨와 어깨끼리, 가슴과 가슴끼리 맞대고 살아야 하는 존재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세상은 아름답다. 이 세상에 나와 전혀 상관없는 남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살아간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더 맑고 아름다워진다.

지금 이 순간에도 쉼 없이 시간은 흐른다. 하지만 ‘오늘’이란 ‘현재’를 사랑한다면 그만큼 세상을 믿고 일어설 용기가 생긴 다. 오늘에 대해 자신을 가진 만큼 내일에는 더욱 희망이 보인다. 그러나 이 모든 소중함은 내가 맞이한 오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지금의 시간을 소중히 여길 때 가능하다.

|박종국에세이칼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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