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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검둥이

박종국에세이/행자 이야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2. 12. 6.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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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검둥이


 박종국



반려동물 1천만시대가 되었대요. 아무튼 우리 아파트만 보아도 강아지가 많아요. 어떤 때 일제히 울어 제치면 온 아파트가 소란해요. 행자는 몸집은 작지만 목소리 하나는 지지 않아요. 때문에 따끔하게 제지를 받곤 해요.

 

그럴 즈음이면 으레 안내방송을 해요.

“에, 관리소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우리 아파트단지에서 강아지를 비롯한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 대해서는 일체 제재하지 않겠다는 게 입주민대표자 회의에서 결정된 바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꼭 알려드릴 사항은 층견소음이 문제입니다. 층견소음이 민원으로 제기되었으니 각별하게 신경 써 주시기 바랍니다. 가능하면 개가 짖지 않도록 주의했으면 좋겠습니다. 이후 개가 심하게 짖는 세대의 경우 특별 조처하겠습니다. 또 강아지랑 산책을 할 때 똥오줌 관리를 책임져주십시오. 선의의 입주민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상! 관리사무소에서 알려드렸습니다.”

 

이제 층견소음이 문제가 된 세상이 되었어요. 행자 입장에서도 좀 심각하게 느껴져요. 특히 반려동물은 낮 동안은 거의 홀로된 채 집안에서 보내요. 그러다보니 저녁 퇴근 무렵이면 식구가 돌아왔다는 반가움에 서로 주고받는 인사일 따름이에요. 그러니 그 어떤 낯선 출입자를 경계하는 울부짖음이 아녜요. 한데도 우리는 일방적으로 매도당해요. 물론 사람 사는 환경이 우선되어야 해요. 반려동물은 어디까지나 동물이에요. 인정할 일은 인정해야지요.

이제 다섯살배기 행자, 많이 의젓해졌어요.



그럼에도 지난주 우리 아파트에 가슴 아픔 일이 생겼어요. 어느 세대가 이사를 갔어요.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떠나는 가족을 다들 축하해줬어요. 행자도 마찬가지였어요. 그 집에는 행자보다 덩치가 큰 강아지가 살았어요. 아침저녁 산책할 때면 더러 만나곤 하던 검둥이였는데, 이삿짐이 다 떠나고 난 뒤 달랑 검둥이만 남겨졌어요. 나이가 많아 버리고 갔대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오랫동안 한 가족으로 의좋게 살았는데,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검둥이는 그만 유기견이 되었어요. 그 모습을 본 사람은 혀를 차며 주인을 나무랐어요. 그렇지만 누구하나 검둥이를 맡겠다는 사람은 없었어요. 우리 집 보호자의 말씀에 따르면 검둥이는 며칠 경비실 옆에 머물렀다가 주인이 찾아오지 않으면 유기견 보호소로 보낸다고 했어요. 그리고 더 끔찍한 이야기는 그곳에서 1주일 내 마땅한 분양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곧바로 안락사 시킨대요. 행자, 눈물이 났어요.

 

주변에 주인 없이 떠도는 유기견이 많아요. 행자는 보호자를 잘 만난 덕분에 눈비가 내려도 걱정 없지만, 한량없이 한뎃잠을 자는 강아지를 보니 지금까지 제 호사가 너무 고마울 따름이에요.

 

박종국-에세이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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