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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수단골

박종국에세이/박종국칼럼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3. 4. 25.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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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수단골



박 종 국



  단골은 우리나라 무속신앙에서 온 말이다. 굿을 할 때마다 늘 정해놓고 불러다 쓰는 무당을 당골이라했다. ‘단골손님’이니 ‘단골 장사’니 하는 말도 여기서 비롯했다. 실제로 ‘단골’, ‘단굴’은 호남 지방의 세습무당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또, 특정 가게나 거래점 등을 거의 고정적으로 이용하는 손님, 혹은 그러한 손님이 고정적으로 이용하는 업체를 이르는 순 우리말이다.

  단골이 생기는 요인은 여러가지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그냥 그 단골손님이 해당 가게가 이용하기 편리하다고 느껴져서다. 단순히 손님의 활동영역과 거리가 가깝거나, 해당 업체의 서비스(음식 등)가 손님의 취향에 잘 맞거나, 그냥 주변에 동종업체가 없거나, 이미 이용하던 업체 외의 다른 곳으로 바꿀 필요성을 못 느껴서 등 여러가지 요인이 존재한다. 다만 계약을 통해 주기적으로 거래관계를 유지하는 경우, 비록 단골과 마찬가지로 고정적으로 거래가 행해진다. 그렇지만, 단골이라고 하지 않는다. 고객과 업체가 의무적으로 행하는 일이니 계약 관계가 종료되면 바로 거래 관계가 종결되기 때문이다.

  경위야 어찌되었건 단골 고객은 해당 업체의 지속적인 돈줄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 업체는 자영업 같은 소규모 업체에서부터 대기업의 프랜차이즈까지 이러한 단골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식으로 자신의 업체를 지속적으로 이용할 동기를 부여하려고 한다. 동네 식당의 단골일 경우 반찬을 좀 더 내주거나 외상을 허용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각종 포인트나 쿠폰 제도도 해당 업소의 단골일 경우 혜택을 누릴 기회가 많아지니 간접적인 단골 관리법이다.

 주의할 점은 단골이 많다고 해서 그곳이 꼭 좋은 곳은 아니다. 단골이 생기는 경위는 여러가지기 때문에 단골이 생겨난 요인이 제 3자의 입장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단골이 무지하게 많은 동네 식당인데, 알고보니 그 단골 유치의 비결이 가게 주인이 욕쟁이 할머니였다. 그러나 욕쟁이 할머니를 좋아하지 않는 고객에겐 맞지 않는 곳이다.

  혹은 무지막지하게 매운 음식을 취급하는 곳이라서 단골이 많기도 하다. 그 경우 매운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해당 업체는 좋은 선택이 아니다. 그리고 인근에 같은 업소가 없어서 한 식당에 유독 단골이 많이 생기기도 한다. 어느 백반집의 경우, 근처 500m 이내에 다른 백반집이 없어서 인근 주민이 그 백반집 단골이 되어버린 경우다. 즉, 단골식당이라해서 해당 업소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지인 중에 아직도 011폴드폰을 쓴다. 소위 골수단골인데, 모 통신사의 경우 200명 정도 된다는 얘기다. 전문가에 따르면 이들 골수단골은 자부심( pride)이 작용한다고 했다. 명품심리와 같다. 지독한 단골심리다.

|박종국에세이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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