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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인십색

박종국에세이/박종국칼럼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3. 10. 1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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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인십색

박 종 국

인간은 두 종류밖에 없다. 하나는 자기를 죄인이라고 생각하는 의인(義人)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를 의인이라고 생각하는 죄인(罪人)이다. 그래서 인간은 신과 악마와의 사이에 부유한다.
_ B. 파스칼 <팡세> 중에서

<탈무드>에는 세상을 그릇되게 사는 세 가지 인간형을 얘기한다. 금세 화를 내는 인간, 간단히 사람을 용서하는 인간, 그리고 너무나도 완고한 인간이다. 그런데 나는 어떤 인간일까? 간단없이 강단을 갖고, 반골 기질로 체제에 순응은커녕 지독하게 하나의 일에 집착한다. 그리고 보면 세상을 변혁적으로 살고, 불의에 강변한다.

인간이면 너나 없이 몸속에 야수를 숨기고, 피부 밑에 짐승을 몇 마리씩이나 숨기게 마련이다. 시시때때로 바꾸어야할 가면도 여러 장 가진다. 인간은 제각기 성정(性情)을 갖는다지만, 나쁜 점보다 좋은 점이 더 많고, 어리석기보다 영리하다. 또한 냉정하기보다 정력이다.  

물은 어느 강이든, 어디를 흘러가도 역시 같은 물이다. 강은 빠르고, 넓고, 고요하고, 차고, 따뜻하며, 맑고, 흐린 물상도 포용한다. 인간은 누구나 인간으로서의 온갖 성질의 싹을 지녔기에 매순간 변화한다. 고운사람 미운 데 없고, 미운 사람 고운 데 없다. 한 번 좋게 보면 그 사람이 하는 일은 다 옳게만 보이고, 한 번 나쁘게 보면 그 사람이 하는 일을 무엇이나 다 밉게만 보인다.

요즘 내 마음 그릇이 얇은 탓일까? 그냥 미워지는 사람이 눈에 띈다. 그땜에 텔레비전 뉴스창을 닫고 산다. 하지만, 가는 데마다 찰거머리처럼 졸졸 따라 다닌다. 꼬라지 뵈기 싫다고 절래절래 손사래를 쳐도 소용 없다. 단 한 번도 그를 좋아해 본적이 없는 데도 그렇다. 참 남을 피곤하게 하는 인간이다.

세상에는 보석 같은 사람이 많다. 그렇지만, 자갈 같은 인간도 늘렸고, 달걀보다 깨지기 쉬운 인간도 수두룩하다. 꽃이 향기를 가졌듯이 사람도 양심과 인격을 가졌다. 근데도 인격과 양심마저 깡그리 던져버린 사람을 날마다 성토한다. 어떡하면 제 정신을 차릴까 하는 일말의 희망꽃을 바라면서.

마치 굴비 엮이듯 검찰에 불러가는 사람, 그들의 말로가 어쭙잖다. 우리의 삶이 강물과 같아야함에도 세상을 그릇되게 사는 사람이 많다.
그저 남을 피곤하게 하는 나쁜 인간이다.

|박종국에세이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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