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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방, 동네구멍가게

세상사는얘기/삶부추기는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3. 11. 23.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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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방
_동네구멍가게

박 종 국

요즘 편의점을 자주 이용한다. 어디든 자리해 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샌가 동네 점방(자그마한 규모로 물건을 파는 집, 가게)이 사라져버렸다. 더욱이 섭섭한 노릇은 단골가게마저 버젓하게 편의점으로 얼굴을 바꿨다. 주인도 바뀌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제 한적한 시골에도 편의점이 점방을 대신 한지 오래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해도 내게  편의점은 낯설었다. 햄버거나 즉석식품을 그다지 입에 대지 않는 까닭이다. 게다가 젊은이처럼 혼자 앉아 음식을 먹는 게 부담스럽다. 처음 편의점을 찾았을 때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그곳은 점방과는 다른 소통의 공간이었다. 바쁜 직장인이 간편식 하나로 한 끼를 해결하는데 그만한 공간이 없다. 타인으로부터 전혀 간섭을 받지 않고 익명성도 보장 받는다. 무엇보다 혼밥이 가능하다. 편의점은 그런  만족감을 주는 데 기존 상점과 차별화하는 틈새전략이다. 목 좋은데 자리잡이 근접성도 재바르다.

아침을 거르고 속이 헛헛한 날이면 편의점에 들러 사발면 하나 끓인다. 시골에서는 이른 시간에 밥 먹을 데가 없다. 한데 편의점은 24시간 문을 연다. 밤새 손님이 얼마나 찾았을까마는 언제나 깔끔한 분위기로 친절하게 맞는다. 지금까지 사소한 물건 하나도 단골 점방을 찾았다. 그렇지만 어느새 나도 가격을 조금 더 차루더라도 뭇 편의점 고객이 되었다.

한때, 마을 어귀마다 한두집 점방을 내었다. 그곳은 단지 생활먹거리와 군입거리를 파는 데가 아니라, 사람이 산다는 표식이었다. 마을과 마을, 사람과 사람, 세상과 세상을 이어주는 소통공간이었다. 세상이 급변하는 탓에 칠팔십 늙은이가 구멍가게를 지키기엔 힘에 부친다. 해서 경쟁에 떼밀리기 마련이다.

근데도 내가 사는 칠원읍에는 아직도 몇몇 점방이 건재하다.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 모두 정답다. 아는 얼굴에 발품 좀 팔아도 사준다. 그러나 이제 소읍에도 커다란 대형마트가 경쟁적으로 들어섰다. 편의점도 시나브로 들어서서 제각각 판매를 선점하려고 야단이다. 단골 점방의 앞날이 바람 앞에 등불이다. 한 시대의 추억이 깡그리 사라질 운명이다.

첨단을 지향하는 게 좋은 일만은 아니다. 이웃의 끈끈한 정이 곰삭았던 단골점방, 머잖아 그 흔적조차 까맣게 잊혀질 게다. 하지만, 추억 속의 그곳은 문지방 반질반질 닳아도 절대 문닫지 않으리다.

|박종국에세이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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