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강아지 노즈워크

박종국에세이/행자 이야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3. 12. 16. 12:23

본문

강아지 노즈워크

박종국

강아지는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수많은 자극을 느끼며 살아요. 그래서 마음껏 냄새를 맡게 하는 게 강아지한테 좋아요. 그만큼 코를 사용하는 건 단순히 냄새를 맡는 그 이상의 의미예요.
 
사람은 코로 맛나는 음식과 향긋한 꽃 향기를 맡지요. 그렇지만 사람에게 코는 눈과 귀보다 상대적으로 조금 못 미쳐요. 하지만 강아지에게 코는 절대적이에요. 강아지가 눈으로 하는 모든 일을 한다고 생각해도 좋아요. 강아지가 냄새 맡는 과정을 '노즈워크'(Nose Work)라고 해요.

 
강아지에게 냄새를 맡는다는 행동은 책을 읽는 일이고, 명상을 하는 일이며, 스스로를 회복하는 과정이에요. 코만 사용해도 강아지는 행복감을 느껴요. 그래서 여러 가지 냄새를 맡게 해주는 배려는 매우 중요한 일이에요.
 
예를 들어 마트에서 여러 가지 물건을 사들고 집에 들어갔을 때, 강아지한테는 새로운 냄새가 집에 들어왔으므로 이 물건의 정체가 몹시 궁금해요. 그래서 집 안으로 들어오는 모든 물건의 냄새를 하나씩 알려주고 맡게 해주면 강아지는 편안해요. 강아지가 받는 스트레스 중 많은 부분이 냄새 때문이니까요.
 
만약 이런 냄새를 맡는 과정 없이 매번 그 냄새의 정체를 숨긴다면 강아지는 집 안이 달라졌다고 느껴서 쉽게 스트레스를 받아요. 냄새는 강아지의 사회활동에도 많은 영향을 줘요.
 


많은 보호자가 사회성을 키워준다고 강아지끼리 직접 만나게 하죠. 반려견 운동장이나 카페에 가서 풀어놓고 마음껏 뛰어놀게 하는 게 좋은 사회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렇게 처음 만나는 강아지가 직접적으로 만나기보다 멀리서 상대의 냄새를 충분히 맡고 성별이 어떻게 되는지, 나이는 어느 정도인지, 중성화는 했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등 다양한 정보를 알게 한 뒤 만나게 하면 훨씬 안정적으로 인사해요. 냄새를 맡는 일 자체가 사회화의 한 과정이니까요.
 
또, 먹이를 그냥 주기보다 간식이나 음식을 숨기고 찾아 먹게 하는 놀이가 훨씬 더 좋은 방법이고, 공을 단순하게 던지고 가져오게 하기보다는 숨겨 놓은 공을 찾아오게 하는 게 훨씬 좋은 놀이에요. 반려견을 더욱 안정적으로 만들어줄
주는 방법이에요. 특히 먹이 때문에 많이 혼났거나, 코를 쓰는 일 자체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 강아지에게 효과적이에요.
 


강아지가 노즈워크를 시작하면 집 안 곳곳에 물그릇을 두는 게 좋아요. 사람이 일(work)을 하면 목이 마르듯이 강아지도 노즈워크를 하면 물을 더 마시게 되니까요. 노즈워크를 일상화하면 강아지에게 변화가 생겨요. 자연스럽게 평온한 상태가 되면서 꼬리가 부드럽게 내려가요.
 
꼬리가 내려갈 때에는 불안감을 느낄 때와 집중할 때인데 이때 꼬리의 모양이 조금 달라요. 불안감을 느낄 때는 꼬리 끝이 사타구니 안쪽으로 말려들어가고, 무언가에 집중할 때는 꼬리 끝이 내려가긴 하지만, 밖으로 말렸거나 차분하게 바닥을 향해요.
 
간혹 흥분 상태가 잘 가라앉지 않았을 때 꼬리가 내려가지 않기도 하는데, 감정은 억지로 만드는 게 아니기에 시간을 가지고 평온함을 느끼도록 도와주는 게 좋아요.
 
강아지가 강한 스트레스 상태임을 표현할 때에도 냄새를 맡는 행동을 많이 해요. 강아지가 코를 많이 사용하게 도와주세요.
 
2개월 된 강아지부터 열 살이 넘은 반려견까지 노즈워크는 모든 반려견에게 최고의 놀이이며, 회복 프로그램이에요.
 
사람도 화가 날 때 그냥 참지 말고 화를 내는 게 건강에 좋다고 해요. 강아지도 마찬가지에요. 강아지도 얼마든지 흥분해요. 하지만 이 흥분을 잘 가라앉혀야 해요. 그러니 냄새를 잘 맡게 해주세요.
 
강아지는 사람이 느끼지 못하는 수많은 자극 때문에 항상 피로감을 느끼고 살아요. 특히 도시에서 사는 반려견은 더 심하지요. 오토바이, 층간 소음, 택배 물건, 정면으로 다가오는 사람 등 노즈워크는 이런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완화시켜주는 좋은 처방전이에요.
 
반려견이 마음껏 냄새를 맡게 배려해주세요.

|박종국 다원장르작가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