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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행(利他行)

박종국에세이/박종국칼럼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4. 1. 2.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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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행(利他行)

박종국

세밑, 허접한 일 많았다. 지난 한 해 치열하게 살았다고 자신했는데, 새해를 맞이하고보니 밋밋하게 마무리한 흔적이 역력하다. 평소 공기의 고마움을 모르고 살듯이 주어진 시간을 그다지 상관 않고 살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은 흘러간다. 하지만 손아귀 모래알 빠져 나가듯 한번 지나친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벌써 새해도 이틀째다.

테레사 수녀는 “인생이란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룻밤이다."고 표현했다. 알지 못하는 낯선 곳에서, 그것도 아주 남루한 여인숙에서 하룻밤을 지내본 사람은 그 말의 뜻을 안다. 생경하고, 낯설고, 춥고, 고독하고, 잠은 오지 않고, 바람소리 쌩쌩 들리는 낯선 여인숙의 하룻밤의 고적감을 떠올려 보라. 어쩌면 우리가 사는 게 그런 건지도 모른다. 아주 짧고 낯설게 가 버리는 세월이다. 하지만 내 마음에 기억은 분명히 존재한다. 내가 내줬던 마음, 내가 받았던 온정, 내가 품었던 꿈의 기운, 내가 애썼던 노력의 열정만큼은 세월이 흘러가도 그 마음은 남는다. 바로 거기에 우리가 사는 의미가 존재한다. 지금 이 순간, 내 발자국에는 어떤 마음이 스몄을까.


때로 자신의 과거 때문에 현재까지도 미워하는 사람을 본다. 살면서 이미 흘러간 시간을 아쉬워하고 연연해하는 반면, 가장 뜻 깊고, 가장 소중한 지금, 시간을 소홀히 한다. 과거가 아무리 좋다해도 다시 돌아오는 법이 없다. 이미 흘러간 물과 같다. 하여 그것이 아무리 최악이었다 해도 지금 자신을 붙들어 매어 놓을 만큼 찰거머리는 못된다.

내가 그토록 바라는 미래는 과거에 의해서 결정되는 게 아니라, 지금 현재에 의해서 좌우된다. 또한 내가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은 지나온 시간이 얼마나 훌륭하느냐가 아니라, 남겨진 시간을 어떻게 경영해 나가는지가 중요하다. 왜냐하면 내 인생 목표는 단지 ‘지금까지’라는 도달치를 위한 게 아니라 ‘지금부터’라는 능활함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인생은 아름답게 살고 싶고, 보다 더 이지적으로 보이기 위해 타는 스스로의 열정에 쉼 없이 기름을 들이 붓는다. 그리고 보다 좋게 살기 위해 애를 쓴다. 하지만 우리는 꽁꽁 얼어붙은 대지를 뚫고 나오는 순간 자체가 고통이었다. 그럼에도 강한 햇살과 비바람을 견디고 살아야 한다. 장미꽃으로 살기 위해서는 남이 모르는 고통을 감내해야한다. 그러나 그 결과가 민들레와 똑같다면 살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인생사가 얼마나 무의미한가. 그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게 곤혹스럽다.


서로에게 따스함이 느껴진다면 그것은 사랑이다.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 이 단어가 떠올려지면 왠지 그 사람과 한층 더 가까워진 듯 마음이 푸근해진다. 그 누구도 이 세상에서 온전히 혼자 힘으로 살아갈 수 없다. 사람은 근본적으로 어깨와 어깨끼리 가슴과 가슴끼리 맞대고 살아야 한다.

이 세상에 나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생각으로 세상을 산다면 분명 지금보다 더 아름답다.

|박종국에세이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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