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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진치(貪嗔癡)

박종국에세이/박종국칼럼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4. 2. 25.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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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진치(貪嗔癡)



박 종 국



아흔아홉 섬 가진 사람이 한 섬 더 가져가 백 석을 채운다. 그래서 많이 가지려고 기를 쓴다. 사는 데 그다지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다. 근데도 그 유혹을 못 이겨 양심을 팔고, 변절하고, 부정에 연루된다.

물론, 돈이 많으면 행복하다. 궁핍하면 여러 가지 제약이 따라서 불편한 게 많다. 그렇다고 해서 금전적인데 너무 천작하는 건 다른 사람의 몫을 빼앗는 나쁜 욕심이다. 지나치게 많이 먹어대는 일도 동식물을 헤치는 폭력이다.

그래서 돈만 밝히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즐겁지 않다. 무엇인가에 집착할 때, 그것은 곧 자신을 옭아매는 사슬이 된다.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건 그만큼 자신이 부자유스러워진다. 많이 가지면 좋겠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시기와 질투, 갈등과 대립만 불러일으킨다.

행복의 준거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렇지만 그것은 마음의 평안과 물질과 정신이 겸비된 건강한 삶을 지향해야 한다. 열심히 일해서, 정당한 방법으로 부를 쌓았다면 마땅히 존중받아야한다.

 


쓰다버린 빈 통을 굴리고 다니며 집을 삼았다는 희랍의 철학자 디오게네스처럼 극단적인 가난으로 살지 않더라도 적당히 먹고, 가지고, 즐기며 사는 게 행복이다. 언제나 위로만 쳐다보고 살면 ‘상대적인 빈곤감’에 허덕이게 될 뿐이다.

인간의 욕망이 끝이 없다. 그렇지만 정당한 노력 없이, 부당한 방법으로 욕심을 갖는 건 부질없다. 남보다 큰 차를 사고, 더 넓은 아파트, 보다 큰 집을 가지기 위해서 바동대는 건 미련하기 짝이 없는 삶이다.

 


놓아라, 놓으면 산다고 했다. 무심하고, 하심하며, 무소유하는 삶을 산다면 그것만으로 족하다. 중생계에는 누구나 그 뭣인가를 부둥켜안고 산다. 명예, 재산, 사랑 등 일생 동안 소유욕에 매달려 깨어나지 못하는 게 우리 인생이다. 하룻밤에 청기와 집을 짓는 꿈을 꾸다가 깨고 나면 그렇게 허망할 수가 없다. 로또 복권에 당첨된다고 해도 그에 만족하지 않는 게 우리네 인생이다.

탐진치(貪嗔癡), 거친 탐욕을 놓아도 산다. 눈도 놓아 버리고, 귀도 놓아 버리고, 코도, 혀도, 알음알이도 놓아 버려도 산다. 이것이 참 보시다. 보시는 탐욕으로 돌돌 뭉친 무서운 큰일을 다스리는 선약(仙藥)이 되고, 자비심의 등불이 된다.

|박종국에세이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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