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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작가회의] 저는 여기에서 멈춥니다_이사장 윤정모

한국작가회의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4. 3. 2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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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고문님, 자문위원님들, 그리고 회원 여러분,
소설가이자 현 이사장 윤정모입니다.



계절은 봄인데 제 마음은 겨울 벌판에 서 있습니다. 제가 2022년부터 이사장직을 맡아 보낸 2년의 시간들이 아득하기만 합니다. 처음 이사장 제안을 받았을 때는 작가회의에 마지막으로 봉사할 기회다, 신명을 다하겠다는 각오였습니다만 오랜 세월 외곽에 맴돌다가 조직 안으로 돌아와 보니 달라진 것이 너무 많았습니다. 조직에 애정을 가졌던 선배 동료 문인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기우가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지난 2년 동안을 돌이켜 보면 우리 작가회의의 대의는 사라지고 조직내 분란이 끊이지 않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저의 부덕과 무능의 탓도 있지만 구조적으로는 총장 직선제 이후 우려했던 문제들이 노정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2022년 한 해 동안은 모든 회의 때마다 경기지회 인준 건으로 분란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몇몇 이사들과 위원장들, 감사까지 담합하여, 정관에 준해서 원칙과 절차를 따라 순리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이사장의 의견을 묵살하고, 의사 진행을 독점하는 파행이 거듭되었습니다. 결국 경기도 내의 회원들의 폭넓은 의견 수렴과 동의도 없이 경기지회는 설립되었습니다.


2023년 한 해는 경기지회 설립을 주도했던 그 이사들과 위원장들, 감사 등이 또 정관개정을 위한 소위원회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매 회의 때마다 의사 진행을 가로막고 억압했습니다. 지난 2021년에 어렵게 개정한 정관도 아직 문체부 승인이 나지 않고 계류중에 있는 실정인데, 무슨 정관 개정이 그리 중요한지 우리 조직의 발전적 사업 고민을 뒷전에 두고 정관개정에만 매달리고 있는지, 그 저의가 매우 우려됩니다.


그 외에도 연대사업위원회에서 추진한 이태원참사 추모문화제 이후, 추모문집이태원 호호캄캄 발간과 관련한 저작권 침해 문제로 젊은작가포럼과 일부 저자들의 문제 제기가 있어, 대외적으로 작가의 권리를 보호해야 할 작가회의가 작가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습니다. 이에 책임 당사자들의 공식적인 사과와 최소한의 근신이 필요하다는 이사장의 의견도, 그 문제의 몇몇 이사들과 위원장들에 의해 묵살되었습니다.


이런 모든 문제의 해결과 조정을 위해 노력해야 할 사무총장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사무총장과 이사장의 의사소통은 부재한 상태입니다심각한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조직 내의 일련의 사태들에 대한 회원들의 방관적 태도와 조직에 대한 회의감만 심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작가회의는 한국의 대표적인 문인단체일 뿐만 아니라 K문학을 주도해 나갈 유일한 문학단체입니다. 심포지엄 등 문학 수준을 위한 학술대회, 3세계 작가들과의 소통, 남북교류, 세계 문학인과의 대화를 추진해 왔고 추진할 능력과 소양을 갖춘 문인단체입니다. 이러한 우리 작가회의의 위상이 소수의 몇몇 회원들의 독단과 전횡으로 더 이상 실추되지 않도록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저는 2년 동안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깊은 굴욕감과 자괴감을 느꼈으며, 제 능력의 한계를 실감했습니다. 저는 지금 심신의 스트레스로 건강 상태도 매우 좋지 못한 상황입니다. 저도 이제 살아야겠습니다.


고문님, 자문위원님, 그리고 회원 여러분!
21대 이사장 윤정모는 오늘 사퇴를 결심했습니다. 총회 전에 사퇴를 하는 이유는 더 이상 몇몇 이사들의 독단과 독주를 지켜볼 수도 없고, 막아낼 수 있는 여력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저를 믿고 함깨 해주신 선후배 동료 작가분들과 여러 회원님들께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제가 끝까지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점 널리 양해해주시고, 더욱 건강하고 올바른 조직의 앞날을 위해 이제 여러분이 지혜를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한국작가회의가 세계 문학의 선두 주자가 될 날을 기원하며
삼가 윤정모 올립니다.


 2024 3 28


(사)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윤정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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