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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 해코지

박종국교육이야기/함께하는교육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4. 4. 17.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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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 해코지

박 종 국

아이들, 조그만 일 하나에도 곧잘 다툰다. 자기 딴에는 큰일이라도 되는 양 아웅대나, 자초지종을 들어보면 그냥 씩 웃음이 난다. 정말 아무 일도 아닌 데 티격태격 하고, 친구를 괴롭히면서도 자기는 잘했다고 뻑뻑 우겨댄다. 중재자로 참 난감한 순간이다. 그렇다고 제풀에 난 화는 애써 뜯어 말려도 쉽게 삭혀들지 않는다. 어쨌거나 고만고만한 아이들 싸우면서 친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뒤끝이 없다. 그게 아이들이다.

그러나 어른은 다르다. 성숙한 인간은 남에게 해코지하지 않는다. 숫제 말로 자신의 짐을 다른 사람에게 지우지 못한다. 또 스스로 베푼 일에 보답을 바라지도 않는다. 사랑하는 일도 그렇다. 내가 좀 더 사랑한다고 해서 떠벌리지 않고, 상대가 자신을 소홀하게 대한다고 해도 얼굴을 붉히지 않는다. 세상일 내가 싫으면 남도 꺼려한다.


좀 더 많이 가졌다고 해서, 더 나은 명예를 얻었다고 해서 우쭐할 게 아니다. 누구나 발가벗겨 놓으면 똑같다. 한데도 더 넓은 평수의 집을 갖겠다고 발발거리고, 최신형 자동차로 거들먹거리며, 외양 차리기에 겉멋이든 사람이 많다. 그들이 대단하다는 생각보다는 되려 안타깝다는 생각은 무엇 때문일까?

인간관계에서 가장 위험한 일은, 남도 나와 같으려니 아둔하게 생각하며, 함부로 남의 경계를 허물고 들어가 자신의 이기적인 만족만을 위해 상대를 예사로 희생시키는 협잡이다. 이는 차마 인간으로서 정리되지 않는 처사로 남에게 상처를 주는 잘못된 행위다. 성숙한 인간은 허접스러운 지위나 명예를 좇지 않고, 천박한 물질적 부유(富裕)만을 내세우지 않는다. 삶에 좋은 향기를 가졌다는 하나만으로도 행복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남을 밟고 올라서겠다는 같잖은 짓을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 사람은 주위의 따가운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슨 일이든 자기 위주로만 이끌어간다. 불편부당한 작태가 아닐 수 없다. 결국 그런 사람은 자신이 무수하게 저질러놓은 무신경과 무성의,  안일함으로 인하여, 진정으로 자기를 가장 잘 이해하는 상대를 밀어낸다. 세상을 보는 눈을 바로 뜨지 못한 텃이다.


스스로를 낮추면 높아진다. 까닭 없이 자기 자신을 내세우기보다 먼저 고개를 숙이면 저절로 인정받는다. 사회적으로 우러러 뵈는 지위를 얻지 못해도 그런 바탕 위에서는 참다운 명예가 저절로 우러난다. 아이가 보는 세상이 뭐 그리 넓을까 싶지만, 그들이 경영하는 세상은 어른 못지않게 가지런하다. 아이는 자기에게 좋은 깨우침을 주고, 따사로운 사랑을 베풀어주는 어른을 잊지 않고 기억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교사로서 어떤 삶을 살아야하는지 확연해진다.

밤늦게 후배한테서 전화가 왔다. 그와 나는, 여태껏 아이들 속에서 웃고, 노래하며, 즐거웠다. 그런데 이번 일은 열세살 아이가 학교생활에 당면한 문제로는 심각했다. 아이가 감당해야 할 몰이해의 벽이 너무 두터웠다. 전화로 한참을 이야기하며, 아이의 문제에 무조건 공감했다. 때론 아이도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먼저 아이의 입장이 되어 충분히 경청하라고.

|박종국에세이칼럼

#경청 #아이 #스트레스  #공감 #사랑 #인간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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