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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44년째 앉아서 생활하고 있는 박씨가 뜨개질을 배우게 된 동기는 장애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기 위해서다. 뜨개질을 하기 전인 3년 전에는 속옷 가게를 운영하면서 수익금의 일부를 떼어 독거노인과 불우아동들에게 익명으로 돕기도 했다. 올해는 어린이날 불우 아동들에게 선물을 해주는 등 남모르는 선행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장애인들은 뜨개질처럼 한 자리에 오래 앉아서 하는 일이 쉽지 않아요. 그러나 힘들다고 포기하고 마냥 기댈 수는 없는 일이지 않습니까? 뭔가는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뜨개질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란다. 수를 놓는 십자수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옷을 펼쳤을 때 모습을 도면으로 그려야 하고 디자인도 생각해야 하며, 그 안에서 어떤 종류의 색실을 어떻게 배치해 어떤 형상의 옷을 만드냐 하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 한마디로 실과 바늘로 대단한 창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 탄생하는 옷, 생각해 보셨나요? 장애인들이 이처럼 어렵게 옷 한 벌을 완성했을 때 보람과 자신감이 대단할 겁니다. 뜨개질이 장애인들에게 적합한 소일거리기도 하지만 결과물로 힘을 불어 넣을 수 있어 좋은 것 같아요."
"저도 보통 사람들하고 똑같이 할 수 있어요. 저 계단 걸어 올라가는 것만 빼고는요…." 인터뷰를 하는 내내 그녀는 뜨개질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마침 세 명의 '제자'가 뜨개질을 배우고 있었다. 강남구 일원동에 살고 있는 임신 8개월째인 복정신(30세)씨는 뜨개질예찬론을 폈다. "저는 4개월째 뜨개질을 배우고 있어요. 전에는 뜨개질을 전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관심도 없었는데 우연히 이곳을 알게 됐고 태교 차원에서 시작했죠. 머리와 손을 많이 써서 그런지 육체적, 정신적으로 태교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몇 달간에 걸쳐 남편 목도리하고 아기 옷을 만들었는데 완성했을 때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어요." 지금까지 이곳에서 뜨개질을 배운 제자는 모두 200여명. 임산부도 10여명 있었는데 뜨개질을 배우는 동안 웬일인지 입덧을 하는 임산부도 없었고, 애도 순풍순풍 잘 낳았다고 박씨는 말했다. 애 낳고도 계속 뜨개질을 배우는 엄마도 많단다.
하루 열 시간, 박씨와 제자들은 이곳에 앉아 하루 종일 뜨개질을 하며 대화를 나눈다. 가정문제, 성적문제, 이성문제 등등 터놓고 이야기하다 보면 때로는 엄마처럼, 언니처럼, 옆집 아주머니처럼 편안한 카운슬러가 되기도 한다. 눈을 뜨면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즐겁고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하고 감사하게 생활한다는 그녀. 그러나 그녀에게는 아쉬움이 있다. 주부, 학생 등 뜨개질을 배우는 사람들 중 아직 장애인이 없다는 것이다. 일반인들도 오랜 시간에 걸쳐 '작품' 하나 만들어내면 큰 기쁨과 보람을 느끼는데 장애인들에게는 얼마나 큰 힘이 되겠냐는 것이다. "장애인들이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뜨개질을 통해 나도 일을 할 수 있다는 의지를 얻을 수 있다면 그보다 보람된 일이 없겠지요? 지금은 여건이 안 돼 강의를 못나가고 있지만 뜨개질에 동참하는 장애인들이 많아 강의로 이어질 수 있다면 제 개인적인 보람뿐만 아니라 장애인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금은 몇 명 안 되는 모임 털사모(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더욱 활성화시켜 털실처럼 따뜻한 마음으로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 많은 장애인들을 도와주고 싶다고 말하는 그녀. 몸은 비록 불편하지만 마음은 밝고 맑은 그녀는 무척 행복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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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19 오후 9:14 ⓒ 2005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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