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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0 평택 시위, 본정리와 내리는 달랐다.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5. 7. 15.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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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0 평택 시위, 본정리와 내리는 달랐다
[전말] 경찰의 '과잉 진압'인가 시위대의 '폭력 시위'인가
텍스트만보기   박상규(comune) 기자   
경찰의 폭력진압이 문제였나, 아니면 시위대의 폭력행위가 문제였나.

지난 7월 10일 평택 팽성읍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 주변에서 열린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와 한반도 전쟁반대 7·10 평화대행진'이 끝난 지 나흘이 지났지만, 유혈사태의 책임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논란의 핵심에는 방송차량을 통해 흘러나온 "밀고 들어가! 작살을 내버려!"라는 경찰 지휘부의 공개 명령이 있다. 전국민중연대와 평택대책위 등 시민단체들은 이런 경찰의 명령이 유혈사태를 키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경찰 쪽은 "시위대의 무차별적인 폭력이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맞서고 있다. 양쪽의 주장은 아직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부상자 규모는 시위대 200여명과 경찰 90여명. 7월 10일 평택시 팽성읍 미군기지 주변 들판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시작 전부터 긴장감 팽팽

내리 10일 오후 '미군기지 확장 저지와 한반도 전쟁반대 7.10 평화대행진'이 열릴 예정인 경기도 평택 대추초등학교로 들어오는 도로가 경찰에 의해 봉쇄되자 참가자들이 아이들과 함께 논두렁을 타고 행사장에 진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본정리 대추초등학교에서 열린 집회가 끝난 뒤 미군기지 인간띠잇기를 위해 철조망 부근에 집결한 한총련 학생들이 철조망을 제거하기 위해 경찰과 싸움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날 집회는 1만여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로 애초부터 큰 충돌이 예상됐다. 경찰은 행사 이틀 전인 8일 "과격한 폭력 시위를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행사 당일 오전부터 60개 중대 6000여명의 병력을 미군기지 경계 철조망 안과 밖에 집중 배치했다.

본 행사가 열리기 시작한 오후 2시. 대추초등학교는 이미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운동장에 모인 사람들은 '미군기지 확장반대'라고 적힌 노란색의 깃발을 흔들었다. 행사 참가자들은 어린 아이를 대동한 가족에서부터 한총련 소속 대학생들까지 다양했다.

본 행사를 마친 시위대가 미군기지 철조망을 따라 인간띠잇기를 하기 위해 대추초등학교 정문을 나선 시간은 오후 3시50분께. 대추초등학교를 기준으로 평택시 팽성읍 내리와 본정리 양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한총련을 중심으로 한 학생들은 본정리 쪽으로, 가족 단위 참가자들은 대부분 내리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아직 평화로운 행진이 이어지고 있던 그 시간, 경찰 지휘부는 방송 차량을 타고 미군기지 철조망 안쪽을 돌며 이런 방송을 내보냈다.

"(시위자) 상체를 공략하여 논밭으로 과감히 쓰러뜨린다! 절대 철조망이 훼손 당하는 일이 없도록. 특히 대원과 대원 사이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챙기길 바란다!"

먼저 전쟁터로 변한 본정리

행진 시작 10분 후 경찰은 본정리 방향으로 행진하는 시위대의 길목을 막았다. 몇 번의 실랑이가 있은 후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됐다.

본정리쪽에는 한총련 학생들이 주축이었다. 이들은 지금까지 깃대로 사용하던 대나무를 길을 막아선 전경에게 휘둘렀다. 일부 학생들은 쇠파이프를 들기도 했다. 이에 전경은 시위대를 향해 방패와 곤봉을 휘둘렀고, 분말 소화기와 물대포를 발사했다.

전경과 시위대 사이의 전선은 여러 곳이었다. 일부는 미군기지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공방을 벌였고, 일부는 좁은 논두렁 위에서 대나무와 곤봉을 주고 받았다. 또한 논 진흙탕 위에서 전경과 시위대 수십명이 뒤엉키기도 했다. 서로 돌과 진흙을 던지는 경우는 예사였다. 후텁지근한 날씨에 진흙을 온몸에 뒤집어 쓴 시위대와 전경이 비일비재했다.

이렇게 양쪽 모두 지휘부의 통제를 벗어나 산발적으로 싸웠고, 부상자가 속출했다. 턱이 함몰되는 심한 부상을 입은 시위대쪽 사람과, 한쪽 눈 실명 위기에 빠졌다는 전경 대원도 모두 본정리에서 다친 것이다.

그 시각, 2km 떨어진 내리에 울려퍼진 경찰의 방송

본정리가 '전쟁터'로 변한 시각, 약 2km 정도 떨어진 내리 쪽은 작은 충돌은 있었지만 아직 큰 충돌이 벌어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내리 쪽에는 학생 참가자 보다는 아이들과 여성 등 가족 단위의 참가자들이 많았다.

그러나 경찰의 자극적이고 위험한 공개 명령은 내리 쪽에 집중됐다. '복수'를 당부하는 말도 흘러나왔다.

"(전경) 여러분들의 동료가 지금 습격을 많이 당했다! 우리라고 당하고만 있을 겁니까! 지금부터 공격하면 맞받아 쳐버려! 괜찮아! 훈련된 동작으로 하면 돼! 절대 매 맞지 않도록. 모든 건 내가 책임진다!"

이 방송에 많은 시위 참석자들은 "저게 무슨 대장이냐"며 더욱 흥분했다. 경찰의 방송은 계속됐다.

"그래, 잘하고 있어. 밀고들어가! 작살 내버려!"

결국 경찰과 시위대는 거세게 충돌했다.

대추초등학교를 기준으로 우측(본정리)과 좌측(내리)에서 모두 격렬한 충돌이 일어나는 동안, 대추초등학교 주변 마을에는 119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시위대와 경찰은 모든 상황이 종료되고 한참이 지나서야 정확한 부상자 실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진실은 무엇일까

▲ 문제의 경찰 방송차. 당시 '자극적이고도 무서운' 방송을 내보냈던 이종우 서울경찰청 기동단장은 당시 방송에 대해 14일 "계속되는 폭력으로부터 부하들도 보호하고 임무를 완수해야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말이 좀 거칠게 나온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날 이후 평택대책위는 7.10 평화대행진에서 발생한 폭력사태와 관련해 허준영 경찰총장의 공개 사과와 부상자 배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시위 현장에서 흥분된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대신 선동하는 방송을 한 이종우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단장의 처벌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에 경기지방경찰청은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집회 주최 쪽은 (경찰이) 과잉 진압을 한 것처럼 오해를 받을 수 있는 부분만을 부각시켜 일방적으로 경찰을 비난하고 있다"며 "오히려 폭력시위 때문에 경찰 97명이 다쳤고, 전경 한 명은 시위대가 휘두른 대나무에 찔려 한쪽 눈을 실명할 위기"라고 평택대책위 쪽의 요구를 받아들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경찰 쪽은 특히 시위대가 각목, 대나무, 쇠파이프 등을 들고나올 때부터 '평화대행진'을 할 생각이 없었다고 비난하고 있다.

팽팽한 양측의 공방 속에 국민들은 어리둥절하다. 마치 한 장소에서 한 시각에 일어난 일을 놓고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7월 10일 평택 본정리와 내리는 서로 달랐고, 두 곳은 약 2km가 떨어져 있었다는 사실이다.

처음에 던졌던 질문이다. 과연 경찰의 폭력진압이 문제일까, 아니면 시위대의 폭력행위가 문제일까.
2005-07-14 19:12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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