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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맥아더, 구원자인가 침략자인가?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5. 7. 18.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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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맥아더, 구원자인가 침략자인가
[현장] 2005년 여름, 인천 자유공원 맥아더 동상 철거 논란
텍스트만보기   강이종행·권우성(kingsx69) 기자   
▲ 우리민족연방제통일추진회의를 비롯한 인천지역 시민단체 회원들이 17일 오후 인천 중구 자유공원에서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 계획인 가운데 무한전진, 자유개척청년단, 재향군인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같은 장소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동상 사수 집회를 열었다. 집회를 마친 보수단체 회원들이 동상 철거를 요구하는 재야단체 회원들을 향해 몰려가자 경찰이 제지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valign=top 인천 자유공원 충돌 "맥아더 동상 철거" - "빨갱이다" / 김호중 기자

▲ 17일 오후 인천 중구 자유공원에 세워진 맥아더 장군 동상 주변에서 철거를 주장하는 재야단체와 반대하는 보수단체의 집회가 동시에 열릴 예정인 가운데 경찰들이 삼엄한 경비를 펼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맥아더는 양키들의 지배의 시작을 알리는 점령군 사령관이었다."
"맥아더 동상을 철거하려는 자들은 '빨갱이'다. 빨갱인 쳐부수자."


잔뜩 흐린 날씨에 후텁지근해 가만히 앉아있어도 짜증 날 것 같은 17일 오후 1시, 인천 자유공원. 이곳에서는 공원 중앙에 서있는 '맥아더 동상'을 사이에 두고 때아닌 이념 논쟁이 벌어졌다.

한쪽에서는 맥아더 장군 동상을 철거해야 한다며 "맥아더의 인천상류작전은 우리 민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300만명 이상의 민족을 학살하면서까지 분단을 고착시켜 놓은 침략행위"라고 소리 높였다. 반면 다른 한쪽에선 동상 철거는 절대 안된다며 "맥아더는 '적화통일'의 위기에서 구해 자유와 번영을 하게 해준 구원자"라고 주장했다.

사실 지금까지 그는 교과서와 위인전기 등을 통해 6.25 전쟁 영웅으로 우리들에게 기억돼 왔다. 그러나 최근 맥아더에 대한 재평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연 맥아더는 우리의 '구원자'였나, 아니면 '침략자'였나?

"양키 점령군 사령관" VS "빨갱이 쳐부수자"

1950년 9월 15일, 국제연합(UN)군은 맥아더의 지휘 아래 인천 월미도 상륙에 성공했다. 이 작전으로 인해 한국전쟁의 전세는 북에서 남으로 뒤바뀌게 됐다. 이후 57년 이승만 정부는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킨 맥아더를 위해 작전지에서 가까운 '자유공원'(인천시 중구 응봉산)에 그의 동상을 세웠다. 동상은 인천시 명물 중 하나로 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헌화를 하거나 기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002년 효순·미선이가 미군 장갑차에 치여 죽게되는 사고를 당한 뒤 반미감정이 고조됐고, 이 시점부터 소위 '맥아더'에 대한 재평가가 시작됐다.

지난 5월 10일 김수남 우리민족연방제통일추진회의 의장 등 10여명의 인천지역 재야원로들이 "맥아더 동상을 철거해야 한다"며 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인천시청, 중구청 등 자리를 옮겨가며 17일까지 67일간 농성을 지속해왔다.

김 의장은 "맥아더는 미 제국주의 양키들의 상징"이라며 "맥아더 동상 철거는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에 반대하는 무한전진, 자유개척청년단, 재향군인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동상 사수를 결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맥아더 동상 철거를 반대하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재야단체 회원들을 향해 물병과 돌을 던지며 집회를 방해하자 경찰들이 불상사를 막기위해 날아오는 물체를 방패로 막기 위해 대비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강정구 동국대 교수(사회학)는 17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맥아더를 ▲점령군 의도를 담은 포고령 내린 장본인 ▲한반도에 26개 핵폭탄 투하 주장한 사람 ▲UN 허가 없이 38도선 넘은 불법행위자 ▲인천상륙작전 뒤 대량 민간인 학살 책임자 등으로 규정했다.

우선 맥아더 포고령에는 "'영어를 공용어로 하고 점령정책에 저항하거나 위배하는 한국인들은 사형 또는 엄벌에 처한다'고 나와있다"고 강 교수는 소개했다. 그는 상륙작전 뒤 UN의 허락 없이 38선을 넘어 북진했다는 점을 들며 "UN은 38선을 넘는 것은 '침략'으로 규정했다, UN 승인 없이 (38선 넘어) 공격한 것은 불법행위"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맥아더가 한국 군·경에 의한 약 100만여명의 민간인 학살의 책임자라고 주장했다. 당시 군·경은 모두 UN군 사령관의 지휘하에 있었다는 것. 마지막으로 강 교수는 "그는 26개의 핵폭탄을 북에 투하해야한다고 주장했던 사람"이라며 "실제 유럽의 반대가 없었다면 한반도에 원자탄이 투하됐을 것"이라고 고발했다.

강 교수는 "대통령을 꿈꾸던 그는 미국에서도 '신화'에서 금새 '우화'로 끝나버렸다"며 "그런 사람의 동상을 지금까지 세워두고 있는 것은 말도 안된다"라고 강조했다.

2002 여중생 사망 이후 맥아더 재평가 점화

▲ 보수단체들의 방해로 집회를 약식으로 치른 재야단체 회원들이 만세삼창을 하며 집회를 마무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자유공원에서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 농성단은 다른 시민·사회단체들 50여명과 함께 이날 오후 2시부터 자유공원에서 '맥아더 동상 철거 촉구 결의대회'를 가졌다. 반면 자유총연맹, 대한민국재향군인회, 무한전진, 인천지구 황해도민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 1천여명이 이를 제지하기 위한 시위를 같은 장소에서 열었다. 결국 충돌을 막기 위해 출동한 경찰을 사이에 두고 맥아더 동상 찬·반 집회가 열리게 된 것. 지난 15일에도 국민행동본부 등 20여개 단체 회원 500여명이 같은 성격의 집회를 가진 바 있다.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들은 "맥아더는 대한민국의 은인, 공산체제로부터 구해준 구세주"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유청영 인천지역 황해도민회 회장은 "맥아더는 UN군 사령관으로 인천상륙작전 성공으로 우리를 구해준 생명의 은인"이라며 "우리는 은혜를 악으로 갚는 국민이 아니다, 동상은 영구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우리의 적은 미국이 아닌 북한이다, 미국이 적이라고 주장하는 저들은 빨갱이"라며 "그들은 미국 때문에 공산화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자들"이라고 동상 철거 집회 참가자들을 비난했다.

이들은 15일 신문광고를 통해 ▲맥아더 동상이 철거되면 '김일성 동상'을 세우게 될 것 ▲동상을 지켜내는 것은 한미동맹과 자유대한을 지켜내는 제2의 인천상륙작전 등이라고 강조했다.

보수단체의 시위로 인해 철거 촉구 결의대회는 예정시간보다 늦은 오후 3시30분에야 시작됐다. 임찬경 주한미군철수운동본부 상임공동의장은 "맥아더 동상 철거는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기 위한 노력"이라고 외쳤다.

공기총에 야구방망이까지
거칠 것 없던 '동상 철거 반대' 집회 참가자들

▲ 맥아더 동상 철거를 요구하는 재야단체 회원들을 향해 공기총을 겨누는 해병전우회 회원(위)과 "빨갱이를 쳐 죽이자"며 구호를 외치다 알루미늄 야구방망이를 들고 달려가다 경찰의 제지를 받는 자유개척청년회 회원들.
ⓒ오마이뉴스 김호중·권우성

17일 '맥아더 동상 철거 반대' 궐기대회 참가자들은 매우 거칠었다. 돌과 플라스틱 물병은 물론 야구방망이를 휘두르거나 공기권총을 꺼내 위협하는 해병대 전우회 회원도 볼 수 있었다.

이들은 양측간 충돌을 막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과 수십차례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투병, 투석 등으로 참가자, 경찰 등 여러명이 부상을 입었다.

특히 일부 참가자들은 10여 자루의 야구방망이를 꺼내 상대진영을 위협하기도 했고 실제 경찰들과 몸싸움 때 이를 사용하기도 했다.

결국 계속되는 몸싸움으로 '철거 찬성' 집회가 1시간30분이나 늦게 열렸다. 찬성측 참가자들은 "경찰이 불법집회를 벌이는 보수단체회원들을 너무 봐주는 것 아닌가"라며 "아마 우리의 시위가 불법으로 진행됐다면 아마 무서운 방패로 이미 진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5-07-17 21:55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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