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러분, 안심하고 통화하세요.

"국민 여러분, 안심하고 통화하세요" 낯 두꺼운 6년전 국민의 정부 신문광고... "불법감청 결단코 없다"   손병관(patrick21) 기자

▲ 1999년 9월22일 중앙일간지 1면에 일제히 게재된 김대중 정부의 의견 광고. ⓒ1999 신문 PDF 국가정보원이 5일 김대중 정부시절 국정원의 도·감청을 시인한 가운데 99년 9월 중앙일간지에 게재된 "불법감청이 전혀 없다"는 내용의 정부 광고가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등 일간지들은 그해 9월22일 1면에 일제히 <국민 여러분, 안심하고 통화하십시오>라는 제목의 5단 광고를 게재했다. 이 당시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정보통신부와 경찰 등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를 근거로 "국민의 정부 들어서 감청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정부 대책을 추궁했다. 김형오 의원이 그해 9월12일 "국정원과 법무부 등 5개 부처 장관이 감청을 줄이겠다고 작년에 담화문까지 발표해놓고 정보통신부가 경찰청에 인가한 장비가 50대나 늘어났다"고 지적했고, 이규택 의원도 "국정원의 감청건수가 98년 1399건에서 99년 상반기에만 839건에 달하는 등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99년 9월21일 국무회의에서 "정부기관의 불법적인 감청·도청은 일절 용납돼선 안되며, 합법적인 감청도 가능하면 줄여나가야 한다"며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을 지시할 정도로 국가기관의 불법 도·감청은 정치적 논란거리가 됐다. 천용택 국정원장과 남궁석 정보통신부 장관, 김정길 법무부 장관, 김기재 행정자치부 장관은 "불법감청은 결단코 없으며 합법적인 감청도 크게 줄어들었으니 국민들은 안심하고 통화해도 된다"는 내용의 4개 부처 공동담화문을 그날 오후 발표했다. 이튿날 중앙일간지에 실린 광고는 정부 담화문을 알기 쉽게 풀어쓴 것으로, "휴대폰은 감청이 안된다. 국민의 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불법으로 통신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부 광고는 "수사담당자들의 위법행위는 물론 민간·사설업자의 불법도청, 개인 신상정보 유출, 사생활 침해사범 등은 공·사를 막론하고 엄단하겠다. 정부는 기필코 '정보인권'을 보장하는 '통신자유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같은 공언과 달리 국정원이 96년 1월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감청장비 4세트와 98년 5월 자체 개발한 유선중계통신망 감청장비로 휴대폰 도·감청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김형오 의원은 5일 "휴대폰 도·감청을 자행했던 국민의 정부가 '휴대폰 도청이 불가능하다'고 언론광고까지 낸 것은 참으로 가증스러운 일"이라고 촌평했다.

2005-08-05 17:34 ⓒ 2005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