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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연한 비밀로만 떠돌던 삼성그룹의 인맥관리 실태가 최초로 공개됐다. 참여연대는 4일 <삼성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관료(5급 이상 고위공직자)와 법조계(판·검사 경력자), 학계, 언론계에 걸친 삼성의 인적 네트워크 형성과정과 실체를 적나라하게 밝혔다. 참여연대는 삼성그룹 계열사와 관련 재단에서 근무하고 있는 관료, 법조계, 학계, 언론계 출신 278명의 과거를 추적해 삼성의 인맥관리 실태를 분석했다. 이들을 ▲사외이사 ▲재단이사 ▲계열사 취업 ▲삼성그룹 출신 각계 인사 등 4가지 근무형태로 나눠 분석한 결과, 삼성그룹은 각계 인맥을 '사외이사' 형태로 가장 많이 받아들였다. 대상자 278명 중 99명(35.6%)이 삼성과 계열사에서 사외이사로 일하고 있으며, 다음으로 삼성문화재단 등 관련 재단이사로 일하는 사람들이 85명(30.6%)에 달했다. 삼성과 직접 고용계약을 맺고 취업한 인력은 모두 77명(27.7%)이었다. 삼성그룹에 직접 취업한 인력(77명)중에는 관료(44명) 출신이 가장 많았고 법조계(22명), 언론인(5명) 순이었다. 그러나 삼성그룹 출신으로서 정계나 법조계, 관료, 학계로 나간 사람은 4명(1.4%)에 불과했다.
278명 전체를 출신분야별로 나눠 분석한 결과, 관료 출신(101명)이 가장 많았으며 학계(87명), 법조계(59명), 언론인(27명), 경제인(22명) 순이었다. 이중 관료나 법조인의 경우 임직원 형태의 취업이, 학계나 언론계의 경우 재단이사 선임이 주된 영입형태로 나타났다. 출신 분야별 분석에서 드러난 특징은 삼성이 주로 사정기관이나 준사정기관, 감독기관 출신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삼성은 관료 중 특히 재경부나 지금은 금감원으로 통합된 옛 은행감독원, 국세청, 관세청 출신들을 주로 골랐다. 법조계에서는 판사나 변호사보다 경제분야 수사를 전담하는 대검과 지검 특수부 출신들을 끌어당겼다. 이들을 이용해 사정기관에 압력을 행사하려는 삼성의 의도가 잘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다음은 삼성과 관련을 맺고 있는 인맥들의 출신 분야별 특징이다. [관료] 삼성 인력 모으면 국무회의도 연다? 삼성그룹 내 5급 이상 고위공직자를 지낸 관료 출신 인물은 분석 대상자 278명 중 101명. 출신 부처별로는 재경부(20명), 금융감독기구(18명), 국세청(12명), 공정위(7명) 등 순서로 많다. 감독기관이나 준사정기관 출신이 많다는 점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이처럼 삼성이 감독기관 출신을 선호하는 이유는 삼성과 관련된 현안에 적극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참여연대는 "삼성은 자동차 사업 진출 당시에는 산업자원부 관료, 이재용씨의 불법 경영권 세습과 관련 세금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국세청 관료, 에버랜드 등 지배구조 문제와 금융법 관련 논란이 일어날 때는 금융감독기구 출신 인사들을 적극 영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중에는 전직 국무총리 3명을 포함해 장관들도 수두룩하다. 이수성 전 국무총리는 현재 삼성언론재단 이사를 지내고 있고, 이헌재 전 국무총리는 호암재단 이사다. 이영덕 전 국무총리 역시 삼성복지재단 이사로 등록돼 있다. 이 외에도 이종남 전 감사원장, 송정호 전 법무부장관, 차흥봉 전 보건복지부장관 등이 삼성언론재단과 삼성전기, 삼성생명 공익재단 등에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연대는 "삼성의 인력으로 국무회의도 운영할 수 있다는 세간의 이야기가 과장만은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법조계] 특수부 출신 선호, 기업 비리를 방어할 전술 지도?
대표적으로 대검 수사기획관을 지낸 이종왕 변호사는 삼성 법무실장으로 영입됐다. 서울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 출신의 서우정 변호사나 이기옥(수원지검 특수부) 변호사, 엄대현(서울지검 특수부) 변호사 등도 대표적인 경제 수사통이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기업 비리를 방어하는 전술을 지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검사들로서 과거 재직시 알고 있던 수사기밀을 유출할 가능성도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검찰 뿐 아니라 법무장관이나 헌법재판소장 등 행정부 법조 분야의 수장과 사법부 최고 판사도 삼성의 그늘 아래 있다. 송정호 전 법무부장관은 현재 삼성전기 사외이사로, 이종찬 전 서울고검장은 삼성SDI 인사팀에서 일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 사건으로 유명한 윤영철 헌법재판소장도 전직 삼성전자 고문(법무실장) 출신이다. [학계] 서울대 출신이 압도적... 연세대·고려대 순 학계 출신의 삼성그룹 인맥은 87명으로 관료 출신 다음으로 많은 규모다. 특히 이들 중 절반 이상(48명)이 서울대 출신이다. 다음으로 연세대(7명), 고려대(5명), 성균관대(4명) 등으로 서울대 출신 규모와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학계 출신 삼성 인맥으로는 정기영 현 한국경제학회장, 최외홍 현 한국회계학회부회장, 정구현 한국경영학회 회장 등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부사장, 삼성경제연구소장 등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 참여연대는 "삼성의 학계 인적 네트워크는 삼성과 관련된 현안의 직접적인 해결을 위한 관료나 법조계 출신 인사들과 달리 주로 학계와 시민사회에 삼성그룹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는 통로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언론계] 주요 언론사 대표·사장 출신 포진 언론계 출신의 삼성 인맥은 모두 29명. 이들 역시 학계 출신과 마찬가지로 삼성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조성 통로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참여연대는 분석했다. 주요 언론사의 대표나 사장 경력을 가진 이들 언론계 출신 대부분은 삼성언론재단 이사를 맡고 있다.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최학래 전 한겨레신문사 사장, 장명수 전 한국일보 사장, 남시욱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최종률 전 경향신문 사장 등이 삼성언론재단의 전·현직 이사진에 포함돼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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