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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파일 정국, 노무현과 박근혜의 공통점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5. 8. 3.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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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파일 정국, 노무현과 박근혜의 공통점
'테이프 공개해도 무관' 한목소리... "우린 권력의 비주류였다"
텍스트만보기   박형숙(xzone) 기자   
▲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안기부 불법도청 테이프에 대해 공개하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97년 대선에서 권력 외곽에 있던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대표는 이번 불법도청 파문에서 한결 자유롭다.
ⓒ2005 오마이뉴스 이종호

안기부 불법도청 테이프 공개에 대해 미온적이었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공개 가능' 쪽으로 선회한 것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흥미로운 점은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대표가 취한 태도다.

노무현 대통령은 안기부 도청 파문과 관련해 "덮어서 이득 볼 것이 무엇이 있나, 아무 것도 없다, 진실만이 답이다"라며 초연한 태도를 보였다. 또 박근혜 대표는 "사생활 빼고 공개하자는 제의에 대해 전부 공개해도 상관없다, 한나라당은 전혀 부담을 갖고 있지 않다"며 당당하게 말했다.

그러자 양당 지도부의 태도가 변했다. 열린우리당은 즉각 민간인으로 구성된 '제3의 검증기구'를 통해 테이프 공개 여부를 결정하자는 안을 내놓았고, 한나라당 역시 내부 이견은 존재하나 공개해도 좋다는 분위기가 커졌다. 여론에 밀린 까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변에 깔린 '불안'은 여전해 보인다. 안기부 도청 파문에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전신정당들의 개입 의혹이 불거지면서 그 고리가 현역 정치인들과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은 고흥길·정형근·김무성 의원을 비롯해 김영삼 정부 시절 요직을 지낸 '한나라당 12인'을 지목해 "YS 정부의 불법도청과 관련한 정보를 알 수 있을만한 직책에 있었던 분"이라며 양심고백과 사죄를 촉구했다. 이에 한나라당은 김대중 정부 때 안기부 기조실장을 지낸 문희상 의장과 이강래 의원, 국정원장을 지낸 천용택 고문 등을 공격하며 "도청 테이프에 국민의 정부 시절 민주당 관련 경악할 만한 내용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 열린우리당은 즉각 민간인으로 구성된 '제3의 검증기구'를 통해 테이프 공개 여부를 결정하자는 안을 내놓았다. 정세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국민들이 믿고 납득할 수 있는 사회적 명망가들로 구성된 제3의 검증기구를 만들어 검찰 조사를 바탕으로 불법도청의 문제를 처리하자"고 주장했다.
ⓒ2005 오마이뉴스 이종호

"덮어 득볼 것 없다"와 "전부 공개해도 상관없다"에 담긴 셈법

열린우리당은 불법도청 테이프의 내용이 상당부분 DJ쪽에 맞춰져 있을 것이라는 점에 곤혹스런 표정이다. '삼성 X파일'에서 삼성의 기아차 인수 지원 발언자가 이회창이 아닌 김대중이었다는 사실이 단적인 예다. 호남 지역에서 열린우리당의 호감도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민주당과의 연합을 고민하는 열린우리당으로서는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동시에 한나라당은 불법도청이 김영삼 정부 시절 이뤄졌으며 그 배후에 YS의 차남 현철씨가 있다는 의혹이 증폭되는 점이 부담스럽다. 더욱이 도청 대상이 "밖으로는 DJ였다면 안으로는 내부 정적인 이회창에게 맞춰졌을 것"이라는 점에서 한나라당 현역 '창' 측근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997년 대권을 놓고 권력 쟁탈을 벌이던 권력 구도를 반영하는 모습이다. 그런 점에서 권력 외곽에 있던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대표는 이번 불법도청 파문에서 한결 자유롭다.

노 대통령은 YS의 3당 합당 때 합류를 거부였으며 DJ가 국민회의를 창당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DJ 국민회의에 결합하지만 권력실세인 동교동계와의 관계는 소원했다.

이낙연 민주당 원내대표는 2일 '도청파문에 대한 입장'을 내고 양당이 공개 가능쪽으로 선회한 배경에 대해 "테이프 공개가 DJ에게 상처를 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라며 양당 모두에 해명을 촉구했지만, 내심으로는 열린우리당에 대한 불만이 커보인다. 이 원내대표는 "현재의 도청 여부를 규명해야 한다"며 현 정부를 겨냥했다.

그런 처지에선 박근혜 대표도 비슷하다. 1998년 정계에 입문한 박 대표는 YS에게 진 빚이 없다. 있다면 신한국당이 한나라당의 전신정당이라는 사실뿐이다. '삼성 X파일'을 통해 삼성과 불법대선자금 거래 의혹을 받고있는 이회창 전 총재 역시 박 대표에겐 '먼 그대'이다. 박 대표는 이회창 체제에서 비주류였으며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당 개혁을 요구하다가 탈당까지 했다.

박 대표는 이번 도청 파문을 통해 '이회창 복귀론'을 잠재웠을 뿐더러, YS와 이회창 시절 실세였던 현역 영남권 의원들에게 대한 장악력을 높였다는 평가다.

그렇다고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대표가 이들과 완전히 끈을 놓을 리는 만무하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97년 권력 구도는 현재 진행형인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양당 모두 '호남 구애'를 해야하는 형편인데다가 전신정당의 과오와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현역 정치인들이 당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테이프 내용의 공개와 수사에 있어 '사회적 합의'를 강조하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박 대표 역시 전부 공개해도 문제 없다면서도 "다만 공개하자는 것은 불법이니 그렇게 주장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특검을 통한 논의를 강조했다. 수세에 몰린 민주당은 5당 원내대표 회담을 제안했다.

▲ 강재섭 원내대표는 '필요에 따라 일부 공개'입장이며, `X파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검을 주장하고 있다.
ⓒ2005 오마이뉴스 이종호

예의주시하는 민주노동당 "양당 담합 가능성"

한편 도청의 대상과 내용, 규모에 대해 확실한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테이프 내용 공개에 대한 여론 압력이 커지자 양당은 일단 '제3의 기구' vs '특검'을 주장하며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식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 한 관계자는 "열린우리당은 검찰이 테이프 내용 조사를 모두 끝내면 그 결과를 보고 판단하려는 것 같다"고 예상했다.

도청 파문 초기 수세에 몰린 한나라당은 '특검'을 내세워 일찌감치 공세적인 자세를 취했으나 민주노동당으로부터 "시간끌기 아니냐"는 비난을 듣는 등 좀체 진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대표와 달리 강재섭 원내대표는 "필요에 따라 일부 공개", 김무성 사무총장은 "테이프의 전면 폐기 처분" 등을 주장해 지도부 내에서도 이견을 보이는 상황이다.

'X파일' 파문의 처리 방법을 놓고 양당과 협상을 진행중인 심상정 민주노동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양당 지도부와 접촉을 갖고 "협상과정에서 거대 양당의 담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법에 따라 수사 테이프의 공개 범위를 정하고, 공개 주체는 특검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심 수석부대표는 "양당이 '공개에 반대하지 않는다'며 입장이 돌아선 것은 반갑지만 합의 과정에서 타협을 배제할 수 없다"며 난항을 예고했다. 이어 "그럴 경우 민주노동당은 단독으로 특검법을 발의해 국민과 함께 안기부 불법도청의 실체를 파헤칠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 이낙연 민주당 원내대표는 '도청파문에 대한 입장'을 내고 양당이 공개 가능쪽으로 선회한 배경에 대해 "테이프 공개가 DJ에게 상처를 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라며 양당 모두에 해명을 촉구하고 있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법에 따라 수사 테이프의 공개 범위를 정하고, 공개 주체는 특검"이라는 입장이다.
ⓒ2005 오마이뉴스 이종호
2005-08-02 19:13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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