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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먼 '청계천'

한국작가회의/[문학회스냅]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5. 9. 29.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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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청계천'
[현장] 인도 좁아 휠체어 못 다녀... 장애인단체 낙서 퍼포먼스
텍스트만보기   강이종행(kingsx69) 기자   
▲ 비장애인도 걸어가기 불편할 정도로 좁고 군데군데 가로수가 세워진 청계천 주변 인도는 장애인들이 접근할 수 없는 '차별의 공간'이라고 주장한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28일 오후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출범식에 참석한 장애인단체 회원과 휠체어 장애인 50여명 중 일부가 세운교 아래로 내려가서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확보하지 않은 청계천 복원공사에 항의하며 기습시위를 벌였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청계천은 차별천, 장애인차별 철폐하라!"

28일 오후 4시 30분, 내달 1일 개통되는 청계천 '세운교' 밑. 3명의 전동휠체어 장애인을 포함한 20여명의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장차연) 회원들이 스프레이 페인트로 위와 같은 내용을 청계천 산책로 바닥과 벽에 뿌려댔다.

이들은 이와 함께 "이명박 서울시장은 장애인도 청계천에 접근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란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산책로변에 부착했다. 이들의 '낙서'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열린 장차연 출범식에 이은 세운교까지의 행진 직후 벌어졌다.

이들이 어찌 보면 무모하기만 한 행동을 한 이유는 바로 청계천이 장애인들의 접근권을 막고 있기 때문. 이들은 "모든 시민들을 위해 만든 청계천에 장애인들은 소외받고 있다"며 "청계천 설계 때부터 장애인들은 철저하게 무시당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세운교 아래로 내려간 장애인 단체 회원들이 스프레이로 '청계천은 차별천' '장애해방' 등 구호를 쓰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청계천 5.84km 구간 중 청계천으로 내려갈 수 있는 진입계단은 총 31개. 그러나 이중에서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경사로는 8개에 불과하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세운교 부근 경사로를 내려가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장애인들 "접근권 없다, 청계천은 차별천!"

사실 청계천 도로 5.84km 구간 중 시민들이 청계천으로 내려갈 수 있는 진입계단은 총 31개. 그러나 이 중 경사로는 8개에 불과하다.

또한 청계천 위 인도의 폭이 불과 40~50cm로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아예 걸을 수 없다. 서울시는 70cm로 주장하고 있으나 장애인단체는 도로의 폭이 일정하지 않고 서울시 주장보다 좁다고 이를 반박하고 있다.

또한 청계천에는 남북단을 건널 수 있는 돌 징검다리가 여러 곳 있지만, 장애인이 건널 수 있는 평평한 형태의 '세월교'는 4개 뿐이다. 이 때문에 장애인들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청계천을 비판하며 서울시에 이를 시정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들의 낙서 퍼포먼스는 경찰의 저지로 인해 10여분만에 끝났는데, 경찰은 이들에게 해산을 요구하면서 "경사로는 여기밖에 없으니 다시 돌아서 올라가라"고 말했다. 세운교 근처에는 경사로가 하나뿐이었던 것. 이에 한 회원은 시민들을 향해 "여러분, 장애인들이 갈 길은 여기 한 개밖에 없답니다, 이래서 우리가 낙서를 한 겁니다"라고 외쳤다.

이날 퍼포먼스를 시작하기 전 박경석 장차연 준비위원장은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수백억이 들어가는 국책사업에 장애인의 참여는 전무하다"며 "청계천의 경우도 다 만들어 놓은 뒤 대안을 만든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라고 서울시를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명박 시장은 청계천 개통과 함께 축제를 벌이려 하는데 이는 비장애인들만의 축제"라며 "지금이라도 더 많은 경사로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최정예 진압부대원들이 휠체어 장애인의 청계천 주변 인도 접근을 가로막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출범식에 참석한 장애인단체 회원과 휠체어 장애인 50여명이 청계천 복원구간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서울시 "홍수 위험 때문에 시설 최소화 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시설을 더 늘릴 수 없는 이유는 홍수위험 때문"이라고 밝혔다. 경사로를 늘릴 경우 홍수의 위험이 그만큼 커지기 때문에 시설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 관계자는 "휠체어가 안전통로(보도)도 못 다닌다고 하는데 힘들지만 지나갈 수는 있다"고 장애인단체의 주장을 반박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장애인단체들이 문제를 지적한 편의시설들에 대해서 오히려 '장애인 전용'이 아니라는 입장를 보였다.

그는 "안전통로는 안전을 위한 통로일 뿐"이라고 강조했고, 세월교 부족에 대해서도 "세월교는 장애인들을 위한 곳이 아니라 남단과 북단을 따라가며 이동하라고 동선을 만들어 놓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결국 장애인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것이 서울시의 입장인 셈이다. 다만 향후 재개발 때 보도를 넓힐 것이라고 그는 밝혔다.

한편 이날 출범식을 연 장차연은 청계천 전야제부터 내달 3일까지 '청계천은 차별천' 문구가 새겨진 스티커 등을 거리에 붙이는 등 시민들에게 장애인 접근권이 보장되지 않은 청계천의 상황을 알린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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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28 18:47
ⓒ 2005 OhmyNews
"청계천 장애인 편의시설은 전시용"
‘청계천변 편의시설 관련 간담회’서 장애인 단체 주장
텍스트만보기   이영란(jump6060) 기자   
“청계천변 편의시설은 100점 만점에 10점도 주기 아깝다.”
“차별투성이의 장애인 시설은 전시용에 불과하다.”

서울장애인연맹 등 장애인 단체들은 10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청계천변 편의시설 관련 간담회’에서 “현장조사결과 청계천변 인도의 턱 높이가 20cm가 넘고 폭은 1.5m에 지나지 않는 등 장애인의 이동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았다”며 가혹한 평가를 내렸다.

장애인 단체에 따르면 장애인들이 하천변과 차로 옆 안전통로를 오갈 수 있는 경사로의 수가 청계천 5.8km 구간에 8개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턱없이 부족했다. 장애인들이 한 번 내려가면 최소한 수백 미터를 이동해야만 다시 경사로를 통해 안전통로로 들어갈 수 있다. 이는 비장애인을 위한 보통 계단이 100~200m마다 설치돼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한 경사로의 폭이 좁고 경사도가 심할 뿐만 아니라, 경사로 진입부분에 20㎝ 높이의 턱이 설치돼 있는 등 장애인 편의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것도 문제다. 더구나 청계천 위쪽 안전통로의 경우 폭이 1.5m 정도로 비좁은 데다가 애초 계획에 없던 가로수를 6m 간격으로 심어 휠체어로 다니기에는 곤란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물론 안전통로 양방향에서 휠체어가 마주쳤을 때는 교차 통과가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황백남 부소장은 “이는 단순한 장애인 편의제공 차원이 아닌 장애인의 문화향유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서울시의 시설 개선을 촉구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모 장애인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서울시는 청계천 홍보에는 막대한 혈세를 쏟아 부으면서도 정작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에는 인색하다”며 “장애인 이동권과 접근권을 외면하는 청계천이라면 서울의 명소가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청계천을 국제무대에 자랑하려면 최소한 장애인의 이동권과 접근권이 강조되고 있는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했어야 옳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환경연합측은 현재의 상태를 좋게 평가했다”면서도 “그러나 경사로 턱을 제거하는 등 개선할 사항에 대해서는 개선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말이 안나온다" 청계천 찾은 장애인들 '경악'
[현장] 인권위-장애인단체, 청계천 거리 '이동성' 현장조사
텍스트만보기   이은정(shower8353) 기자   
▲ 인권위 차별조사과 과장 서영호씨가 휠체어 폭을 재고 있다. 휠체어 폭은 60cm, 수목보호틀을 뺀 인도 폭은 50cm 가량.
ⓒ2005 이은정
장애인들이 직접 매긴 청계천 거리의 이동권 보장점수는 10점이었다. 아니, 10점도 못 됐다. 직접 청계천 거리에 나선 장애인단체들은 "100점 만점에 10점 주는 것도 아깝다"고 평가했다.

4일 오전 조영황 위원장을 비롯한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들이 청계천 거리에 나가 이동권 현장점검을 실시했다. 청계천 복원사업이 장애인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지를 직접 눈으로 검토하기 위해서다. 이번 조사는 장애인연맹(DPI)이 최근 서울시에 청계천 사업의 이동권 문제에 대한 질의성명을 낸 것이 계기가 됐다.

이날 휠체어 장애인 3명을 비롯, 국가인권위 관계자들은 서울시 청계천복원 사업본부 측의 안내를 받아 ▲경사로 폭과 경사도 등 안전성 ▲점자블럭 설치 여부 ▲휠체어 경사로 진입시 장애요소 존재여부 등을 조사했다.

청계천 시발점인 서울 세종로 동아일보사 건물 앞 청계광장에서 시작된 조사는 마전교까지 2.3km 도로를 점검했다. 조사는 이날 오전10시30분부터 2시간 남짓 이뤄졌다.

휠체어는 60cm인데 실제 인도폭은 50cm

장애인들이 거리에 들어서자마자 문제점이 발생했다. 인도의 폭이나 진입턱 높이 등 아주 기본적인 문제였다.

안형진 서울DPI 기획홍보국 차장은 "인도 진입턱이 너무 높아 중간에서는 도저히 올라갈 엄두를 못 내겠다"며 "인도에 들어가도 차가 주차되어 있으면 오도가도 못하고 큰 일"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휠체어로 인도에 진출·입할 수 있는 곳은 얼마 되지 않았다.

또한 인도 폭이 너무 좁아 휠체어 한 대가 움직이기도 버거웠다. 인도 전체 폭은 1m30cm 정도였지만 수목 보호틀이 상당부분을 차지했다. 수목 보호틀을 제외한 인도의 평평한 부분은 약 50cm. 폭 60cm인 휠체어가 이동하기에 좁았다.

거리 중간에 건설자재 등의 장애물을 만나더라도 턱이 높아 주변 도움 없이 차도로 내려오기는 불가능했다. DPI 활동가인 박동렬씨는 "평소엔 목발을 짚기도 하지만 오늘처럼 먼 거리를 갈 때는 휠체어를 탈 수밖에 없다"며 "혼자 청계천을 나왔을 때 이런 경우에 닥치면 어떻게 하겠냐"고 호소했다.

다음 경사로까지는 1.4km "도중에 폭우라도 내리면 어쩌냐"

▲ 경사로 폭이 좁아 휠체어 두 대가 빠져나가기 쉽지 않다.
ⓒ2005 이은정
청계천 인도를 따라 이동하면서 문제들은 더 불거져 나왔다. 휠체어로 오르내릴 수 있는 첫번째 경사로에서 다음 경사로까지는 약 1.4km 거리. 이 때문에 장애인들은 첫 경사로에서 두번째 경사로를 가려면 광화문에서부터 청계4가까지의 거리를 걸어야 했다.

전체 5.6km인 청계천 구간 중 경사로는 8개 뿐이다. 비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보통 계단이 100~150m마다 설치돼 있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김도경 장애인이동권쟁취를위한연대회의 사무국 차장은 "일단 한번 길에 들어오면 올라가지 말라는 것"이라며 "장애인뿐 아니라 아이를 유모차에 태운 사람이나 노인 분에게 1.4km가 걷기 쉬운 구간이냐"고 되물었다.

박영희 장애여성공감 상임대표는 "혹시 길 아래에 내려가 있는 상태에서 폭우라도 내리면 어떻게 하라는 거냐"며 "경사로 구간 표시판 설치 등 상식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나마 띄엄띄엄 있는 경사로도 제대로 설치돼 있지도 않았다. 박동렬씨는 "경사로의 폭이 좁아 내려오는 휠체어와 올라가는 휠체어가 서로 충돌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 뒤 "경사로 중앙에 시각장애 보도블럭을 깔게 된다면 (통행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완공 2달 남긴 서울시 "아직 남았으니 차차 반영하겠다"

▲ 인도의 턱이 너무 높아 차도로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위험하게 이동하고 있다.
ⓒ2005 이은정
현장조사에서 비판과 개선요구가 잇따르자 서울시 청계천추진본부측은 "아직 완공된 것은 아니니 차차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계천 공사는 이미 80% 이상 공사가 진행되어 완공일인 10월 1일까지는 2개월도 남지 않은 상태. 이 기간에 장애인을 비롯해 모든 시민의 접근권과 이동권 보장을 위한 개선작업이 얼마나 잘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김도경 차장은 "왜 사전에 미처 이런 것들을 검토하지 않았느냐"며 "환경단체 등 시민단체뿐 아니라 장애인단체와도 (거리 조성에 대해) 협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리 협의를 했더라면 공사비도 절약할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영호 국가인권위 차별조사과장은 "이번 조사의 결과가 나오면 서울시에서 설계도면을 받아 전문가와 함께 수정해 나가겠다"며 "문제점이 발견되면 직권조사에 들어갈지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자연과 '인간' 중심의 친환경적인 도시공간 조성을 하겠다는 서울시가 장애인이동권을 어떤 식으로 보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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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04 21:07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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