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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교사들과 전교조 등 교원단체가 융단폭격을 맞고 있다. "교원평가도 두려워하는
철밥통"이란 게 그 주된 비판의 뼈대다. 부시 미 대통령 비판 APEC 수업, 연가투쟁 등도 이런 비판에 살을 붙이고 있다. 현재 대부분 언론들은 한데 뭉쳐 전교조를 몰아붙이는 형국이다. 민족·민주·인간화교육을 외치며 1500명이 자신의 밥줄을 내놓고 교육민주화를 외친 이 단체는 지금 십자포화에 직면했다. 89년 출범 이후 최대 위기라는 말도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기존 근무평정이라고 하는 교사 자신도 모르는 '묻지 마' 평가제도를 없애는 대신, 학교자치평가를 통해 교사·학생·학부모가 함께하는 제대로 된 평가방안을 만들자는 자신들의 주장을 펼칠 기회도 봉쇄당했다. 교사와 전교조 멱살 잡기 식 분위기 속에서 어느 언론사도 이들의 말에 귀 기울이려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론의 뭇매를 맞는 교사들과 전교조도 속으로 응어리진 할 말이 있을 것이다. 그 내용은 과연 무엇일까. 한번 쯤 귀 기울여 들어보는 것도 필요한 일이 아닐까. <필자 주> 길거리 교사 '몸자보' 내용이 바로 대선공약
이날 교원평가 강행 규탄 수도권 교사 결의대회에서 이수일 전교조 위원장이 삭발하는 장면을 마주한 서울, 경기, 인천지역 교사 400여 명은 주황색 몸자보를 나란히 맞춰 입었다. 이 몸자보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요구 내용이 적혀 있다. "교원평가 저지, 사립학교법 개정, 표준수업시수 법제화, 교장선출보직제 실시." 이 요구 내용 가운데 '교원평가'만 빼고 나머지 세 가지는 모두 노무현 대통령 공약사항이었다. 2003년 2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노 대통령에게 보고한 개혁과제의 뼈대는 '참여와 자치를 통한 교육공동체 구축'이었다. 이 보고서 46개 항목 가운데 새로 추진되어야 할 14개 과제 중심으로 교육개혁 청사진에 들어 있는 내용을 뽑아보면 다음 10개 항목이다. ▲교사회·학부모회·학생회 법제화 ▲교수회 법제화 ▲사립학교법 개정 ▲점수제 승진제도 개편, 교장보직제 등 임용제도 다양화 ▲OECD 수준의 교육여건 개선 ▲초·중학교의 실질적 의무 교육화 ▲사립학교법 개정 ▲표준수업시수 법제화 ▲학벌 타파 대학 서열 완화 ▲고교평준화 지원 확대 하지만 이 같은 청사진은 대부분 휴지조각이 됐다는 데 대부분 교육시민단체들이 동의한다. 10개 항목 모두 결과로만 놓고 보면 공약 완수율 0%에 가깝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교육계 한 켠에서는 교육부가 교육개혁을 물 타기하려고 논란의 불씨를 계속 만드는 것 아니냐 하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논점 이탈을 획책한다는 얘기다. 이를테면 학벌타파와 대학서열구조 완화란 혁신과제를 피하기 위해 2004년 초 사교육경감대책을 내놨고, 학부모회·교사회 법제화와 교장승진제 개편을 막으려고 교원평가제를 던져놨다는 주장이다. 학벌타파엔 사교육대책, 학교민주화 요구엔 교원평가로 지난 해 사교육경감대책을 놓고 교육계는 큰 홍역을 치렀다. 이런 찬반 논란 속에 학벌타파에는 눈길이 별로 가지 않았다. 올해 들어서는 교원평가를 놓고 대격돌이 일어나고 있다. 한 목소리를 내던 개혁적인 교육시민단체 안에서도 교원단체와 학부모 단체로 나뉘어 눈 흘김이 오가고 있다. 이런 드잡이식 싸움 속에 학교자치제 완성과 교장승진구조 개혁, 그리고 교육관료 개혁이란 과제는 물 건너갔다. 참여정부 교육개혁을 방해하려는 수구세력이 표정관리를 해야 할 정도로 교육계는 꼬여만 가고 있다. 노 대통령은 대선공약을 통해 "점수위주의 승진경쟁체제를 고치고 보직제, 초빙제 등 교장 임용제도를 다양화한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방향을 거꾸로 틀어버렸다는 분석이다. 교육부가 올해 9월 마련한 '교장임용제도개선방안(시안)'에서는 교장보직제는 교원단체 간 이견을 이유로 아예 논의에서 빼버렸다. 대신 초빙제 교장 확대와 근무평정제도의 기간연장방안만을 내세웠다. 교사회, 학부모회, 학생회 법제화 방안도 사정은 비슷하다. 교육부는 참여정부 출범 3년을 앞둔 현재까지 특별한 움직임 없이 국회 쪽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 그나마 열린우리당이 사립학교법 개정안과 맞물려 이 학교자치기구 법제화 방안을 끼어 넣은 상태다. 사립학교법 개정, 교장보직제 등 개혁공약 10개 완수율은 0% 사립학교법 개정은 더 점입가경이다. 여야간 정치공방 속에 해를 넘겨온 이 문제 또한 지지부진한 형편이다. 표준수업시수 법제화와 교육여건 개선 등의 공약도 찬밥신세를 면키 어려웠다. 올해 교육부 자료를 보면 교원법정정원 확보율이 2005년 들어 88.5%로 떨어졌다. 김영삼 정부시절인 97년 92.0%보다도 못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9월 교육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초등학교에서 교원 한 사람이 담당하는 학생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30개 회원국 가운데 최고로 많았다. 중고등학교는 멕시코를 빼고는 모두 우리나라 학생 수보다 적었다. 이수일 전교조 위원장은 7일 삭발의식 뒤 마이크를 잡고 "노무현 정부와 교육부는 집권 전반기가 지나가도록 무엇을 했냐"고 따져 물은 뒤 "교원평가는 교육부가 자행하는 기만극"이라고 규정했다. "가을단풍이 떨어진 겨울나무와 같이 머리카락이 떨어진 저는 진실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이제 권위주의 승진제도 혁파, 근무평정 폐지, 교장선출보직제를 이루는 진정한 학교혁신의 길에 떨쳐 일어설 것입니다." 여론비난 강도와 교사들의 분노는 정비례
교사들 처지에선 우리나라 교육문제를 모두 교사 탓으로 돌린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부 언론 또한 교사 때문에 교육계가 당장 쓰러질 것 같은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개혁실종에 실망하고 언론의 뭇매까지 맞은 교사들의 원성소리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여론의 비난 강도에 정비례해서 커지고 있다. 급기야 학생과 학부모는 교사들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교사들은 '더 이상 참지 못 하겠다'면서 연가를 내고 교실 밖으로 뛰어나갈 태세다. 이른바 교육대란으로 교육계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면 이럴수록 교육계 수구세력의 웃음소리 또한 커지는 것 같다. '교육개혁을 가로막는 장본인'이라는 비판에 직면한 안병영 교육부총리가 지난 해 5월 첫 운을 뗀 것이 바로 교원평가 방안이다. 지난 4일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우여곡절 끝에 빼든 이 신종 무기는 그나마 남아 있는 교육공동체를 한꺼번에 부숴버리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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